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철민 대표의 창업 이야기
지난 여름 온오프믹스의 양준철 대표를 만나, 고등학생 벤처 창업 스토리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그때 양준철 대표의 이야기에 빈번히 등장했던 위자드웍스 루비콘 게임즈의 표철민 대표를 만났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시대, 같은 상황에서 같은 경험을 한 두 사람의 생각이 좀 다른 것이었습니다.
우선 표철민 대표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죠.
“표철민 대표는 작년 9월 미국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한 ‘아시아를 대표하는 젊은 기업가 25인(Asia’s Best Young Entrepreneurs 2009)’에 선정돼 세상을 깜짝 놀래켰다. 그러나 그의 창업은 중학교 3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최연소 법인 등록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역시 첫 번째 창업은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2006년 국내에 위젯을 처음 도입해 위자드웍스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위젯 시장의 1위 기업으로 자리잡는다.
그리고 올해 그는 또 다시 소셜 게임 회사인 루비콘 게임즈를 설립했다.”
표철민 대표 인터뷰: 20대 청년 CEO, 신화는 없다
http://www.kocca.kr/gallery/people/1302149_1370.html
흔히들 ‘벤처 신화’, ‘창업 신화’ 등 그들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승화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기적이나 신화가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요. 오히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그들만큼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밖에 없겠다’하고 납득할 정도입니다.
그럼 이제 ‘고등학생 벤처’에 대한 표철민 대표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들어볼까요?
첫 번째 회사가 도메인 등록 회사였다고. 내가 처음 창업한 회사 이름이 다드림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말 그대로 ‘다 퍼주다’ 망했다(웃음). 사실은 많은 다(多)+꿈(dream)이다.
– 중학생 때 창업했는데, 지금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달라.
창업하는 것은 개인에게는 상당히 큰 의미가 있고 매우 값지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좋은 사장이 될 수 있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창업은 널뛰기와 비슷하다. 널뛰기를 뛰어봐야 담장 밖에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널뛰기를 뛰지 않으면 그런 세상을 전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창업은 새로운 시각을 일깨우는 널뛰기를 뛰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담장을 넘어가는 것이 어렵다. 나도 아직 못 넘어갔다. 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들, TNC 노정석 사장님이나 이니시스 권도균 대표님 등, 담장을 넘어간 분을 보면 그 분들은 항상 준비가 돼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올블로그 박영욱 대표와 이에 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왜 TNC 노정석 사장님과 우리는 같은 시기에 시작했는데, 그 분은 이미 업적을 이뤘는데 우린 이렇게 헤맸을까?”라는 질문을 서로에게 던졌다. 돌이켜보면 답은 하나였다. ‘앞서간 사람은 이미 준비가 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게 큰 차이다. 창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창업의 경험은 매우 소중하다. 그러나 정말 성공하려는 목적으로 창업하는 것이라면 그 나이에 창업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 창업을 말리겠다는 의외의 대답에 놀랐다. 그러나 나이의 문제를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 이를테면, 티켓몬스터의 신현성 대표의 경우는 굉장히 준비가 잘 된 사장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좋은 아이템을 잡은 것도 있지만 그 분은 아이템이 달랐어도 성공했을 것 같다. 학생 창업을 무조건 부추겨서는 안된다. 사장이란,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만약 개인사업자로 경험삼아 해보겠다고 하면 그건 얼마든지 해도 좋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걸고 할거면, 정말 준비됐는지부터 돌아보고, 진지하게 따져보고 해야 한다. 무조건 하라는 사회 분위기가 좀 우려스러운 이유다.
– 준비라고 하면 어떤 것을 말하는지.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쉬운 것인데,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가이 가와사키의 <당신의 기업을 시작하라>는 책을 추천한다. 내가 그 책이 좋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3, 4, 5장의 창업실무’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정말 읽기를 바라는 부분은 대부분이 다 무시하고 지나가는 1장이다. 1장은 ‘비전’에 대한 뻔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 1장을 반복해서 열 번만 읽어보면 거기에 답이 다 있다. 벽에 걸려있는 저 ‘뿌리가 깊은 나무로 살자’의 모티브도 거기서 나온 것이다. 그 책의 1장에 보면 ‘기업의 만트라를 정하라’고 나오는데, 이게 그 만트라의 실행문이다.
– 그렇다면 중고생의 창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도 역시 회의적이다. 창업한 중고생의 상당수가 창업을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않고 수업 인정을 받는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중고생 창업을 반대한다. 이런 친구들의 경우 창업을 위해 학업을 등한시하는 것은 당연하며, 자신이 하는 일이 학업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공부하는 또래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점점 오만해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중고생 창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양준철 대표의 얘기와는 좀 다른 얘기를 하고 싶다. 나는 어렸을 때 벤처를 하는 친구들을 띄워주는 것에 반대한다. 이들이 지나치게 오만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 역시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느라 힘들었다. 학업으로 사업에 지장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학업을 충실히 마치는 것이 어떤 형태로든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존경하는 분이 있다면?
난 내가 만난 사람만 좋아한다. 노정석 사장님을 존경할 정도로 좋아하고, 권도균 대표님도 존경한다. 그리고 이영두 그린화재보험 회장님도 존경한다. 어느날, 그분이 내 기사를 보고 난데없이 찾아오셨다. 오셔서 나와 잠깐 얘기를 나누고 나서 딱, 30분 만에 우리 회사가 그간 6년간 해왔던 일을 싹 정리해버리셨다. 위젯이 뭔지도 모르는 분인데도, 현재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콕콕 짚어내 주시고는 “갑니다!”하고는 유유히 떠나셨다. 이영두 회장님은 자수성가한 분인데, 그 인사이트에 정말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