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 (Multi Channel Network) 사업이 향후 미디어산업 개편의 주역으로 주목을 받는 한편 개인 방송으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와 수익을 얻고 있는 1인 창작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세간에서는 이들을 관심종자(?) 라고도 부르며 좋지 않은 시각으로 경계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만들고 유통시키는 영상들은 기존 미디어의 아성을 공격하며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꼭 전문가가 아니어도 좋아하는 분야의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틈새 영역을 늘려가는 창작자들도 많다. 정부 역시 이러한 환경 변화에 맞춰 1인 창작자를 발굴하는 공모전과 기획안 콘테스트 등을 열고 이들을 발굴ㆍ육성하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25살의 양수연씨도 좋아하는 것을 쫓다 보니 1인 크리에이터가 된 케이스다. 대학 시절 유학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먹방여행이란 설정으로 먹는 영상을 찍었고 그 영상이 생각지도 못하게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의 글로벌 창의콘텐츠 크리에이터 공모전에서 수상작으로 뽑혔다. 선발된 팀들은 일정 기간 기획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을 제공 받았는데 양수연씨는 그 중에서도 재능을 인정받아 10인의 크리에이터에 선발되기도 했다.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창작자에게는 차후 미래부 장관상등 포상도 주어진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준비했던 유학을 접고 클레이(찰흙)로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드는 창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공모전 수상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셈. 하루 12시간 꼬박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면서도 취미가 직업이다 보니 스트레스 없이 재미있어서 한단다. 유명 크리에이터에 비해 아직 유튜브 구독자 수는 적지만, 퀄리티 있는 콘텐츠로 팬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닮고 싶은 롤모델은 딱히 없다. 자기 갈 길은 스스로 만드는 성향이라더니 요즘 핫하다는 MCN 사업자 ‘트레저헌터’와 얼마 전 제휴계약도 맺었다. 손이 예쁜 여자, 얼굴 없는(얼굴 사진을 요청했으나 끝내 받지 못했다!) 크리에이터 양수연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크리에이터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글로벌 창의콘텐츠 크리에이터 공모전을 통해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을 알게 됐습니다. 그분들과 1인 미디어 전망, 크리에이터의 장단점, 가치관, 라이프 스타일 등을 공유하다 보니 IT쪽은 적성에는 맞지만 열정과 흥미가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과 크리에이터의 라이프 스타일이 제게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리에이터로 일하기 전에는 무엇을 하셨는지?
컴퓨터를 전공하는 대학생이었습니다. 프로그램 개발이 적성에 나름 맞아서 IT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고 미국 대학원에 가려고 준비했었습니다. 그런데 콘텐츠 공모전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서 졸업하자마자 크리에이터를 준비했습니다.
그럼 현재 본업이 크리에이터인가요?
네. 클레이 제작 외에 다른 일은 안 하고 있습니다.
클레이로 아이템을 정한 이유는?
대학원도 붙었지만, 진학을 포기하고 정작 크리에이터를 하려 마음먹었는데 당장 지속해서 만들어낼 아이템이 없었습니다. 거의 한 달 정도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누가 클레이로 만들어 놓은 사진을 보게 됐습니다. 그 사진에 대한 댓글도 꽤 긍정적이고 저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본능적으로 ‘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정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렸을 때 제가 찰흙을 재미있게 가지고 놀던 기억과 방학숙제로 매번 찰흙 작품을 냈던 기억이 확 떠오르면서 클레이 크리에이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곧바로 폴리머 클레이와 기타 준비물을 사서 파워퍼프걸의 버블을 첫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두 달 정도 연습을 하고 유튜브에 정식으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사이트 바로가기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무엇을 하시나요?
저는 어떤 캐릭터를 만들지 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편이라 아침에 일어나면 스케줄러에 적어놓은 ‘ 오늘 만들 캐릭터 ’를 확인하고 바로 작업을 시작합니다. 보통 하루 12시간 정도 클레이 피규어를 만들고 영상작업을 하는데 직업이 곧 취미이다 보니 하루 종일 일 해도 스트레스를 거의 안 받습니다. 약속이 잡히면 전날 미리 끝내놓고 나갔다 오는 정도입니다.
영상은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 하시나요?
캐릭터를 만들고 영상까지 제작하는데 2~3일 정도 걸립니다. 그래서 주 2회 (수요일, 토요일) 규칙적으로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만들기 팁’ 처럼 정보를 제공하는 짧은 영상이나 클레이 애니메이션도 불규칙적으로 올릴 생각입니다.
영상촬영 편집 다 혼자 하는지?
네. 캐릭터 선정, 촬영, 편집 다 혼자서 합니다. 딱히 같이 할 사람도 없습니다.
매번 아이템 선정은 어떻게 하나요?
초반에는 제가 만들고 싶은 캐릭터 위주로 만들었는데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요청이 들어오면 미리 짜놓은 제작 스케줄러를 조금 조정해서 요청이 들어온 캐릭터를 우선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든 작품들은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판매도 하는지?
아크릴 재질의 투명한 피규어 보관함에 보관합니다.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제가 직접 창작한 캐릭터로 상품을 만들면 팔 생각입니다.
바이럴이 잘되게 하기 위한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 것 같은지?
바이럴 마케팅이라기 보다는 완성된 작품을 찍어서 SNS에 올리고 해쉬태그를 하는 정도로 입니다. 댓글을 보면 사람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콘텐츠가 있다기 보다는 그냥 잘 만들면 다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최고 인기 있었던 아이템은?
현재 인사이드 아웃의 소심이라는 캐릭터가 조회수가 가장 높습니다. 4,000회 정도 되는데 이 숫자가 상대적이라 많다고 볼 수도 있고 적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본업인데 수익은 어디서 나오나요?
영상이 재생되기 전에 뜨는 광고를 시청하면 수익이 발생합니다. 이것 외에 수입은 없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을 안 좋게 보는 시선에 대한 의견 주변인들의(친구, 부모님) 의견은 어떤지?
어떤 콘텐츠를 만드냐에 따라 크리에이터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 심하게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면 안 좋은 시선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재미, 감동, 정보 등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터라면 충분히 긍정적인 시선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께서는 수익이 안정적이지 않은 점을 조금 걱정하시지만 크리에이터를 직업으로 하는 것을 괜찮게 보고 계십니다. 주변 친구들은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신기해하고 초창기부터 영상도 많이 봐주고 홍보도 해주고 응원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에게 꼭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도 자신의 영상을 보지 않아도 꾸준히 묵묵히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 열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 됐지만 크리에이터는 제곱 그래프처럼 초반에는 아주 조금씩 성장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큰 폭으로 성장하여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도중에 빨리 유명해지지 않는다고 포기하는 성격이라면 크리에이터를 직업으로 하기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크리에이터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자막, 나레이션, 특수효과를 전혀 넣지 않고 배경도 손 색깔과 비슷한 판을 깔고 찍기 때문에 클레이가 완성되는 과정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자막과 나레이션을 빼다 보니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 해외 시청자도 무리 없이 볼 수 있습니다. 조만간 클레이 애니메이션도 제작할 예정인데 아직 국내에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는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저만의 독특한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다른 크리에이터와 차별점을 두고 싶습니다.
크리에이터 직업을 갖는 것의 장단점은?
혼자 일할 수 있다는 점과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제가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한 계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주변에 사람이 있거나 시끌시끌하면 집중을 잘 못 해서 혼자 일하는 쪽이 훨씬 능률적입니다. 게다가 저는 아침에 못 일어나는 야행성인데다가 틀에 갇혀있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라고 한다면… 정말 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근데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은 약속한 날짜에 영상을 올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 하는지는 마음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단점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인맥을 늘릴 기회가 적다는 점입니다.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회사 사람들과 새롭게 알게 되고 인맥을 넓혀가는데 크리에이터는 같은 회사 크리에이터끼리도 자주 못 보고 친해지기 힘든 것 같습니다. 또한 재택근무이기 때문에 쉽게 나태해질 수 있고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서 운동을 따로 해주며 건강을 신경 써야 합니다.
트레져헌터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됐나요?
글로벌 창의콘텐츠 크리에이터 공모전을 통해서 대표님을 알게 됐는데 그 당시에는 MCN이 뭔지도 몰랐고 크리에이터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기 전이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크리에이터를 혼자 준비하고 MCN에 관심이 생겼을 때쯤에 대표님과 연이 닿아서 안부도 묻고 컨설팅도 받을 겸 트레져헌터에 방문했습니다. 대표님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제 영상과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를 좋게 봐주셨고 저도 회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되고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틈새를 노리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게임, 요리, 뷰티, 리뷰,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기존 크리에이터들이 하지 않은 영역을 찾아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차별화 시키면 신선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열정도 꼭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앞으로 어떤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지?
‘클레이’ 하면 바로 생각나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연(年)단위 목표를 따로 세워놓지는 않는데 ‘클레이 ’하면 바로 생각나는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주승호 choos3@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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