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가 막 등장하던 무렵, 전세계 PC시장의 크기가 얼마나 될수 있을지를 예측하기 위해서 당시 투자가들은 그때 당시 존재했던 타자기 댓수를 참고자료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일류 MBA 교육을 받은 똑똑한 벤처캐피털 투자가들이 그런 생각을 할수 있었는지 헛웃음마저 나오는 황당한 이야기지만, 지금도 우리는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의 프레임을 가지고 새로운 서비스를 바라보는 실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아이워치의 시장규모를 판단할때 현재 존재하는 아날로그 시계 시장규모를 토대로 한다든지, 빗코인 시장규모를 가늠하기 위해 현재의 뱅킹 트랜잭션 규모를 토대로 하는 등.
시장의 크기가 이미 각종 자료를 통해 퍼블릭하게 잘 알려져 있다면, 이미 그 시장은 성숙한 시장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기존에 이미 큰 시장이 존재하기에 거기서 더 나은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한다면 굉장히 큰 기회를 가질수 있겠지만, 반면 이렇게 established된 시장일수록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일 가능성이 크다. 전세계 휴대폰 시장 규모는 너무나 자세하게 리포트들이 나와있지만, 새로운 플레이어가 삼성보다 휴대폰을 잘 만들기가 쉽겠는가?
이처럼 시장 규모가 잘 알려진,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우버나 에어비엔비같은 회사들이 갑자기 나오기 어렵다. 누군가는 우버는 운송업계, 에어비앤비는 호텔업계라는 기존에 존재하는 큰 인더스트리를 모바일로 공략했기 때문에 큰 매출을 내고 큰 기업가치를 형성할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 말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결과론적 이야기지 처음부터의 어프로치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우버와 에어비엔비는 운송업계나 호텔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누군가가 해당 업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뭔가를 개발한 “점진적 개혁” 서비스가 아니다. 그냥 얼핏 듣기에 엉뚱하고 장난감 같은 서비스가 나왔고, 그게 사용자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 주었는데, 그 새로운 경험이 기존 경험에 비해 더 큰 효용과 가치를 주었기 때문에 성장을 거듭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사용자들이 대거 새로운 경험을 수용해서 기존 업계에 있던 큰 회사들이 어느날 고객을 빼앗기게 된것이다. 실은 기존 업계를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은 그 시장의 얽히고 섥힌 문제들을 너무 잘 알기에 오히려 겁이 나서 그 시장을 개혁하기 힘들다. 전기차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테슬라, 모바일 결제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스퀘어 등의 공통점은 그 업계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은 외부인이 “겁도 없이” 뛰어들어서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이노베이션을 만든 케이스라는 것.
지금이야 우버와 택시업계, 에어비엔비와 호텔업계를 연결해서 생각할수 있지만, 해당 업체들이 처음 생겼을 때는 그런 멘탈 커넥션을 맺을수 있는 용기있는(?) 투자가들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우버와 에어비엔비는 투자유치 초기에 “이 시장이 과연 얼마나 클 것인가?” 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을 거고, 만일 그들이 아직 증명된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전세계 수십조원 규모의 택시업계 시장규모나 호텔업계 시장규모 이야기를 거론했다면, 투자가들에게는 황당한 소리로 들렸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서 판단할때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시장 규모라는 잣대만 가지고 판단하는데는 이처럼 오류가 있을수 있다는 것. 우버, 에어비앤비의 예처럼, 새로운 서비스가 어떻게 재미있는 새로운 사용자 행동을 만들어 낼수 있는지, 그리고 만일 새로운 사용자 행동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낸다면 그것이 얼마나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에 파급효과를 줄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하는게 맞는 순서일 듯.
글 : 김창원
원문 : http://goo.gl/WG0v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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