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포스트: 브랜드는 네트워크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모든 사람·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해서는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IoT, O2O, 옴니채널, 핀테크, 빅데이터가 기회라고 하지만 더욱 머리속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10여년간 구글, 아마존 등에 대해 강의하면서 느꼈던 어려운 점 중 하나는 기존의 틀에 이들 기업을 끼워맞추려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증권계에 종사하는 한 MBA 학생은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은 거품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물론 한학기 강의가 끝나고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들 기업은 새로운 틀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존의 틀을 적용한다면 이해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할 사고의 틀에 대해 다룬다. 이를 위해 우선 두가지 큰 변화를 짚어보자.
첫번째, 정보기술의 발전은 가치의 중심을 물질(Physcial Elements/Atom/HW)에서 정보(Information/Bits/SW)로 이동시켰다. 마크앤드리슨의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운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어, 핸드폰 산업은 노키아나 삼성전자와 같이 하드웨어 중심의 기업에서 구글과 애플과 같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으로 이동하였다. 하지만 가치의 중심이 물질에서 정보로 이동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정보) 중심의 기업이지만 스마트폰이 가져온 최근의 변화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일까?
가치의 중심이 노드(Node/Thing/Device)에서 링크(Link/Connection/Network)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두번째 변화다. 오가닉 미디어에서 “미디어는 네트워크”이고 “오직 연결의 가치만 남는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세상을 우리는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가치의 중심이 노드에서 링크로 이동하였다는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해한다 하더라도 머리로만 이해하고 가슴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웹이라도 중요한 것은 컨텐츠(노드)지, 하이퍼링크(링크)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대 현재의 웹에서 모든 하이퍼링크가 사라졌다고 가정해보자.
더 이상 웹은 정보의 보고가 아니라 정보의 쓰레기 더미일 것이다. 구글은 자신의 검색 알고리즘(페이지랭크)에 하이퍼링크의 가치를 최대한 이용(exploit)하여 현재의 구글이 되었다.
그럼 지금부터 두가지 변화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정보, 세상의 중심이 되다(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다)
우리는 물리적 세상에 살고 있다. 따라서 모든 사고가 물질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제는 사고가 정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책을 예로 물질 가치와 정보 가치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책이라는 사물은 종이라는 물리적인 가치와 내용이라는 정보 가치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구매하는 활동은 서점으로 이동하는 물리적인 부분과 책을 선택하기 위한 고민이라는 정보적인 부분이 있다.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장소, 진열대 등이 물리적 가치이고, 책의 거래에 필요한 가격이나 베스트셀러 여부 등이 정보 가치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그러면 여기서 정보 가치가 중심이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우선 정보가 물질을 대체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인터넷 서점은 책을 구매하기 위해 서점에 가지 않아도 되게 했으며, 물리적인 장소도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관점은 이제 물질은 정보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껍데기/컨테이너/폼/매개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킨들과 같은 전자책 리더는 전자책 서비스를 전달하는 껍데기이다. 스마트폰 하드웨어는 스마트폰 운영체제(iOS, 안드로이드 등)와 앱의 가치를 전달하는 컨테이너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이 전자책 시장의 중심이 되고,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하드웨어가 필요없다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더 이상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테슬라의 모델 S가 2년 연속 올해의 차 상을 수상한 것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차의 가치(UX, 연비 등)를 더 높였기 때문이다(같은 모델이 2년 연속 올해의 차 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하드웨어가 중심이고 소프트웨어가 다음이라는 사고를 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연결, 세상을 지배하다(네트워크가 세상을 먹어치우다)
우리는 물질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사물(node) 중심으로 생각한다. 이는 대부분의 경우 사물은 보거나 만질수 있지만 관계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친구는 보이지만 친구와의 관계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링크(link)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 링크의 가치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기 위해 노드의 가치와 링크의 가치를 비교해보자.
여전히 책을 예로 들면 책의 노드 가치는 책의 내용이다. 링크 가치는 책의 참고문헌 등 그 책과 관련된 모든 책, 문서, 저자 등과의 관계이다.
사업자의 활동(아래 도표에서는 저자의 활동) 관점에서 보면, 책의 내용을 작성하는 것이 노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고 책의 참고문헌을 작성하는 것이 링크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또한, 독자의 책 구매 행위를 위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예를 들면 구매 버튼) 노드 가치라면 독자와 책을, 독자와 판매자를 연결(Match)시키는 것이 링크 가치다. 정리하자면 노드 관점에서는 콘텐츠 또는 기능이 핵심적인 제품/서비스의 가치라고 보는 것이고, 링크 관점에서는 콘텐츠 또는 기능을 매개로 생성된 연결이 제품/서비스의 핵심 가치라고 보는 것이다.
링크의 가치가 중심이 되었다는 것은 세상을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말한다. 노드는 연결의 대상일 뿐이다. 연결이 모여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 네트워크의 가치가 노드 가치의 합보다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웹에서 웹문서를 연결하는 하이퍼링크 하나하나는 미미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이 모여 만드는 네트워크의 가치는 모든 문서의 내용의 가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구글 검색은 이 네트워크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한다. 인스타그램이라는 앱의 핵심 가치는 사진을 예쁘게 만드는 필터 기능, 공유 기능 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사용자의 수 보다는 얼마나 많은 관계가 만들어지고 이를 활용하는가 더욱 중요하다. 페이스북은 세상의 모든 사람을 연결하고 그 네트워크의 가치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아마존은 상거래를 연결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아마존의 제프베조스는 “우리는 고객에게 상품을 팔아서가 아니라 고객의 구매의사결정을 도와줌으로써 돈을 번다“라고 하였다. 고객이 상품을 발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와 연결함으로서 가치를 제공한다. 이러한 연결의 결과는 아마존의 네트워크가 되고, 이 네트워크는 아마존의 가장 큰 자산이 되는 것이다[윤지영, “아마존은 왜 오가닉 미디어인가?” 오가닉 미디어, 2014].
노드 가치가 필요 없다거나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연결이 가치의 중심이 되는 세상에서는 연결되지 않은 노드들이 가지는 가치는 연결된 노드들이 만드는 네트워크의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택시와 우버를 비교해 보자. 겉보기에는 우버도 택시와 같은 운송서비스이다. 하지만 노드와 링크 관점에서 본다면, 택시는 연결되지 않은 택시(노드)들의 집합이고 우버는 우버차량과 승객간의 연결이 만들어내는 네트워크다. 두 서비스는 완전히 다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택시의 수가 아무리 많아져도(실제로 더 많아질수 도 없다) 자가용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지만, 우버의 네트워크가 성장하면 우리는 더 이상 자가용을 소유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 가치의 4가지 유형
지금까지 논의한 물질-정보의 축과 노드-링크의 축을 기반으로 비지니스 가치를 아래 그림과 같이 4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물질·노드 (오프라인 기능)
하드웨어 등 물리적인 제품 또는 오프라인 서비스의 기능에 기반한 비즈니스다. 노트북, 핸드폰 등의 하드웨어 기기를 생산/판매하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이 유형이다. 유통업에서는 물리적인 장소와 재고에 기반을 하는 서점 등이 이 유형에 속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유형의 가치만 제공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아이리버(MP3플레이어), 블록버스터(비디오 대여점), 보더스(서점) 등의 파산은 이러한 현상을 절실히 보여준다.
정보·노드 (온라인 기능)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등 정보 제품 또는 온라인 서비스의 기능에 기반한 비즈니스다. 이 유형은 TV, PC, 인터넷 등의 정보기술 발전과 함께 나타났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윈도우와 오피스라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생산/판매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뿐 아니라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이 이에 속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은 기업의 핵심 가치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지만 네트워크에 기반한 비즈니스(예를 들어 구글 안드로이드)로 부터 위협받은지 오래다.
정보·연결 (온라인 네트워크)
온라인에서 사용자, 구매자, 판매자, 제품 등 간의 연결에 기반한 비즈니스다. 이 유형은 웹의 출현과 함께 나타났으며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구글은 콘텐츠, 콘텐츠 생산자, 소비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든다. 아마존은 제품, 판매자, 구매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든다.
페이스북은 친구와 친구의 소식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든다[윤지영, “미디어 네트워크의 진화” 오가닉 미디어, 2014] . 이러한 비즈니스는 기능 관점(검색, 상거래, 친구맺기)에서는 쉽게 복제가 가능하지만 네트워크 관점에서는 복제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도 연결에 기반한 비즈니스에의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물질·연결 (온·오프 네트워크)
온라인에서의 사용자, 구매자, 판매자, 제품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사물 등의 연결을 포함하는 비즈니스다. 이 유형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가시화 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우버를 들 수 있다. 일부 공유경제(Collaborative Consumption) 비즈니스와 IoT 비즈니스가 이에 속한다고 하겠다(공유경제의 정의와 이슈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루도록 하겠다). 물론 IoT를 Thing(기능)의 관점이 아니라 Internet(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볼때 말이다. 이 유형에서 유의할 점은 링크 가치가 정보 가치를 내포한다는 점이다. 물질적인 가치(예를 들어 자동차 하드웨어)가 필요하지만 핵심적인 가치는 정보와의 연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번째와 네번째 즉 연결의 가치에 기반한 비즈니스를 우리는 “연결 비즈니스” 또는 “네트워크 비즈니스”라 부른다.
모든 비즈니스가 네트워크 비즈니스다
이제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이건, 오프라인에서 유통을 하는 기업이건 연결의 가치를 활용하고 네트워크라는 자산을 쌓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러한 비즈니스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특징을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네트워크 비즈니스로의 진화는 불가능하다.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다
네트워크 비즈니스는 소위 말하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에 기반한다. 하지만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어설픈 이해가 네트워크 비즈니스로의 진화를 가로막는다. 첫째,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의 수에 비례하여 비선형적(exponential)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의 수에 정비례하여 증가한다.
아무리 사용자 수가 많아도 연결이 없다면 네트워크의 가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둘째,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는 것은 초기에는 제품·서비스의 가치가 0이라는 것이다. 또한 비선형적 증가라는 것은 상당기간 가치는 0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삼성의 챗온이 카카오톡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공짜로 돈을 번다.
네트워크 비즈니스는 정보(소프트웨어)에 기반한다. 따라서 공짜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다. 공짜 제품·서비스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은 예외가 아니라 기본이 되었다. 네트워크 비즈니스에서는 서비스 모델(어떤 가치를 줄것인가?)과 수익 모델(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구글의 서비스 모델은 검색이지만 수익 모델을 광고이다.
무한대의 규모를 가진다
물질(오프라인) 기반의 비즈니스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가 여기서는 가능해진다. 이는 두가지 이유 때문에 가능하다. 첫째는 정보는 무한대로 복제가 가능하다. 둘째는 네트워크는 사용자 등의 참여를 기반으로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 월마트가 파는 품목이 수십만 종류라면 아마존이 파는 품목은 수천만 종이다.
유기적으로 성장하고 진화한다
사용자, 구매자, 판매자 등의 참여가 네트워크를 만든다. 따라서 기업이 의도한대로 네트워크가 성장하거나 진화하지 않는다. 네트워크 자체가 생명력을 가지고 성장하고 진화한다. 마치 아이가 부모 마음대로 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많은 기업들은 플랫폼을 꿈꾸며 제품·서비스를 만든다. 하지만 대부분 꿈으로 끝나는 것은 플랫폼의 기능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역할에 충실한 기능을 개발하면 사용자의 참여는 따를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멍석을 깔아준다고 사람들이 와서 놀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기업의 핵심 역량은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사용자 등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네트워크가 잘 성장하고 진화하도록 도와주는 역할까지 포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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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노상규 (오가닉 미디어랩)
출처 : http://goo.gl/kNGr3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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