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바이블 에서도 여러번 언급하였듯이 이제 인터넷 기반의 B2C 웹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있어서 수십억원/수백억원의 초기 자본이 필요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저렴하게 웹서비스 창업이 가능한 이유는 VC 전도사 Paul Graham이 항상 강조하는 [1. 저렴해진 하드웨어 2. 오픈 소스 기반의 무료 소프트웨어의 등장 3.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저렴한 마케팅 4. 강력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한 인건비 절감] 덕분이다.
즉, 다른 분야라면 몰라도 인터넷 사업만큼은 초기 투자비용 없이 얼마든지 창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성립된다. 실제로 내 주위에는 1만 5천 달러로 창업해 단 6개월 만에 월 2천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 최근 들어서 흔희 볼 수 있는 이런 저비용 기반의 스타트업 창업/운영 방식을 미국에서는 “lean startup” 방식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lean 방식은 비단 인터넷 기반의 웹서비스에만 적용되는것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제조업, 생명공학, clean tech과 같이 대규모의 설비와 R&D 자본을 필요로하는 전통적으로 자본집약적인 산업에는 이러한 lean 방식을 적용할 수가 없고 앞으로도 이러한 산업에 필요한 초기 자본은 더 커지면 커졌지 절대로 줄어들 수 없을것이라고 한다. Flybridge Capital Partners의 Jeff Bussgang은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충분히 반대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경험으로부터 말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 그가 투자한 2개의 회사들을 한번 살펴보자:
1. Digital Lumens (clean tech) – Digital Lumens는 2010 Global Cleantech 100 Company이며, 얼마전에 World Economic Forum으로부터 2011년 Technology Pioneer 상을 수상한 산업용 LED 조명 분야에 큰 혁신을 가져온 스타트업이다. Flybridge Capital은 이 회사에 종잣돈으로 단돈 $500,000 (한화 5억5천만원)을 투자하였다. 회사 창업자인 Jonathan Guerster는이 돈으로 몇명의 엔지니어들을 채용하여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제어가 가능한 산업용 LED 조명 제품의 프로토타입을 재빨리 만들어봤다. 프로토타입은 성공적이었이며,이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이들은 5백만 달러의 Series A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였다. Series A 투자금액을 기반으로 능력있고 경험있는 CEO Tom Pincine을 스카웃하였고, 그의 리더쉽하에 Digital Lumens는 드디어 베타 딱지를 벗긴 Version 1.0 제품을 출시하였다.
Version 1.0 제품을 가지고 몇몇 고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시장의 테스트를 거치면서 이 회사는 지속적인 제품 수정 및 보완을 반복하면서 아주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하였다. 최근에 Digital Lumens는 1,500만 달러의 Series B 투자 유치를 하였고 이제 대량 양산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위의 내용에서 “Digital Lumens”라는 회사의 이름을 빼면,이 이야기는 마치 일반적인 인터넷 기반의 웹서비스 스타트업의 창업/성장 과정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 물론, 앞으로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규모 제조와 영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Digital Lumens사는 궁극적으로는 수백억 또는 수천억원의 투자를 받아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작은 단돈 50만 달러로 가능하였고 clean tech이라는 분야가 자본집약적인 산업이라고해서 lean startup 방식을 적용하지 못한다는건 아니라는걸 증명하였다.
2. Predictive Biosciences (생명과학) – Predictive Sciences는 소변만을 가지고 암과 같은 질환을 손쉽게 판단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총 5,600만 달러 (한화 약 600억원 이상) 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투자를 받았지만, 역시 Digital Lumens와 같이 lean startup 방식이 적용된 회사이다. 이 회사에 Flybridge Capital이 투자한 초기 금액은 역시 단돈 50만불이다. 이 돈을 가지고 Predictive Biosciences 창업자들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병원으로부터 지적재산권을 획득하여 프로토타입을 만들 엔지니어 몇명을 채용하였다. 프로토타입을 성공적으로 만들어서 제품의 가능성이 입증 된 후에 창업팀은 100만 달러의 Series A 투자를 받았고 그 이후에도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기 전까지는 매우 lean한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였다. 확실한 시장을 찾고, 이 시장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시장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빠른 product iteration을 반복하였고 이러는 과정에서 신장암이라는 전략적인 초기 시장을 찾아서 여기에 많은 resource와 돈을 집중적으로 투자하였다.
Predictive Biosciences의 이야기 또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터넷 웹서비스 스타트업의 창업/성장 스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걸 우리는 다시 한번 느낄 수가 있다.
Jeff Bussgang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내가 미국에서 체험한 나의 직접적인 경험을 종합해 보면 lean startup 방식은 이제는 단순한 웹서비스 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기술이나 제품에도 적용이 가능할거 같다는 새로운 시각이 생긴다. 즉, 단순 제조업, 부동산업 또는 식당을 차리는게 아니라면 창업은 큰 초기 자본이 없어도 누구한테나 열려있고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성립된다. ‘Lean startup 방식’이라는 용어가 구체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이와 비슷한 맥락의 내용들을 <스타트업 바이블>에서 추려본다:pg.104
좋은 동업자들로 구성된 팀이 있고, 어떤 제품을 개발할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일단 간단한 프로토타입prototype, 원형(原型)을 만드는 동안에 필요한 사무실 임대료, 인터넷 비용, 식비 등을 충당할 최소 생계비용이 필요하다. 이런 돈을 종잣돈seed money이라고 한다. 종잣돈은 수십억 원이 아니라 수천만 원의 규모이기 때문에 모으기가 그다지 힘들지 않다. 수천만 원의 종잣돈은 앞에서 설명한 엔젤 투자자로부터 구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며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초기에 필요한 종잣돈은 대량 상품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아니라 프로토타입 제작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큰 규모가 아니다. 서비스마다 다르겠지만, 개발자 두 명이 약 6개월 동안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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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타입을 빨리 만들어라 – 사업계획서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 시간을 아껴 실제 제품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투자받을 수 있는 시절은 이미 지나갔고, 아마도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마음가짐이 분명한 투자자라면 절대 아이디어에만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느 정도 구체화된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사용자들의 반응을 얻어야만 비로소 30분 정도의 미팅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따라서 투자를 받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개념검증proof of concept 작업이다. 즉 아이디어를 제품화해 시장성을 테스트해보는 일이다.
아이디어의 시장 가능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우선 프로토타입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면 시간과 돈,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일에는 자원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특히 웹서비스를 준비한다면 더욱 쉽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는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툴들을 이용해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를 더도 말고 3개월만 돌려보면 아이디어의 시장성을 금세 알 수 있다.
만약 시장에서 반응이 전혀 없다면 투자자에게도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때는 다른 제품을 시도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성과는 얻지 못했더라도 어찌 되었거나 시간 낭비를 최소화한 셈이다. 반대로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반응을 얻었다면 고객 사용도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두고, 그에 따른 추가 작업을 위해 투자를 유치하면 좋을 것이다.
잘 알고 지내는 창업자 후배들 중 A와 B가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뛰어난 두뇌와 추진력의 소유자인데, 비슷한 아이디어로 투자유치에 뛰어들었다. 그중 A는 꼬박 3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 실제로 읽어본 사업계획서는 굉장히 논리정연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아이디어는 아직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종이 위의 글자로만 남아 있다.
반면, B는 처음부터 아예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그 대신 가진 돈을 털어 웹프로그래머 한 명을 채용했다. 머릿속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3개월 후에 베타 사이트를 오픈했고, 단순한 프로토타입을 통해 적당한 수의 사용자를 영입할 수 있었다. 그는 사이트를 오픈한 지 6개월 만에 꽤 유명한 엔젤 투자자로부터 50만 달러를 유치할 수 있었는데, 그 돈으로 개발자를 영입하고 제품을 개선해 현재 더 높은 밸류에이션에 시리즈 A 투자를 받을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A보다는 B를 더 선호한다. 따라서 투자를 받고자 한다면 최대한 빨리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라. 아무리 불경기라도 시장성이 검증된 아이디어에는 반드시 투자가 몰리게 되어 있다.
글 : 배기홍
출처 : http://www.baenefit.com/2010/12/lean-startup.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