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해보셨습니까?
어느날 별로 생각하지도 않은 문제를 접하면서 ‘아, 이런 문제가 있구나’ 하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서 질문을 받는 겁니다.
“당신은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면 갑자기 걸어가던 사고의 속도가 초고속으로 빨라지면서 두되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사고과 신념들이 치고받게 됩니다. 그리고 입으로 몇 가지 결과가 튀어나오죠.
“제가 보기에 그 문제는…”
자, 당신은 이제 빠져나올 수 없는 일방향 터널로 진입했습니다.
당신은 이제 자신이 뱉어놓은 말 때문에 계속 그 일방향 터널로 일직선으로 질주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내가 원래 그런 신념을 갖고 있었는지조차 잊게 됩니다. 주위 시선과 관심이 집중될수록 놀랍게도 나는 나를 설득하게 됩니다. “원래부터 나는…”
“처음부터 나는… “
“누가 뭐라든 나는… “
이 넘치는 자아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설득하고 다시 그 설득당한대로 내뱉고 다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동조할 것이라고 믿고 동조하지 못하는 이들은 나와 상관 없거나 정말 나와 근본부터 다르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어느덧 극단에 서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편인지를 확인하려고 누구에겐가 다시 똑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
…
당신은 당신이 말한대로 살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나는 진보야, 나는 보수야, 나는 IT 블로거야, 나는 누구를 싫어해, 나는 대기업이 싫어 등등의 자기 선언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 선언이 자신을 옥죄어오고 그 관행을 역으로 되돌리거나 그 사고를 변형하거나 전환하는 것에 대해 ‘변절’의 낙인이 찍힐까봐 전전긍긍합니다.
…
스스로 선언하지 마세요.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단언하지 마세요. 당신은 당신의 생각보다 더 다양한 사고 체계를 갖고 있고 당신의 생각보다 더 큰 환경 속에서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더 놀라운 관계를 쌓아가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게될지 사실 당신은 물론 아무도 몰라요.
웬만하면 당신 스스로 어떤 존재인지 입 밖으로 꺼내놓지 마세요. 생각보다 인생은 길고, 세상은 당신을 당신이 말한대로 살아가게 놔두지 않습니다.
가급적 스스로 제한을 두거나 지나치게 강한 자신감을 남에게 내비치지 마세요. 말해둔 그것 때문에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조각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말을 많이 할수록 당신은 당신의 말에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더욱 편협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길 바랍니다.
아마도 당신이 말해놓은 당신 스스로에 대한 설명은 어느날 전면 부정될 때가 올 것입니다.
…
충분히 경험하고 보고 들어야 하며 생각은 더 많이 해야 하고 판단은 확신의 끝까지 유보하고 발언은 가장 마지막에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말하고 선언했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말한 것을 이루도록 밀고 가야 합니다. 인생을 후회하지 않고 사는 방법입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 말한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의 편향된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