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은 현대세계에서 미래학자들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하면서도 영향력을 갖춘 형태의 글 또는 미디어 작품이다. SF소설은 단순한 기술의 나열과는 달리 사람들의 이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감성적인 면까지 고려한 전체적인 미래를 인지하도록 도와준다. 물론 모든 SF소설이 미래를 그려내기 위해서 창작되지는 않았다.
SF, 자신의 정체성을 찾다
20세기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과 어두운 전망이 교차하기 시작한다. 일부에서는 미래지향적인 도시의 모습과 로켓과 우주여행, 외계인과의 조우,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기계와 환상적인 발명품들, 비행기 등의 일반화를 생각하면서 유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려내었고, 반대편에서는 문명의 붕괴, 버려진 땅과 처음보는 괴물들의 등장, 전쟁과 무기의 발달, 세계대전, 핵전쟁과 환경파괴 등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렸다. 희망과 공포가 교차하던 시기다.
이 때 SF는 자기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시작한다. 여러 잡지들이 등장하고, 단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으며, 새롭게 SF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 예술들이 나타났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인물로 휴고 건스백(Hugo Gernsback)을 빼놓을 수 없다. 휴고 건스백은 룩셈부르크 태생의 미국의 SF소설가이자 편집자로 현재 SF분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휴고상이 바로 그의 이름을 딴 상이다. SF에 투신하기 이전 건스백은 전자산업의 기업가로 이름을 떨쳤다.
주로 유럽에서 무선부품을 가져다가 미국에 팔았고, 아마추어 무선기술을 대중화하는데 힘을 쏟았다. 1908년 4월 세계 최초의 전자공학과 관련한 잡지라고 할 수 있는 Modern Electrics (당시에는 Wireless 라고 불렀다) 를 창간하였다. 또한 1909년에는 1년 만에 1만 명의 회원을 모은 WAA(Wireless Association of America)를 설립하였으며, 1913년에는 과학과 발명과 관련한 유명한 잡지인 Electrical Experimenter를 창간하였다. 이렇게 전자공학과 관련한 산업에 투신하던 그가 본격적으로 SF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어느날 갑자기 전환한 것이 아니라, Modern Electrics에 자신이 SF소설을 연재하면서 부터다.
그는 1911년 4월부터 12개월간 자신의 소설인 랄프 124C 41+를 연재하면서 본격적으로 SF와의 인연을 맺게 된다. 사실 이 책은 SF의 초기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기는 하지만 소설 자체는 진부하고 지나치게 전형적이라는 비평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다. 국내에서는《27세기의 발명왕》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어 해적판이 출판된 바 있다.
그의 소설보다 중요했던 것은 1926년 발매하기 시작한 SF잡지인 어메이징 스토리(Amazing Stories)의 탄생이다. 1926년 4월 처음 발매된 이 잡지에는 6편의 단편들이 다시 실렸다. 최근 10년 이내의 단편 3편과 쥘 베른, H. G. 웰스, 에드가 알란 포 등 세계적인 대가들의 단편 3편이 같이 실렸는데, 이후 이 잡지는 수 많은 SF작가들의 등단의 무대가 되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SF 팬덤을 만드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잡지에 편지를 쓰도록 유도하였고, SF팬들이 조직화되었으며, 이것이 하나의 운동이 될 수 있도록 자극하였다. 그리고, SF라는 말도 사실 상 그가 만들어 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는 Science Fiction 보다는 “Scientification” 이라는 말을 더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잘 나가던 그도 여러 사업의 부진과 대공황의 여파로 1929년 파산에 이르게 되는데, 이 때 자신이 아끼던 어메이징 스토리의 소유권도 잃게 된다.
SF예술의 탄생
어메이징 스토리가 발굴한 사람은 SF소설가만이 아니었다. 휴고 건스백은 같은 룩셈부르크 출신인 프랭크 폴(Frank R. Paul)의 일러스트레이션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의 최초의 SF소설이었던 랄프 124C 41+의 커버 일러스트레이션을 맡겼다.
프랭크 폴은 수 많은 기계와 로봇, 우주선 등의 일러스트과 이들의 구성이 매우 훌륭했고, 밝으면서도 눈에 띄는 색상을 접목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그의 이런 작화적인 특징은 그가 1914년부터 휴고 건스백의 Electrical Experimenter 잡지의 과학적 일러스트를 많이 경험했던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26년 4월부터 1929년 6월까지 어메이징 스토리의 38개 커버 스토리를 그리면서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수 많은 자신 만의 SF아트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그가 죽을 때까지 그린 잡지의 커버만 220개가 된다고 하니, SF예술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는 또한 1939년 10월~11월 마블코믹스(Marvel Comics)의 첫 번째 이슈의 커버를 장식했는데, 휴먼 토치와 서브마리너가 등장한 이 커버는 괜찮은 상태의 잡지의 경우 경매에서 2~3만 달러에 팔린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작품을 발표했지만,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1927년 8월에 그린 어메이징 스토리의 커버로 H. G. Wells의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을 그려낸 것이다. 이 커버의 일러스트는 잡지도 유명하지만, 정말 다양한 형태로 재인쇄되었다.
SF 황금시대의 개막
휴고 건스백이 일으킨 SF대중화의 바람을 이어받아 SF 황금시대(Golden Age of Science Fiction)를 연 인물은 존 켐벨(John W. Campbell)이다.
존 켐벨은 MIT에 진학을 하면서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의 창시자인 노버트 위너(Nobert Wiener)다. 노버트 위너와 존 폰 노이만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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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8세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메이징 스토리에서 그의 단편 6개와 한 편의 소설, 6개의 편지를 출간하였다. 그 덕분에 21세 나이에 유명한 작가가 되었지만 MIT의 독일어 강좌에서 낙제점을 받게 되고, 그것이 이유가 되어 MIT를 졸업하지 못하고, 1년 뒤 듀크 대학에 진학해서 물리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의 작품은 특히 우주모험과 관련한 것들이 많았고,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라는 쟝르의 확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품 중에서 Astounding Stories에 소개된 3작품인 “Twilight”, “Night”, “Who Goes There?”을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는데, “Who Goes There”의 경우에는 “괴물(The Thing from Another World)” (1951), “더씽(The Thing)” (1982, 2011) 이라는 제목으로 3차례나 영화화가 되었다.
단순한 SF 작가에서 SF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편집자로서 그의 역량을 발휘하게 된 계기는 그의 작품을 발행해주던 SF잡지인 Astounding Stories의 편집자였던 올린 트레마인(F. Orlin Tremaine)이 그를 1937년 10월호부터 자신의 뒤를 이을 편집자로 고용하면서 부터다.
1938년 그는 Astounding Stories의 이름을 Astound Science-Fiction으로 이름을 바꾸고 수 많은 스타 SF작가들을 발굴하는데, 1939년 7~9월호가 특히 유명하다. 이 시기 A. E. van Vogt의 첫 번째 작품 “Black Destroyer”와 아이작 아시모프의 초기작 “Trends”, 로버트 하인라인의 첫 작품 “라이프라인(Life-Line)”, 시어도어 스터전의 첫 작품 등이 줄줄이 소개되었다.
SF 백과사전(The Encyclopedia of Science Fiction)에서는 존 캠벨을 이렇게 표현한다.
어떤 개인보다도, 현대 SF의 형태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다.
More than any other individual, he helped to shape modern sf
글 : 하이컨셉
출처 : http://goo.gl/EHsK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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