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혁 대표의 첫 창업은 21살 때였다. 국토대장정 여행상품을 파는 사업 아이템으로 중소기업청 경진대회에서 대상까지 받았지만 학생으로서 소화하기엔 너무 벅찼다. 사용자를 모아보기도 전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후 식당을 운영하시는 어머니와 장단지 숯불 발화기를 발명한 아버지 일을 도왔다. 벤처창업동아리 활동을 할 때부터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노트에 틈틈이 적어놓는 습관을 길렀다는 그는 작년, 5년간의 직장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3번째 창업을 결심한다.
“예술처럼 존재하지 않는 걸 창조해내는 행위가 인간이 유일하게 진보할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사업도 그렇다. 직장 생활도 좋지만, 그보다 사업이 훨씬 의미 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고민하지는 않았다. 다만 사직서를 내는 당일 출근 버스 안에서 조금 떨렸다.”며 그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인터뷰를 위해 서초동 패스트파이브 내 사무실을 찾았다.
Q. 지금의 사업 아이템을 떠올리게 된 계기
■ 명함을 1,000장 이상 저장해도 막상 만났을 때는 기억이 안 나
회사에서 컨설팅으로 3년, 해외 영업으로 2년간 일했다. 서비스 아이디어는 해외 영업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가 겪은 불편함에서 비롯되었다. 시중에 있는 명함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써봤었고, 천 명 이상을 저장했었다. 그런데 막상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상대방이 누군지 기억나지 않으니 명함을 저장해놓지 않게 되더라. 21세기에 명함을 저장만 해놓는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기억할 수 있게 해야겠다.’ 해서 2013년 말부터 UI를 구상했다.
Q.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
■ 서비스에 핵심 기능만 남기는 과정
나름대로 생산성 있는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생각했지만, 회사를 그만둔 후 한 달 동안 혼자서 서비스를 기획할 때가 힘들었다. 당시 수많은 아이디어와 생각이 있었다. 채팅 기능, 견적 기능, 경력증명서를 통한 프로필 자동 입력 기능 등 내가 좋다고 생각한 아이디어를 하나씩 줄여나가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고, 많은 사람을 만나 피드백을 받았다. 내가 만약 그런 기능들에 집착하고 있었다면 지금의 알파 버전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한 달 전 멘토 분께서 “앱 사업을 할 거면, ‘확장성’과 ‘단순함’만 고민하라. 외국에 ‘Yo‘라는 앱이 있는데, UI가 엄청나게 단순하다.”고 말씀해주셨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걸 계기로 가장 최근에 서비스 피벗을 했다.
Q. 팀 구성이 궁금하다.
■ 소개를 통해 만나 적극적으로 설득, ‘이상한 사람’ 환영
친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형에게 개발자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작년 10월 김태웅 개발자를 소개받은 후 3개월 정도 따라다니며 연락했다. 올해 2월에는 실리콘밸리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내가 발표하는 걸 보라고 하면서 같이 실리콘밸리에 다녀오자고 말했다. 그곳에서 일주일간 함께 지내면서 여러 사람과 네트워킹 했다. 스테이크를 좋아하길래 마지막 날에 맛있는 스테이크를 사주면서 같이 하자고 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던 최정열 개발자도 소개를 통해 만났다. 2시간가량 대화한 후에 바로 같이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내가 ‘잘 들이대는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나중에 합류한 이유를 물어보니 ‘대표는 마음에 들었으나 아이템이 확 끌리지 않아’ 고민하다가 사람만 보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 개발자는 “사업하면서 사업가 기질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는데 적극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조 대표가 ‘영업의 때는 묻었지만 찌들지는 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현재 ‘FruitLab‘은 iOS 개발자, 디자이너, 그로스 해커를 모집 중이다. 우리는 매우 개방적인 팀이라서 관심 있는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 달라.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팀을 꾸릴 때 우리와 다른 사람들, ‘이상한’ 사람들을 환영하고 오히려 정상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멀리한다. 스스로 ‘이상하다.’라고 인지한다는 건 자기 자신이 누군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사실 정상적인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통계학적으로 그래프 가운데에 분포한 사람들일 뿐이다. 다른 나라만 가보더라도 언어와 제스처, 음식 모두 이상하고 다르지 않나. ‘이상한 사람’은 열심히 자신의 장점을 특화해서 사는 사람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단점을 없애기 위해 시간을 쓰기 때문에 장점이 없어진다. 장점이 생기려면 특이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Q. 출시 준비 중인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 사람들과의 만남을 대신 기억해주는 연락처 앱, ‘Grape’
오는 8월에 출시할 ‘그레이프(Grape)’는 위치 정보를 이용해 같은 공간에 있는 상대방의 사진, 이름,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를 알려주는 연락처 애플리케이션이다. ‘기억의 가지’를 따라간다고 하여 서비스명을 그레이프라고 지었다. 또한, 다양한 자연어와 연관검색어로도 연락처를 검색할 수 있게 하여 상대방의 이름보다는 단편적인 기억력에 의존하는 인간의 생각 패턴에 최적화한 서비스이다. 앱을 실행하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인식하고 자동으로 시간과 장소를 저장하게 되니 사진을 찍을 필요도 없고 따로 입력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당황하거나, 어색하게 아는 척 연기하며 인사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서비스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한 정보의 저장이 아닌, 만남의 기억을 스마트폰에 맡길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연락처를 교환한 사람에 한해 디스플레이로 보여주고, 구체적인 기억을 대신해주기 때문에 상대방과 대화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A 행사에서 만나 명함을 교환했던 홍길동 씨를 6개월 후에 다시 만났다고 해보자. ‘저분 어디서 봤었는데.’ 하며 앱을 실행시키면 이름, 소속이 기억나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있으므로 스마트폰 화면에 자동으로 정보가 뜬다. 또 다른 예로, 지금 내가 세무적인 일을 상의할 게 있어서 검색창에 ‘세법’이라고 입력하면 먼저 내 인맥 중에서 세무사, 세법 전문 변호사, 세법 전문 변호사가 검색이 되고(1촌), 그다음으로 지인의 지인이(2촌), 마지막으로 그레이프가 추천해주는 사람(무촌)을 보여주는 거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Q. 그게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 팀원들의 기술 보유와 타 기업과의 기술 협업
그레이프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을 인식하기 위해 GPS와 Wifi 기술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블루투스와 비 가청음파 기술도 사용하게 된다. 최 개발자가 수차례 GPS와 Wifi 기술을 사용한 앱을 개발한 경험이 있고, 김 개발자의 경우 서버 개발 시 위치정보를 이용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개발한 적이 있다.
한편, 더욱 명확한 서비스 구현을 위해 Wifi 기술을 이용한 실내 위치 정보 수집 전문 기업 ‘로플랫(loplat)‘, 비 가청음파 전문기업 ‘사운들리(Soundly)’, 비콘 신호를 사용한 통학버스 시스템 개발사인 ‘이젠컴즈(Egencomz)’와의 기술 협업을 결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테스트한 결과, 공간 내 사람 인식 시 0.3초 이하의 시간이 걸리고, 0.3%의 배터리 소모율이 나오는 걸 확인하였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 올해 말까지 투자 유치
“당신이 만난 사람들을 기억해드립니다. 당신의 인맥에서 기회를 발견하십시오. (Remember everyone you’ve met. Discover opportunities in your network.)”가 우리의 비전이다.
글로벌 진출 등의 장기적 계획이 있지만 사실상 스타트업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당장 눈앞에 내가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고자 애자일(Agile)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우선 8월 서비스 출시 후 사용자를 모으고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50%의 재방문율을 끌어내고자 한다. 그리고 올해 말까지 투자 유치를 목표로 엔젤투자자, VC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찾아가는 인터뷰’시리즈는 앱센터의 프로그램 (Startup Weekend, K-Hackathon, A-camp, B-camp, Super App Korea 등)을 거쳐간 스타트업을 찾아가는 연재 인터뷰입니다. 앱센터의 동의를 얻어 벤처스퀘어에도 게재합니다. ‘찾아가는 인터뷰’ 시리즈 전체는 여기를 참고하세요.
글: 안경은 (앱센터)
원문: http://goo.gl/7MDK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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