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개방을 품다
페이스북은 비교적 최근에 급부상한 기업이지만, 오늘날 구글, 아마존 등과 함께 인터넷의 역사를 진보시키는데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이 되었다. 비록 인터넷을 페이스북 내부에 모두 가둔다는 비판을 들으면서, ‘인터넷 파괴자’라는 비난을 듣고 있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것도 하나의 커다란 흐름인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페이스북이 진행하는 다양한 오픈 프로젝트들은 그들의 개방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여러 가지 개방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11년 4월에 발표되어 여러 기업들과 개인들의 협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OCP, Open Compute Project)이다. 페이스북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거대한 서비스를 구축하면서 얻은 소중한 노하우들을 무료로 개방하고, 많은 개인과 기업들이 쉽게 채택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페이스북은 개방적이면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HW 및 SW 자원들을 이용해서 거대한 웹 스케일의 인프라를 구축한다.
구글이 거의 대부분의 기술을 개방하고,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중요시한다고 하면서도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인 데이터 센터 내부 HW 구조 등에 대해서 철저히 비밀에 붙이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앞으로는 클라우드 전쟁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거대한 서버군을 어떻게 구축하고 관리하며, 전력을 아끼면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문제가 발생해도 쉽게 회복시킬 수 있는 노하우가 IT기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역량으로 자리잡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페이스북의 데이터 센터에 대한 기술을 모두 공유하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업그레이드하고 알게된 노하우를 다시 수용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을 클라우드 서버 기술에 적용한 이런 결정이 매우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페이스북도 많은 개방형 혁신의 수혜를 누리기 시작했다. 초기보다 에너지 효율은 38% 좋아졌고,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단위비용도 24% 감소했다고 한다. 이런 페이스북의 진심이 통했는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벤더들은 ASUS, 델, 랙스페이스, 넷플릭스, 골드만 삭스, 레드햇, 중국의 화웨이, 마이크로소프트 등 내놓으라 하는 IT기업들과 서비스 인프라 기업들이 망라되어 있다.
비록 페이스북이 주도하고, 먼저 시작했지만 지금의 OCP는 이미 새로운 오픈 하드웨어 운동의 모범사례로서 과거 SW 분야에서의 리눅스와도 같은 위상을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다. 이미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많은 고객들이 과거 리눅스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와 마찬가지로 OCP 구조를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런 움직임은 HW 벤더들이나 SW 벤더 및 서비스, 솔루션 제공자들의 동참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움직임은 그 동안 오라클 등이 주도한 폐쇄적인 시스템을 중심으로 고객들이 대부분의 시스템을 구축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오라클은 구글과의 특허 분쟁을 통해 이미 오픈소스와 개방이라는 지위를 획득했던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마저도 소유권 행사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다가 미국 법원에서 실리는 하나도 챙기지 못하는 판결을 받아들었고, 재판이 진행되면서 수 많은 개발자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는 등의 명분까지 크게 잃고 말았다. 이제는 특정 벤더의 HW나 SW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들에게 의존하는 그런 구도를 용납하는 고객들은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제 개방형 철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페이스북은 단순히 전 세계를 연결하는 SNS 시스템을 구축한 것 이상의 역할을 전 세계에 하려고 한다. 이런 점은 단지 시장만 바라보고, 언제나 경쟁을 중심으로 비즈니스에만 천착하는 우리나라 기업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비록 페이스북이 인정받은 가치가 한 때의 거품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일으키고 있는 또다른 철학과 혁신의 씨앗은 앞으로 우리사회에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아래 임베딩한 영상은 2011년 10월 27일 있었던 Open Compute Summit 에서의 페이스북 발표 영상이다.
페이스북의 해커웨이, 그리고 진정성
페이스북은 미래의 미디어와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진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연결된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돈을 벌고 경쟁이나 유도하며 상업화된 플랫폼으로 진화시켜 나갈 것인지는 앞으로 페이스북이 내놓을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들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페이스북이 단순히 비즈니스 플랫폼이 아니라 이미 사회적 플랫폼이라는 의미이다. 물론 기업공개를 했기 때문에, 주주들의 눈치와 월스트릿의 압박에 시달리겠지만, 그들의 압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페이스북의 모습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정신을 “해커웨이(Hacker Way)”라고 밝혔다. 해커웨이는 백마디 말과 계획을 세우기보다 바로 실행해보고 혁신을 하는 문화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빨리 실패하고 거기에서 교훈을 얻어서 더 나은 서비스와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는 불충분하다.
그는 기업공개와 함께 투자자들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래와 같이 언급하기도 하였다.
페이스북은 원래 기업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세상을 더 열린 공간과 서로 연결된 곳으로 만드는 사회적 임무를 성취하기 위해 구축됐다. 사람은 관계를 통해 새로운 생각을 나누고, 세상을 이해하며, 궁극적이고 장기적인 행복을 추구한다
여기에 또 다른 그의 진정성이 있다고 믿고 싶다. 단순히 고객의 경험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사회와 전 세계의 사람들이 연결되어서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구글은 기술을 이용해서 나름의 역할을 하였다. 전 세계의 정보를 복사하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였고, 최첨단 기술이 동원된 상상력과 뛰어난 기술자들이 창조한 알고리즘과 운영체제 등을 이용해서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세상을 개발자와 엔지니어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것이 구글이 소셜의 세계에서 생각보다 잘하고 있지 못한 이유이다. 그들의 DNA는 엔지니어 DNA이기에 …
페이스북은 다르다. 그들의 인프라 플랫폼은 역시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을 활용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들의 가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이런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훨씬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글과 같은 기술회사로서의 위상보다는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기업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인문학과 사회학, 그리고 기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리딩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런 사명을 인식하고 사람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회를 쉽게 찾아내고, 서로가 연결하고, 나눌 수 있는 것을 쉽게 나누면서 인류가 가진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면 그들이 과대평가되었다는 항간의 이야기는 그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Open Compute Project 홈페이지
글: 하이컨셉 & 하이터치
원문: http://health20.kr/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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