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과하이드] 지킬편::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

성공한 대가의 원칙은 간결하다

서울에 있는 모대학의 실용음악학과 수시모집 진학경쟁률이 수년째 400대 1을 넘고 있다. 어마어마한 경쟁률이다. 이러한 경쟁률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형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세계의 주요 마라톤 대회에는 2만여명이 참가한다. 메달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선수는 올림픽 출전 선수규모를 고려하면 100명 정도 된다. 그리고 그 중 금메달을 차지하는 것은 한 명. 마찬가지로 어마어마한 경쟁률이다.
이와 같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탑을 차지해본 적이 있는 대가들은 자신의 성공에 대해 어떤 철학과 원칙을 갖고 있을까.

 

1.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

재즈 트렘펫 연주자 테렌스 블랜차드(Terence Blanchard)는 1980년대 재즈부흥의 중심인물이다. 그래미상에 13회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그 중 5회를 수상했다. 그는 연주자로서의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공연 기획력, 디렉팅 능력도 탁월하다. 특히 마이애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의 음악에 대한 사색의 깊이도 더욱 깊어졌다.

그런 그가 한 인터뷰에서 후배 음악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남겼는데 참으로 인상적이다.

제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 너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 당신은 자신이 연습을 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죠. 그것을 하든 하지 않든 사람들은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 자신만은 알고 있는 거죠.
당신이 연습을 하고 하지 않고는 당신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공연에서 결국 드러나겠죠.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평범한 조언이다. 그런데 그 뒷부분이 충격적이다.

당신이 연습을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기억해두세요. 당신이 연습을 하지 않는 그 시간에 이 지구 어딘가에서는 당신 또래의 누군가가 연습하고 있을 겁니다. 만약 운이 좋다면 당신은 언젠가, 어딘가의 무대에서 그 사람과 만나겠죠. 그때 가서 화내거나 질투하지 않길 바랍니다.

 

 

2. 오늘, 단지 오늘에 최선을 다하라

라이언 홀(Ryan Hall)은 현재 미국의 탑 마라토너다. 하프 마라톤과 마라톤 분야에서 미국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마찬가지로 마라토너인 아내와 함께 러너들을 위한 공동체 운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목적이 런닝을 통해 얻은 통찰을 사회의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인 만큼, 그는 삶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몇 차례 인터뷰를 통해 말해왔다.

다른 이와 자신을 비교하지 마세요. 비교를 통해 만족을 얻으려면 결국 자신이 그 누군가보다 우월해야 하잖아요. 그것은 일종의 경쟁이죠. 비교를 하고 경쟁을 한다는 건 뭔가요? 결국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되죠. 그리고 사실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 생각에는 일생을 통해 할 수 있는건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그런데 흔히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보내려고 하잖아요. 그것도 결국은 비교예요. 말하자면 자기자신을 자신과 비교하는 거죠.

이어지는 인터뷰의 뒷부분이 나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인간은 결국 늙어가잖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한창 젊을 때의 나보다는 못하기 마련이죠. 그러니까 당신이 과거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려고 한다면 대부분 실망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오늘에 최선을 다하자는 거죠.

예전에 청소년들의 상담을 몇 년간 한 적이 있다. 그들의 고민들은 대개 비슷비슷했다. 상담의 주요 내용은 학업과 실기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물론 학업과 실기에 있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주로 상담요청을 해왔다. 그들의 말은 이런 것이었다.

공부(혹은 연습)를 하다보면요. 공부 잘 하는 애들은 그냥 아무 고민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집중을 하다가도 금방 딴 생각이 들어요. 이걸로 앞으로 뭘 해야 하나. 내가 얼마나 이 문제를 열심히 풀어야 시험 때 이걸 안 틀리고 맞출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공부 잘 하는 애들에게 물어보거나 하면 그 친구들은 그냥 한대요. 자신이 왜 공부를 하는지, 이 공부를 언제까지 얼마나 해야하는지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것 같아요.

나는 위 학생의 말이 앞의 대가들의 인터뷰 내용과 겹쳐졌다. 공부라는 것에 왕도는 없다고 말한다. 왕도가 없다는 것은 결국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냥 내 앞에 놓인 책과 문제에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말이 된다.

나에게 상담을 요청했던 학생은 자신이 공부의 목적과 방법론을 고민하기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고,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성적이 좋게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었을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아마도 그 학생 스스로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그저 그 학생이 떠올라서 쓴 것이 아니다. 살을 빼고 근육질 몸매를 만들지 않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우리들, 매년 독서와 영어 공부 계획을 생각해보긴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흘러가기만 하는 세월. 우리들 대부분은 최선을 다 하지 않고,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글/ 벤처스퀘어 남정우 칼럼리스트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