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약 226조원 시장인 국내 유통시장에서 오프라인 쇼핑은 여전히 80%에 육박하지만, 2010년 이래로 성장률이 1.4%에 불과하다. 반면, 온라인 쇼핑은 15.9% 이상씩 가파르게 성장 중이며 특히 최근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2011년 1조에서 2014년 15조에 육박한다. 온라인 쇼핑의 빠른 성장은 편리함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편의성은 물건을 찾고 가격을 비교하고 상품정보를 얻고 결제를 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된다. 특히 모바일 쇼핑의 가파른 성장은 무엇보다 결제가 편리하다는 점에서(특히 국내에서) 기존 웹 쇼핑과 큰차별화를 보여주고 있다. 결제의 혁신이 쇼핑에 주는 기회와 모바일 결제 시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이해해본다.
간편한 결제가 가져오는 사업 기회
야식배달 업체 정보를 제공하는 배달의 민족은 2010년 출시되어 2014년 초 120억원을 투자받으며 기업가치를 1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의 배달앱인 저스트잇은 2014년 4월 기업공개를 통해 시가총액 2조 6,000억 원으로 평가받았으며, 미국의 그럽허브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피자 배달회사인 도미노피자보다 높은 2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 배달앱은 상가수첩, 전단지 등을 대체하고 있으며, 상가수첩의 연간 광고 시장 규모는 800억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달의 민족과 같은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결제 때문이다.
배달앱은 모바일 결제 기능이 제공되어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된다. 이렇게 결제를 할 때에 중계 수수료로 약 5~7% 가량의 수익을 얻게 된다. 국내 연간 야식배달 시장 규모는 약 10조에 육박하므로 중계 수수료 5%만 잡아도 5000억 시장이 된다. 800억 광고 시장을 넘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소비자가 배달앱을 통해 주문, 결제한 데이터(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주문했는지)를 활용해 정교한 타겟 마케팅과 효율적인 고객 분석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 5000억원은 결국 동네 야식배달 사장님에게는 새로운 비용이 되어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같은 시장 변화에 상가수첩과 각종 판촉물 등의 홍보물 제작을 하는 업체들은 주목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야식배달 사장님들 역시 새로운 배달앱을 이용한 마케팅과 수익구조의 변화에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가수첩보다 더 큰 비용만 지불하고 마케팅 효과와 수익은 더 줄어드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배달의 민족
우버는 전 세계 누구나 우버에 차량을 등록해 승객을 소개받을 수 있는 차량 중계 플랫폼이다. 2014년 전 세계 37개국, 140여개 도시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우버에 대한 소비자 호응은 뛰어나며 이를 토대로 우버의 기업가치는 2014년 12월 412억달러(약 45조)로 현대 자동차의 20조 원에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LG전자(10여조)와 현재 자동차보다 기업가치가 높은 것이다.
우버
국내 택시는 25만대 수준으로 연간 12조 정도 수준의 교통 거래액 규모를 보인다. 대리운전의 경우 기사수는 30만명에 육박하며 연간 시장 규모만 해도 3조원 가량이다. 대중교통인 지하철과 버스는 8조5천억 정도이다. 이 정도가 한국의 교통 관련 시장 규모이다. 한국이 이 정도일진데 우버가 진출한 전 세계 곳곳은 어느정도 규모일까? 또한 여기에 집계되지 않은 렌트카와 리무진 차량 대여 서비스까지 합하면 교통 시장의 규모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추정된다.
우버와 같은 서비스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소비자 가치를 제대로 실현했기 때문이다. 우버가 기존 택시와 달리 편리한 점은 3가지이다.
첫 번째는 차량을 호출하는 것이 편리하다. 콜센터에 전화를 할 필요도 없고 운전자와 대화를 할 필요도 없다. 내가 있는 장소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스마트폰 앱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우버 앱 내 구글지도를 이용해서 위치를 공유할 수 있으며 차량의 현재 위치와 이동 중 차량의 이동 경로를 모두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차량 운전자와 승객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어 이 정보가 누적되어 안전하고 신뢰 있는 우버 서비스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평가가 낮은 운전자나 승객은 우버를 이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집단지성에 의해 우버의 서비스 질을 유지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는 결제의 편의성이다. 우버는 스마트폰에 등록된 신용카드로 교통비를 결제할 수 있으며 이 모든 내역들이 디지털 데이터로 빠짐없이 저장된다. 결제가 편하기 때문에 목적지 도착 이후 바로 하차하면 되며(카드나 현금을 내밀고 영수증을 받는 과정이 필요없음), 운전자와 승객 및 이동 경로와 시간, 요금 등이 모두 우버 사이트에 기록되므로 추후 문제 발생 시에 이 정보를 토대로 AS를 받을 수 있다.
배달의 민족, 우버 등과 같은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와해성 혁신을 만들어내는 서비스들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결제의 편의성이다. 그런데, 이들 두가지 서비스의 공통점은 기존 오프라인 사업을 와해시키면서 온라인으로 대체된다는 점이다. 뉴스를 신문사가 아닌 포탈에서 보고, 방송을 TV가 아닌 유투브로 보는 것처럼 상가수첩에서 배달앱으로, 택시에서 우버로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같은 대체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트리거 포인트로 결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 상거래, 즉 유통 시장 역시 모바일 결제의 활성화와 함께 온라인으로의 대체가 더 확대될 수도 있다.
이 위기를 이해하고 대처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모바일 결제의 혁신, 금융의 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Fintech가 가져온 금융혁신
Fintech는 Financial과 Technology의 합성어로 IT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 산업의 혁신을 만들어내는 산업 트렌드를 뜻한다. 2014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Fintech 열풍과 스마트폰과 IoT 기술 기반으로 좀 더 편리한 금융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의 결제가 더욱 쉬워지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은행과 카드사들이 제공하던 예금, 대출, 신용, 이체와 다양한 금융 상품 서비스를 Fintech 기업들이 제공되면서 기존 금융사들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사들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주목하고 위기를 인식해야 한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결제의 접점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금융사들과 사용자들의 거리는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기존의 신용카드나 은행을 연결해서 금융 거래를 하겠지만, 점차 특정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선불 결제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와의 연결로 전이되면서 금융사는 고객과의 접점을 잃어버릴 수 있다. 고객 접점을 잃어버리게 되면 거래에서 소외될 뿐 아니라, 고객의 소비, 결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사업 확장의 기회를 잃게 된다. 인터넷 기업들의 결제 시장 진출은 결제 시 수수료 BM(Business Model로 수익모델)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결제의 편의성을 통해 더 많은 고객 접점을 확보하고, 소비 생활 전반에 대한 고객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스타트업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에 나서고 있으며 이러한 혁신은 기존 금융 사업자들에게는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 2007년 이베이를 창업한 피에르 오미디야르가 미국에서 설립한 렌딩클럽이라는 개인간 대출(P2P) 서비스는 대출자에게 은행보다 이율이 높지만 신용카드나 일반 대부업체보다 낮은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출자가 온라인으로 대출 신청서를 작성하면(신청자들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심사해 대출 가능 필터링을 함) A부터 G까지 신용등급을 표시해 온라인 장터에 올려두고 개인 투자자들이 명단을 보고 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오프라인 지점과 직원이 없어 운영 비용이 적게 들며 빅데이터 분석 덕분에 기존 은행과 비교해 대출자에게 더 낮은 금리, 투자자에게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 설립 7년만에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6조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보여주었으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새로운 국제송금 서비스인 트랜스퍼와이즈는 기존 은행의 해외 송금수수료에 비해 10분의 1 정도 싼 서비스를 제공(약 0.5%)한다. 영국에 거주하는 A가 이태리에 사는 B에게 100파운드를 송금한다고 할 때, 이태리에 사는 D가 영국에 사는 C에게 같은 금액인 100파운드를 송금한다면 굳이 A가 B에게 은행을 거쳐 유로로 환전할 필요없이 A가 C에게 100파운드를 주고, B가 D에게 같은 금액에 해당되는 유로를 이체해주면 된다. 그러면 실제 영국과 이태리를 거치며 환전을 하지 않아도 해당 국가 내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비싼 은행의 환전 수수료와 거래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같은 방식은 일종의 환치기로 국내에서는 금융거래법상 불법이다.
페이팔은 블루투스를 이용한 비콘이라는 장치를 오프라인 매장에 설치해 이를 이용한 간편 결제를 선보였다. 일례로 매장에 고객이 방문하면 매장에 설치된 비콘이 블루투스 기술을 통해 매장을 찾은 고객의 스마트폰에 연결되어, 해당 고객이 누구인지 점주의 POS에 고객 사진, 이름과 함께 표시된다.
특히 오프라인 결제의 모바일 결제로의 전이에 가장 중요한 동인은 소비자 접점보다 가맹점 즉 유통사의 변화와 수용이 필수적이다. 국내에는 약 250만개의 신용카드 사용 가맹점이 있는데 이중 마그네틱 기반의 신용카드(긁어서 결제하는 방식)를 이용하는 곳은 100%인 반면 NFC는 8만, 바코드는 3만, 비콘은 채 1만(2014년 기준)이 되지 않는다.
즉, 아무리 혁신적인 결제 수단이 있어도 사용자의 선택이 없으면 안되고, 사용자 선택 전에 유통사의 선택이 없으면 사용자가 선택을 하더라도 동작될 수 없다. 그런데, 오프라인 가게의 기술 수용도가 낮아 결제 혁신의 속도가 늦은 편이다. 그래서, 애플페이나 페이팔의 비콘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수가 적은 것이며 삼성전자가 루프페이 등을 통해 기존의 결제 방식을 유지한채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 하는 것이다.하지만, 진정한 모바일 결제의 혁신성을 위해서는 유통사의 결제 단말기가 변화해야 한다. 이같은 변화는 유통사의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주목해야 할 점은 IT 기업들의 결제 시장 진출은 새로운 고객 데이터의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구글과 네이버는 검색을 통해 누가,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알 수 있었고 아마존과 지마켓은 누가, 무엇을 샀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검색광고와 온라인 커머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제 모바일 결제를 통해 아직 지배하지 못한 오프라인 상에서 누가, 무엇을, 언제, 얼마나 구매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정보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들어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즉, 현실계에서 온라인의 편의성을 이용할 수 있고 온라인처럼 오프라인에서도 소비자의 모든 쇼핑 내역과 구매 내역 및 이동 동선을 기록하고 이를 활용한 마케팅 비즈니스가 본격화될 수 있다.유통업계는 모바일 결제 활성화의 중요한 동인인 결제 단말기에 대한 컨트롤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어떻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상에 유리하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그 고민은 향후 시장이 온라인처럼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업 기회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측면을 고려해 시작해야 한다.
규모있고 IT DNA를 갖추고 있다면 혼자 A to Z를 통제하면서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유사기업과의 동맹 or 해당 기술에 대한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IT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서 수행해야 할 것이다.
원문 : http://oojoo.tistory.com/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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