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파리에서 열렸던 르 웹 (Le Web) 컨퍼런스에 아시아 웹 관련 세션의 스피커로 초청되어 간 적이 있다. 컨퍼런스는 12월에 열렸고, 그날 파리에는 부슬부슬 눈이 내렸다. 파리는 겨울에도 눈이 많이 오지 않는 도시였는지, 불과 2-3 cm의 눈만 왔었는데도 불구하고 도로는 온통 마비가 되었고, 수천명의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우리 일행도 그중의 일부였다. 택시를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미끄러운 도로를 몇십분간 걸어서 겨우겨우 파리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서, 노선도 모르고 표 사는 법도 모르고 영어도 잘 안통해서 애를 많이 먹으면서 어찌어찌 호텔 가까운 역에서 내렸다. 거기서도 택시가 없어서 휴대폰에서 맵을 보면서 호텔쪽 방향을 찾아서 겨우겨우 걸어왔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우리는 “파리라는 도시는 도대체 눈이 몇 센티만 왔는데도 완전히 마비네” 이런 조의 시니컬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근데도 “이럴때 (우버같은) 스마트폰 앱이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이런 이야기는 안했던것 같다. 심지어 다들 이미 아이폰을 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을 분명히 기억하는게, 우리중 한명이 핸드폰을 들고 덜덜 떨면서 호텔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아이폰의 GPS가 그때당시 다른 폰들에 비해 얼마나 정밀한지 칭찬했던게 기억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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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에 따르면,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이 우버의 사업모델에 대해서 생각했던게 파리에서 열렸던 르 웹 컨퍼런스에서 눈이 온 날 택시를 못 구했을 때였다고 한다. 누군가는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다는게, 이런건가 싶다. 그냥 갑자기 든 생각.
글 : 김창원
원문 : http://goo.gl/XWCQ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