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 대표는 5년 전 병역 특례를 통해 벤처 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협업의 가치와 재미를 알게 된 그는 소집 해제 후 학교로 돌아가는 대신, 대학 선배의 제안을 받아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후 여러 번의 창업을 경험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경력을 쌓으며 그만의 꿈을 키워나갔다.
마침내 2013년 7월, 그는 색다른 모험을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자신의 자취방을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위한 협업 공간’으로 공개한 것이다. ‘중요한문제연구소‘라 이름 지은 그곳에서, 그래프 DB 기술을 응용한 대형 마인드맵 프로젝트를 비롯해 그간 구상한 프로젝트를 하나둘 추진해나갔다. 그리고 작년 8월에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지금의 서비스가 되었다. 인터뷰를 위해 성수동 ‘카우앤독‘ 카페를 찾았다.
Q.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
■ 메시징 포맷이 SNS 정체성을 만든다
우리 서비스의 전신은 ‘카툰 스프레드’라는 네 컷의 흑백만화를 공유하는 앱 서비스이다. 2012년 말, 병역특례를 마치고 합류했던 스타트업이 이후 안타깝게 해체되면서 리뉴얼 작업이 중단되었던 서비스였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문화’가 계속 살아있었는데, 사용자들은 서로의 팬이 되기도 했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나가기도 하였다. ‘아, 이게 SNS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년에 원작자의 동의를 구한 후 본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되었다.
여러 번의 SNS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는 ‘미디어 결정론’의 관점에서 SNS를 바라보게 되었다. 특히, ‘형식’에 해당하는 메시징 포맷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어 입력 화면의 구성, 강조하는 미디어 타입, 콘텐츠 업로드 시의 제약사항은 콘텐츠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새로운 메시징 포맷은 콘텐츠 성격에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콘텐츠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며, 새로운 문화는 새로운 SNS 정체성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가설이다.
Q. 팀 구성은.
■ 학과 사람들과 헤비 유저들로 구성
중요한문제연구소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2014년 7월, 본 서비스 개발을 위해 팀 구성을 하게 되었다. 팀의 중심이 되는 3인은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응용프로그래밍 소모임인 ‘코스모스’의 회장을 했던 개발자들이고 모두 창업 경험이 있다. 이후, ‘두들러(Doodlr)‘의 헤비 유저(Heavy User)들이 마케팅 팀원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최근, 3년간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그래픽 디자이너, 병역 특례 시절에 함께 일했던 선배 개발자가 팀에 합류하면서 현재 총 9명의 팀이 되었다.
Q.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 전 세계인이 즐기는 익명 드로잉 SNS
이번 10월에 정식 버전을 출시한 두들러는 익명으로 사용하는 낙서 SNS이다. 취미로 낙서를 즐기는 전 세계 18세~24세 사람들을 주 대상으로 한다. 두들러는 팔로우, 게시, 댓글 등 기본적인 SNS 기능과 그리기 도구를 제공하며, 크게 2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그리기 도구를 매우 단순화한 점이다. 그림 그리기 소프트웨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브러쉬 타입이 하나뿐이고, 레이어도 없으며, 색상 또한 흑백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는 콘텐츠 생산의 진입 장벽과 비용을 낮추고, 생성 빈도를 높이고자 함이다.
둘째,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페르소나(Persona)가 내성적·소극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익명성을 보장한다. 덕분에 두들러에서는 민감한 이야기와 깊이 있는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정보와 자랑거리로 넘쳐나는 기존 SNS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누군가에게는 흔한 일상일지라도, 지역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소통의 경계를 허무는 낙서와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경험과 상상을 기록하고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두들러만의 매력이자 경쟁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Q. 왜 ‘만화’가 아닌, ‘낙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지 궁금하다.
■ 낙서는 모든 것의 시작
흑백의 이미지 컷과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지만, 해당 콘텐츠가 반드시 만화의 형식을 띠진 않는다. 두들러에는 일러스트, 일상 만화, 단편/연재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데, 이걸 다 포함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낙서’이다. 예술 활동뿐만 아니라 인류가 이룩한 현대 문명의 모든 것이 기록과 공유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낙서는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Q. 사용자 반응은.
■ 높은 서비스 충성도
두들러의 현재 앱 다운로드 수는 8,000여 건, 한 달간 우수 사용자 3,000여 명, 하루 우수 사용자는 460여 명이다. 사용자들의 서비스 충성도가 높은 편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서비스 초기부터 9월까지는 재방문율이 90%대, 평균 서비스 체류 시간이 7분 30초대였다.
일일 방문자 수가 350명을 넘어선 9월부터는 사용자 유입 속도와 1일 콘텐츠 생성량이 증가하면서, 재방문율 97%, 평균 서비스 체류 시간 9분 10초대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해외 사용자들의 자연 유입도 늘고 있어서 매우 고무적이다. 온·오프라인상에서 사용자들을 만나면 “고맙다.”라고 한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 공유된 팀 철학으로 만든 서비스로 전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회사
지난 1년간 베타 테스트를 통해 신규 사용자가 활성 사용자로 전환되는 조건, 국가 단위의 활성화를 위한 조건과 비용, 그리고 임계점을 확인하였다. 우리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까지 두들러 1일 사용자 10만 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정했고, 본격적인 해외 진출과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내년 초까지는 온라인 홍보와 수익 모델 구축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중요한문제연구소의 설립 취지는 “공유된 팀 철학으로 만든 서비스로 전 세계를 감동시키자.”이다. 서비스마다 철학이 있어야 하며, 그 철학은 공유되어야 한다는 게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
■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이란 걸 증명하고 싶어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으로 버텨왔다. 성공할 거라는 기대보다는 왜 계속 이 서비스를 해야 하는지, 우리의 20대 젊음을 바쳐 일할 가치가 있는지 검증해나가고 있다.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는 지인들의 걱정과 왜 망하지 않고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우리 서비스와 고객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던 시작을 돌이켜보면 상황은 계속 나아지고 있다. 서비스를 만드는 우리만 즐거운 게 아니라 사용자들도 재밌어하기에 두 배로 기쁘다. 이제는 투자를 제안하는 분들도 나타나고 있어서 기분 좋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이라는 걸 증명해내고 싶다. 정직하게 접근하고 결과로 보여드리고 싶다.
‘찾아가는 인터뷰’시리즈는 앱센터의 프로그램 (Startup Weekend, K-Hackathon, A-camp, B-camp, Super App Korea 등)을 거쳐간 스타트업을 찾아가는 연재 인터뷰입니다. 앱센터의 동의를 얻어 벤처스퀘어에도 게재합니다. ‘찾아가는 인터뷰’ 시리즈 전체는 여기를 참고하세요.
글: 안경은 (앱센터)
원문: http://goo.gl/djye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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