CC Korea를 시작하고 몇달 지나지 않은 2005년 6월 하버드 로스쿨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전 세계 CC 멤버들인 모인 CC 써밋(Summit) 행사였지요. 책에서만 보던 유명한 사람들도 직접 만나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그렇게 외국에 나가서 석학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었던터라 신이 났었지요.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건 행사 중에 어느 노교수가 짧게 던진 말이었습니다. 그는 ‘아, 이걸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 거구나’라는 걸 가르쳐 준 CC가 고맙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 말이 너무나 인상적이고 공감이 갔습니다.
모든 이가 저작권의 행사와 보호만을 생각했을 때 CC는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all rights reserved가 가능하면 some rights reserved도 가능한 것임을 이야기했지요. 주어진 권리의 행사는 권리자의 의무가 아니라 권리자의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유연한 권리 행사가 사회 전체의 문화뿐만 아니라 권리자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법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권리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저작물의 공유를 강제하지도 않았습니다. 저작권을, 그것을 보호하는 저작권법을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함으로써 저작권에 근거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던 것이지요. 저작권으로 저작권의 문제를 풀어보려는 창의적인 방안이었습니다.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그 동안 CC가 얻은 성과를 보면 우리가 상상한 이상으로 많은 권리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했습니다.
어떤 것을 다르게 바라본다는 건 사실 너무나 간단한 일입니다. 이렇게도 볼 수 있으면 저렇게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과 다르게 바라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고, 이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다르게 바라 볼 수 있음에도 한쪽만 보는 실수를 숱하게 합니다. 머리 속에 자리잡은 고정관념이 너무나 공고해서 다르게 바라볼 생각도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많은 것을 놓치는 것 같아요.
CC Korea를 시작한지 이제 딱 10년이 됩니다. 어쩌다 시작했다고 할 수도 있는 CC와의 인연이 10년이 이어졌지요. 개인적으로도 CC는 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했고, 학문적인 소양 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의 전문성도 쬐금 늘어난 것 같아요. 그리고 작은 힘이나마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보탰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CC를 만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걸 경험하고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입니다. CCL 자체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저는 바로 그 한줄의 진리가 제가 10년 동안 얻은 모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CL 뿐만 아니라 열린 정부, 공유경제 등 CC Korea가 그동안 밟아온 길과 실행해 온 모든 작업들 역시 그러한 진리를 추구해 온 것이겠지요. 저 또한 그 덕분에 어떤 이슈를 만나도 다르게 생각해 볼 사고의 여유와 고정관념의 오류를 의심해 볼 수 있는 유연한 자세를 갖추고자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CC와 함께 한 10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자 경험입니다.
이제 그 10년의 세월을 많은 분들과 함께 축하하고 싶습니다. 그 동안 함께 해주시면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가올 또 한번의 10년이 CC Korea에게도, 또 저에게도 어떤 시간이 될지 흥분된 마음으로 기다려 봅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 순간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사단법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프로젝트 리드 윤종수 –
글: 윤종수
원문: http://cckorea.org/xe/news/1448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