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즈온 통한 그루폰 한국 진출 계획 “없었다”

꽤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얼마 전까지 한국 진출이 기정사실화 되었던 그루폰이 완전히 딴소리를 하고 나선 것이다. 아니, 딜즈온을 통한 그루폰의 한국 진출 계획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둘 가운데 한 곳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전자신문은 “소셜커머스 업계 세계 1위 그루폰, 국내 진출 무산“이란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했지만 아무래도 제목이 어색하다. 그루폰이 한국에 진출하겠다는 의지가 있긴 했어도 이 보도에 따르면 “딜즈온을 인수하여 한국으로 진출하겠다”는 사실 자체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줄리 모슬러(Julie Mossler) 그루폰 홍보 매니저는 본지에 보낸 이메일에서 “그루폰은 한국의 어떤 회사도 인수하지 않았다”며 “딜즈온에 제시했다는 인수금액, 인수날짜 등은 추측(speculation)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모슬러 매니저는 이어 “우리는 (한국 진출과 관련)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을 갖고 있지 않다”고도 설명했다.



매일경제의 취재에서도 그루폰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한다.

“Date: Wed, Nov 10, 2010 at 12:42 AM
Subject: Re: Hello, I’m Choi, Reporter in Korea

No, this isn’t true. I will let you know if anything changes. Thanks!

Julie”

그루폰은 ‘딜즈온’ 인수 왜 사실 아니라 했을까 [고민하고 토론하고 사랑하고]



이에 대해 전자신문에게 딜즈온 대표가 말한 내용은 이렇다.

조재국 딜즈온 대표는 “그루폰이 인수를 보류하자고 통보해 왔다”며 “미리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이유는 1차 합의가 끝났고 인수 업체에 관한 루머가 워낙 많아 이를 잠재우기 위해 취한 조캇라고 해명했다. 조 대표는 이어 “그루폰이 해외 투자 성과를 생각보다 신통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이 급변하면서 그루폰의 국내 진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고 덧붙였다.

마치 그루폰의 대변인인 듯한 인상을 여전히 풍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딜즈온 조재국 대표의 이러한 언행에 어이 없어 하고 있다. 조재국 대표가 티켓몬스터 상표권을 선취한 뒤 무상(?)으로 되돌려준 것도 황당한 에피소드다.

그만은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지만 얼마 전부터 이렇게 저렇게 다리를 걸쳐 놓고 있는 입장에서 이 소문을 전달받아 백방으로 사실 확인에 나섰지만 결정적으로 그루폰의 답변이 없었다.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의혹’만으로 이 내용을 언급할 수 없었다.

일단 그만을 비롯해 전자신문 이외의 몇몇 기자들도 그루폰 쪽으로 메일을 통한 질문을 던졌던 것으로 아는데 전자신문에 답변이 왔으니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표면화 됐다고 보고 그동안의 의혹을 언급할 수 있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업계는 왜 딜즈온의 기자간담회까지 동원한 그루폰 코리아 설립에 의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었나.

1. 일방적으로 인수금액이 노출됐다. 해외 기업이든 우리나라 기업이든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사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 진행 내용을 흘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2. 국내 언론을 제외한 어디서도 그루폰의 한국 진출 소식이 알려지지 않았다. 트위터에서조차. 딜즈온이 그루폰을 대신해서 공식 발표를 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런 소식은 본사 임원이 참석하거나 본사에서 공식 보도자료를 동시에 배포하는 것이 정상이다.

3. 사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 임원 구성과 지분 구조에 대한 상세한 발표가 있었다. 막판까지 사인 직전에 이 내용은 조율되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80%의 지분을 취득하겠다거나 2명의 본사 임원을 파견하겠다거나, 조 대표를 그루폰 코리아 대표로 그대로 놔둔다거나 하는 지분과 인사 내용은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과는 별도의 내용이다. 일개 지사장 후보가 합의하고 말고의 내용이 아니다. 더구나 이런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4. 무엇보다 그루폰의 한국측 실사가 진행될 때 딜즈온을 접촉한 것은 사실로 받아들여지나 업계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 누구도 딜즈온을 추천하거나 딜즈온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딜즈온은 그냥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대상 수십개 업체 가운데 하나였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론적으로 말하는 것이지만, 이런 내용에 다들 의심 없이 기사를 쓴 매체로서는 얼른 이 내용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추측인데 왜 그루폰은 이미 2주전부터 그만이 메일을 보내고 트위터로 질문을 날리는 등 귀찮게 굴었는데도 일언반구 응답이 없다가 지금에서야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일단 그루폰에서는 11월 중순까지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그동안 여러 곳과 접촉을 시도해왔고 인수의향서를 전달하여 본격적인 딜을 준비해온 곳이 몇 곳으로 압축되는 과정에서 딜즈온이 얼토당토 않은 내용을 발표했다. 당연히 그루폰 입장에서 이 발표에 대해 긍정해줄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부정하게 되면 나머지 업체로 인수대상이 압축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또한 50억원이란 출처 불명의 금액이 등장한 이상 인수가 협상에서도 그루폰은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그동안 시간을 끌면서 나머지 업체와의 협상을 진행해왔다는 것이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결과가 그루폰 코리아로 가시화될지 아니면 전면 백지화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공식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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