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냉전이 심화되면서, 핵전쟁이 일어나고 인류의 문명이 멸절될 수 도 있다는 두려움이 전 세계를 지배하였다. 또한 냉전과 함께 우주를 향한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이런 사회적 배경은 SF소설과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이 시기에 호러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우주여행이라는 테마가 교묘하게 섞이는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SF의 실버에이지를 대표하는 작품 중에서 월터 밀러(Walter Miller)의 <라이보위츠를 위한 영창(A Canticle for Leibowitz)> 과 조지 스튜어트(Geroge R. Stewart)의 <견디는 지구(Earth Abides)>는 이런 시대의 고민을 잘 나타내었다 (SF 100대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지만 국내에는 번역판조차 출판되지 않았다. 최소한 필자가 검색해본 바로는 …). 두 작품 모두 핵전쟁 등으로 인류의 문명이 파괴된 이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코믹스럽기도 하고 종교적인 색채도 띄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지만, 기본적으로 SF의 가장 정형화된 아포칼립스(Apocalypse) 또는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서브쟝르의 효시가 되기도 하는 작품들이다.
아포칼립스물과 포스트-아포칼립스물은 모두 전쟁을 통한 문명의 종말, 전염병, 운석 충돌, 생태학적 재해 등의 발생 이후 세계와 문명에 대해 다루는 하위장르인데, 아포칼립스물이 재앙 그 자체와 그 직후의 여파를 주로 다루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은 재앙 이후 근미래에서 수백~수천 년 이후의 세계까지 광범위하게 다룬다.
<라이보위츠를 위한 영창>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견디는 지구>를 아포칼립스물의 원조로 보통 생각한다. 아포칼립스 / 포스트 아포칼립스 SF는 비디오 게임에서 인기가 있는 장르다. 대표적으로 폴아웃 시리즈를 이야기하는데, 핵전쟁의 생존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애쓰면서 점차 회복되어 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에는 SF영화도 시대적 배경을 매우 잘 나타낸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1956년 같은 해에 개봉된 <지구 대 비행접시 (Earth vs. the Flying Saucers>와 <신체강탈자의 침입(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가 있다.
이 두 작품은 모두 외계인의 침략과 관련한 이야기지만, 사실은 냉전의 두려움을 빗대어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창 냉전이 진행 중에 있었는데, 작가들의 상상력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사건이 하나 터졌으니, 이것이 그 유명한 1947년의 로스웰 외계인 사건이다.
미국의 뉴 멕시코 주 로스웰 지역에 추락한 미확인 비행 물체 즉, UFO의 잔해가 발견되었는데,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를 UFO가 아니라 기상관측용 기구라고 발표하였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많은 증언들이 존재하면서 UFO와 외계인의 존재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단골로 언급되는 사례다.
로스웰 사건은 막 2차 세계대전을 끝낸 인류에게 정체나 기술력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생명체와의 우주전쟁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1950년 대에는 지구를 침략하는 외계인과 관련한 SF영화들이 많다. 1951년의 지구 최후의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1953년의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처럼 이후 리메이크가 되는 작품들도 이 때에 등장했다.
<지구 대 비행접시>는 <우주전쟁>이나 <지구 최후의 날>보다 유명한 작품은 아니지만, 특수효과의 장인이라고 불리웠던 레이 해리하우젠의 흑백영화 시절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외계인들이 본격적으로 지구를 침공하면서 백악관를 비롯한 미국을 대표하는 공공기관들이 파괴되는 장면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심지어 이 시퀀스들은 팀버튼의 <화성침공> 등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
<신체강탈자의 침입>은 이와 달리 스토리가 탄탄하고, 냉전시대의 스파이의 암약과 수상한 사회와 같은 현실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어서 더욱 인기를 끈 작품으로 20년이 지난 70년대에 한 차례 더 리메이크가 되기도 하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마을 사람들이 겉모습으로는 전혀 차이가 없는데, 마치 정신만 바뀐 것처럼 모두들 딴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을 눈치챈다. 이는 사실 외계에서 날아 온 이상한 꽃씨가 발아하면서 마을에 점점 퍼지며, 그 꽃이 사람들이 잠 잘 때마다 신체를 복사해 낸 것이었다. 주인공은 친한 친구인 정신과 의사에게 얘기하지만, 친구는 집단 심리 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하면서 그 사실을 믿지 않는데, 마침내 그 정신과 의사조차 이미 변해버린 외계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 사람만이 남아 필사적으로 졸음을 쫓으면서 저항한다.
이처럼 SF소설과 영화는 소재에 있어서는 다양한 과학적인 원리와 기술 등을 활용하지만, 스토리 라인에 있어서는 당대의 사회문화적인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지구 대 비행접시>의 전투 장면을 컬러 복각된 영상으로 소개한다.
글 : 하이컨셉
출처 : http://goo.gl/WgGx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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