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기업은 고용을 늘리고, 중소기업은 고용을 줄이는 이른바 고용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자체 기업정보포탈인 코참비즈에 수록된 전국 6만 6천여개 기업의 최근 3년간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기업은 종업원 수를 전년보다 49,954명 늘렸고(3.2%↑), 중소·중견기업은 17,355명을 줄인 것(1.0%↓)으로 나타났다.
전체 종업원 수 규모를 비교해 보면, 상시종업원 수 1천명 이상의 대기업은 총 1,308개사로 약 160만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6만 3천여 개의 중소기업 고용인원인 131만여 명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은 각 사당 1,226명을, 중견·중소기업은 각각 436명, 21명을 고용하는 셈이다.
지난 2년간 고용인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서울’(98,448명↑), 가장 많이 줄어든 지역은 ‘경기’(10,028명↓)로 조사됐고, 고용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전’(8.7%)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측은 “대전의 경우 대덕 테크노밸리와 4개 첨단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950여개 기업의 공장가동률이 증가해 2년새 4,700여명이 증가했다”면서 “고용증가율면에서 전국 최고이기도 하지만 추가 고용창출규모면에서도 서울에 이어 두 번째”라고 말했다. 경기지역의 고용인원 감소에 대해서는 자동차, 기계, 전자 등 도내 주요공단의 내수·수출부진과 그로 인한 설비투자 감소, 건설경기 악화 등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업종별 고용규모를 살펴보면, ‘제조업’이 170만명 이상의 고용을 유지하면서 국내 일자리의 절반 이상(52.6%)을 책임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도소매업’(8.1%), ‘금융보험업’(7.2%), ‘방송통신·정보업’(6%), ‘건설업’(5.1%)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85,085명으로 5년째 가장 많은 고용창출을 하고 있었고, 다음으로 현대자동차(55,984명), 기아자동차(32,616명), 케이티(30,841명), 엘지전자(29,554명) 순이었다.
인수합병을 통한 자연 고용증가를 제외하고 전년 대비 고용인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파리크라상’이 차지했으며, 엘지디스플레이, 삼성테스코, 엘지전자 등이 뒤를 이었다. 파리크라상의 경우 제과점(파리바게트)의 전국매장 확대 등에 힘입었고, 전자업종의 경우 지난해 불어닥친 3D·LED TV 열풍에 따른 것이라고 대한상의측은 풀이했다.
이번 고용성적표에 따르면 ‘1인 창조기업’도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규모별 기업현황을 분석해 보면, ‘5인 미만’ 사업장과 ‘10~49인 이하’ 사업장 비중이 전체의 58.6%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창업주 1인이 운영하는 ‘1인 창조기업’도 8.8%를 차지해 2년새 약 900여개나 늘어난 걸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이런 현상이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에 따른 창업열풍과 재택창업 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형서 대한상의 회원사업본부장은 이번 고용성적표의 가장 큰 시사점으로 ‘고용 양극화’를 지적하면서 “경기부침에 민감한 중소·중견기업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중견기업을 대기업으로,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유인책 마련을 통해 경기상황에 좀 더 의연할 수 있는 규모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 본부장은 “1인 창조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추가고용을 통해 기업규모를 키워나가는 사례가 많이 발견됐다”면서 “이들 기업이 새로운 고용증대의 기대주인만큼 정부는 적극적인 창업지원과 지역특성화 전략에 맞는 첨단 제조업·녹색 IT산업 육성에 더욱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