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의 갈등을 극복하는 지혜로운 원칙들
당신이 얼마나 근사하고 잘 정돈된 아이디어를 내놓든 간에 그 주변에는 그것에 대해 반기를 들고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이다. 당신이 조직 내에서 어떤 일을 진행할 때 당신은 종종 의견이 다른 사람들, 업무에 있어 당신과 경쟁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그 일을 해나가야 할 경우가 많다.
조직행동(organizational behavior)을 연구해오면서 나는 그런 다른 의견, 경쟁 관계를 잘 헤쳐 나가는 굉장히 효율적인 사례들을 많이 봐왔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조직 내 갈등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일종의 원칙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1. 가장 중요한 목표에 집중하라
사람들은 종종 갈등이 빚어졌을 때, 최초의 단계에서 세워놓았던 목표는 까맣게 잊은 채 다른 사람들과 다투는데 모든 노력을 다 쏟곤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처음에 달성코자 했던 목표에 계속 집중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뉴욕시 교육감을 지냈던 루디 크루(Rudy Crew)의 사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루디 크루는 그의 재임기간 동안 그를 ‘흑인’이라고 지칭하며 깎아내리는 경쟁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그 경쟁자에게 맞서 대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상대의 비난이 거세질수록 자신의 업무에 오히려 더 매진했다.
그는 자신을 치사한 방법으로 공격하는 이들에게 일일이 상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중요한 업무는 학교와 학생을 위해 더 나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확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흑인이라고 부르며 공격했던 경쟁자는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여기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진정한 승리라는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이다. 우리가 삶과 업무에서 누군가에게 이긴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다음 원칙이 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듯하다.
2.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을 가지고 싸우지 말라
이 말은 더 중요한 것, 더 큰 것을 보고 움직이라는 뜻이다. 캘리포니아 의과 대학의 유방암 수술 권위자 로라 에서만(Laura Esserman) 박사는 유방암 진단을 받을 수 없는 가난한 여성들을 위한 무료진단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한 번은 이 활동을 위해 후원을 하던 업체에서 돌연 지원약속을 취소하여 대상자들이 더 이상 진단을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로라 에서만 박사의 병원 측에서도 이 무료진단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내부 운영진에서도 가난한 여성들을 위한 활동보다는 병원의 확장 사업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러분은 이 대목에서 쉽게 이런 상상을 할 것이다. 후원이 끊어지고 병원에서도 반대하는 무료진단 활동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한 여의사가 마침내 가난한 여성들의 편에서 승리를 거두는 드라마를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스토리다. 그런 스토리는 감동적일지는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이며 그 여의사를 위해서도 병원을 위해서도, 그리고 더 나아가 유방암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실은 로라 에서만 박사 역시 유방암 진단을 무료로 해주는 것이 실제 유방암의 발견과 치료라는 ‘분야’에 큰 진전을 가져오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문가라면 당연히 그런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이 활동을 지속하려는 노력을 통해 얻을 것보다는 잃을 것이 더 많겠다고 판단했다. 로라 에서만 박사의 유방암 연구는 전세계 유방암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칠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만약 가난한 여성을 위한 무료진단 활동을 실현하기 위해 고집을 부린다면, 그리하여 자신의 프로젝트 전체가 중단된다면 소탐대실하는 격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결국 로라 에서만 박사는 이 활동을 중지시켰다. 이후 병원 내 주요임직원들과의 관계는 좋아졌다. 그리고 병원은 그녀에게 유방암 진단 및 수술 분야 연구를 위해 더 큰 예산을 배정했다.
3. 서로 역지사지 할 수 있는 공감의 토대를 마련하라
앞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사람들은 각자의 고집이나 개성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싸우기도 한다.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는 상대방이 어떤 목표와 수단을 갖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목표와 수단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 판단기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즉 다름을 인정하는 데에서 타인과 이 세계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와 의견이 대립되거나 다툼이 있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악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것은 오해일뿐더러 개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최근에 목격한 한 사례는 소프트웨어 관련 업체에서의 오해와 갈등이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리라 생각되는데 그 업체에서는 엔지니어와 영업 부서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서 서로를 불신하고 있었다. 작은 사안 하나 가지고도 서로의 저의를 의심하면서 으르렁대기 일쑤였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감정적인 대립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통상 엔지니어들은 프로그램의 완벽성을 추구하기 위해 가능한 한 제품의 출시를 늦추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제품의 최종적 상태가 자신들의 업무의 질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즉 출시되는 제품의 불량률이 ‘제로’에 가깝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업무성과 지표인 것이다. 그러나 영업 부서 쪽에서는 반대로 가능한 한 제품을 빨리 출시하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 제품이 갖는 의미는 수익이다. 소프트웨어 관련 업체의 경쟁 속도를 고려할 때 ‘빠른 출시’는 ‘더 많은 수익’과 동의어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일단 먼저 출시하여 수익을 내고 추가적으로 보완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위의 엔지니어와 영업 부서는 각자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직업전문성의 측면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결코 상대에게 나쁜 의도를 갖고 있거나 일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4.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두어라
린든 존슨 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정말 대하기 까다로운 사람을 가까이 두고 있었다. 그 말 많고 탈 많던 초대 FBI 국장 J. 에드가 후버였다. 어느 날 누군가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왜 그렇게 J. 에드가 후버와 대화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느냐, 왜 그를 그렇게 옆에 가까이 두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그것은 그(J. 에드가 후버)가 밖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 보다는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만드는 것이 낫기 때문이죠.”
다루기 까다로운 사람, 나를 적대시 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라는 조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일상생활에서 실행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한 관계를 원한다. 불편한 것은 피하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당신이 조직과 직장 내에서 어떤 업무를 책임지고 있으며 당신의 성과를 방해할 수도 있는 경쟁자나 적이 있다면 그런 생각을 당장 버려야 한다. 적일수록 더욱 곁에 두어야 한다. 적을 멀리한다면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지금 뒤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5.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유머를 발휘하라
로널드 레이건이 당시 최고령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그의 나이는 항상 상대편 진영의 공격 대상이었다. 로널드 레이건은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었고 그의 진가는 1984년 10월 21일, 캔사스시에서 있었던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잘 드러났다.
그날도 역시나 상대는 그의 나이를 공격했다. 그러자 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어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도 상대가 어리고 그래서 경험이 미숙하다고 공격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고령을 문제 삼는 상대의 틀에 빠지지 않고 한발 물러선 후 오히려 상대가 자신에 비해 어리고 경험이 적다는 것을 살짝 꼬집는 위트를 발휘한 것이다. 이 날을 기점으로 로널드 레이건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한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었다.
자, 이쯤에서 정리를 해보자. 우리는 모두 직장에서 갖가지 문제 거리와 어느 정도의 갈등 요소를 안고 살아간다. 그것은 피할 수가 없다. 누구나, 언제나 그래왔다.
그러나 당신은 적어도 그 문제 거리와 갈등 요소들을 심플하게 만들 수는 있다. 위의 원칙들을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그대로 행동하면 된다. 그리고 원칙에서 제시한 대로 그 갈등들을 받아들인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보다 나은 방법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스탠포드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이며 조직행동학의 권위자인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의 글 “Win at Workplace Conflict”를 편역한 것임을 밝힌다. <출처> 2014. 5. 29 (최종검색일 : 2014. 11. 22)
글: 남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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