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 #4] 창업국가 이스라엘에서 창업 박람회를 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얼마 전 이스라엘에서는 StarTAU 이노베이션 데이 행사가 있었는데요,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행사는 우리와 어떤 점이 다르고, 현지의 트렌드는 어떠한지 등에 대해 이스라엘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창우님이 벤처스퀘어에 기고를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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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부터 1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 스타트업 센터(이하 StarTAU)에서 개최하는 StarTAU Innovation Day 행사가 있었다. 행사 기간 중에서 단연 압권은 모든 스타트업이 한 곳에 모여 엑스포를 하고 연사의 강연을 들으며 이후 칵테일 파티로까지 이어져 자연스러운 네트워킹을 돕는 ‘StarTAU Innovation Conference’라고 할 수 있다.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행사는 어떤 점이 다르고, 현지의 트렌드는 어떠한지, 마지막으로 필자가 흥미롭게 지켜본 스타트업의 순서로 글을 진행하고자 한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행사,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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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현장의 분위기에 대해 간단히 서술한다면 그야말로 ‘도때기 시장’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엄청난 양의 전단지와 명함, 기념품들이 돌아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1층의 엑스포 현장과 2층의 스피치 현장에서 나는 모든 소리가 뒤섞여서 그야말로 어수선의 절정을 보여준다. 모든 스타트업은 단 한 명의 관람객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도중에도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몇 분 후에 다시 와주면 안되겠냐며 통사정을 하기도 한다.

아마 아시아권의 스타트업 행사와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런 ‘뻔뻔한 분위기’ 일 것이다. 예절과 형식을 중시하는 아시아(특히 동아시아)와는 달리 이스라엘에선 이 모든 것들이 ‘기업가 정신’이라는 이름 하에 묵인된다. 또한 이스라엘인들은 이러한 자유로운 의사교환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기 때문에 보안/안전 상의 문제만 없다면 현장을 통제하거나 질서를 유지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 현장에 수많은 경호요원이나 진행요원이 배치되는 한국의 스타트업 행사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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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차이점을 꼽으라면 ‘글로벌’일 것이다. 이번 행사에는 중국이나 일본, 미국을 타겟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나 다민족으로 구성된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그리스와 터키, 스페인 카탈루냐 주정부에서 선정한 스타트업 18개가 참여해서 더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런 외국 스타트업의 업종 역시 모바일 앱부터 IoT, 하드웨어, 핀테크, 공정 효율화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다양했고, 이는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또한 그리스, 터키, 스페인이라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다소 생소한 국가들의 스타트업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도 대단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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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강점은 원스톱 서비스이다. 이번 행사에는 각종 벤처 캐피탈은 물론이고 이스라엘 최대의 상업은행 Bank Hapoalim에서도 부스를 설치하였다. 이 부스에서는 사업성에 대한 평가, 사업가가 개인 신용으로 어느 정도까지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현재의 사업 규모를 통한 대출 여부와 조건 확인과 컨설팅까지 모든 서비스가 원스톱으로 이루어졌으며 추가 서비스에 대한 요청이나 약속을 잡을 수도 있게끔 해주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재무관리에 대해서 어려움을 호소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Bank Hapoalim의 서비스는 대단히 인상깊었다.

2015의 이스라엘, 어떤 스타트업이 핫한가?
이번 행사에서는 모바일 앱이나 헬스케어, IoT와 같은 전통의 강자들이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환경분야와 3D Image Treatment 분야 스타트업의 대약진이 유독 눈에 띄었다. 환경 분야의 스타트업의 경우 잔반의 양을 분석하고 조절해주는 앱부터 누전차단기를 통해 건물 전체의 에너지 사용 패턴을 분석해주는 하드웨어 제품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나 구체화의 정도가 지난 11월 필자가 예루살렘에서 참가했던 다른 스타트업 이벤트에 비해 크게 발전되어 신기함을 감출 수 없었다.
3D Image Treatment의 경우 아직은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3D 프린팅이나 2D 사진을 통한 3D 이미지 구현을 통해 온라인/모바일 쇼핑을 도와주는 서비스에 국한되어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뛰어난 3D Image Treatment 및 인공지능 기술은 해당 분야에 앞으로 더 큰 발전이 있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참고로 이스라엘의 히브리대학교나 하이파 테크니온의 경우 해당 분야의 연구 수준이나 기술력이 미국의 스탠퍼드, UCLA와 비견될 정도이다. 그런 만큼 현지에서는 이미 AdTech와 3D Image Treatment의 결합에 대한 논의와 해당 스타트업이 꿈틀대고 있으며 다양한 소프트웨어 역시 개발이 진행중에 있다. 

향후 이스라엘을 이끌어갈 스타트업은 누구일까?
30개국 이상에서 참여한 50여개의 스타트업과 3500명 이상의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유독 핫한 부스가 있었다. 여기서는 필자의 관심을 끈 두 개의 스타트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S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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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ing은 쉽게 말하자면 소액결제와 QR코드를 결합한 제품이다. 팔찌나 뱃지, 카드에 고유 코드를 입력하고, 그 코드를 휴대전화에 설치된 Sling 앱을 이용해 인식하면 자동으로 소액결제 창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소액 결제에 이용되는 금액의 경우, 사전에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를 통해 충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사실 이런 스타트업은 굉장히 흔하다. 그러나 나는 아이디어 자체의 참신함보다는 타겟 설정의 방향성에서 Sling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Sling이 흥미로운 이유는 ‘POS 시스템이 없는 소상공인’을 주 타겟으로 잡았다는 점이다. 재래시장에서 카드로 결제를 할 수 없어 불편을 겪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이 점을 이용하여 소비자가 아닌 소상공인을 먼저 타겟으로 잡았고, 이미 50개 이상의 소매점을 섭외하는데 성공했다. 예루살렘 Mahane Yehuda 시장이나 텔아비브 HaCarmel 시장에 있는 가게들의 열악한 장비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우선적으로는 소상공인들을, 사후적으로는 소규모 상점을 이용하는 일반 이스라엘 시민을 매혹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Mea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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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Meazon Catalog

Meazon은 이번 행사에 참가한 그리스 스타트업으로 스마트 Grid 분야의 Real Time Energy Management 장비를 판매하는 회사이다. 나는 이 제품의 소형화와 활용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 제품의 크기는 잉크 토너와 비슷한 크기로써, 누전 차단기 옆에 손쉽게 설치할 수 있다. Meazon은 설치 시점부터 자동으로 각 전자제품의 전력 사용량을 측정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앱을 통해 어떤 제품을 어느 시간대에 제거해도 무방한지와 전력 사용량 감소를 위한 솔루션까지 제공해준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유럽/이스라엘의 상황과 일반 가정집에서 쉽게 설치할 수 있게끔 설치의 단순화와 제품의 소형화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B2C 시장의 전망이 밝다. 또한 앱을 통해 간단명료한 솔루션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을 전기 요금으로 지출하는 대기업이나 제조기업의 공장에의 B2B 판매 역시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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