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이크로 트랜잭션(micro transaction), 마이크로 페이먼트(micro payment), 게임 내 구매(in-game purchase), 프리 투 플레이(free to play)등의 용어가 인기다. 약간씩 의미는 다르지만, 결국 게임을 시작하거나 게임을 즐기는 데는 별로 돈이 들지 않지만 게임을 제대로 즐기는 단계가 되면 그 때부터 아이템 등을 사면서 돈을 내게 되는 모델을 말한다.
월 7천만명이 즐기는 팜빌(Farmville), 마피아 워(Mafia Wars)를 개발한 소셜 게임 회사 징가(Zynga)는 돈을 많이 번다. 한마디로, 페이스북(Facebook)을 먹여살리는 회사다. 사용자들이 징가 게임에 낸 돈의 일부를 페이스북이 가져가고, 또 페이스북 광고주 중 가장 돈을 많이 쓰는 회사가 징가이다. 징가의 매출액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약 5억달러에서 8억달러 사이, 즉 6000억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주]. 이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페이스북 광고에 쓰고 있으니, 페이스북과 징가는 공생 관계인 셈이다. 게임 아이템 판매 등으로 3년만에 엄청난 성장을 이룬 징가의 시장 가치는 약 5조원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자료]
얼핏 보기에 상당히 단순한 페이스북 게임을 통해 어떻게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는가? 비결은 마이크로 트랜잭션이다. 마이크로 트랜잭션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마이크로 트랜잭션 모델을 채용하면, 일반적으로 소비자에게 돌려주게 되는 소비자 잉여를 기업이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잉여가 무엇인가부터 생각해보자. 보통 경제학에서 수요 곡선을 다음과 같이 단순화시켜서 표현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줄고,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어난다. (고가의 명품 등은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예외로 한다.)
이 경우, 게임의 가격을 만원으로 책정하면 100명이 게임을 구매하게 되고, 그래서 회사의 매출은 100만원이 된다. 매우 단순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위쪽의 작은 삼각형이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 잉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 경우 소비자 잉여는 (20,000 – 10,000) * 100 / 2, 즉 50만원이다. 즉, 소비자 잉여란, ‘가격이 높았으면 회사가 가져올 수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 가격을 낮게 책정했고, 그래서 현재 가격보다 가격이 높더라도 기꺼이 제품을 구매했을 사람들이 얻게 되는 이익’을 말한다. 말이 좀 복잡한데, 예를 들어 단순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한 장인이 오랜 시간을 들여 아래와 같은 도자기를 10개 만들었다고 하자. 가격은 책정되어 있지 않다. 재료비는 사실 얼마 들지 않기 때문에 원가에 얼마를 붙여서 파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걸 가지고 장터에 나가자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 사람들을 향해 장인은 이렇게 말한다. “원하는 가격에 가져가세요.” 도자기가 필요 없는 사람은 천원에 팔아도 안 살거고, 그 도자기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은 100만원을 주고라도 살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에겐 천원에 주고, 누구에겐 백만원을 내라고 할 수는 없다. 고민하던 그는 도자기 하나의 가격을 30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러자 도자기의 가치가 30만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30만원 이상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그 중 몇명은 도자기의 가치를 100만원으로 생각했지만, 장인이 30만원에 팔겠다고 하니 30만원에 산다. 그 순간, 구매자는 이득을 본 것이다. 도자기의 가치를 100만원으로 생각했는데 30만원만 지불했으므로 70만원이 이득이다. 마찬가지로, 도자기의 가치를 50만원으로 본 사람은 20만원의 이득을 본다. 상인 입장에서는 좀 아까운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만약 도자기의 가격을 100만원으로 올렸다가는 겨우 한, 두사람만 그 자리에 남고 나머지 사람들이 다 돌아갈 것이므로 도자기를 다 못 팔고 다시 들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생각한 가치보다 적게 지불함으로서 얻게 되는 무형의 이득의 합‘이 소비자 잉여이다. 소비자 잉여의 특별한 점은, 상인이 원해도 그걸 자신의 이득으로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이다. 가격을 똑같이 책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사람마다 다른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면? 그 물건을 더 원하는 사람에게는 더 비싸게 팔고, 덜 원하는 사람에게는 좀 싸게 팔 수 있다면? 상인의 이득은 즉시 상승한다. 쉽지는 않지만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의 행색을 보고 그 때마다 가격을 다르게 부르는 것이다. 물론 100% 정확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항공사, 소프트웨어 회사 등 많은 회사에서 이를 이용하여 소비자 잉여를 회사의 수익으로 가져오고 있다. 홈 에디션, 프리미엄 버전, 비즈니스 버전 등 다르게 부르며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파는 것도 그러한 전략의 일부이다.
최근, 아는 회사 – 워크스마트랩(WorkSmartLabs, Inc) – 가 이를 적용하여 매출을 급상승시켰다. 안드로이드 앱스토에서 2.99 달러에 팔리고 있는 카디오 트레이너(Cardio Trainer)라는 한 인기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소비자의 피드백 중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었다.
“This application really made my life different. I can’t live without it any more. I would even pay $10 for this!” (이 애플리케이션이 제 삶을 바꿔놓았어요. 더 이상 없이는 살 수 없지요. 이게 10달러라고 해도 살거에요!”
이 사람에게만 10달러로 팔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방법은 없다. 그래서 이 회사는 프로 버전(Cardio Trainer Pro)을 출시했다. 기능을 추가하고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바꾸어 9.99 달러에 팔기 시작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알고 보니 9.99달러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제품의 가치가 2.99달러정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기존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 가져갔던 ‘소비자 잉여’가 이제는 회사의 매출이 되었다는 것이다. 현 실에서는 이보다 더 매출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바로 ‘지불 의사’가 매우 높은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월급이 100만원인 사람들은 게임에 1만원 지출하는 것도 크게 느끼겠지만, 매월 1억원을 버는 사람은, 그 게임이 1만원이든 10만원이든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재미만 있으면 한없이 돈을 지불한다. 꼭 소득이 높지 않더라도, 그 게임이 주는 즐거움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외식비, 쇼핑비 등 다른 비용을 줄여서라도 게임에 돈을 소비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매출은 천문학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회사가 이를 이용하여 큰 돈을 벌고 있다.
마이크로 트랜잭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너무 탐욕적으로 보이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 팔고 있는 제품에 최적의 가격이 매겨져 있는지, 최적화를 통해 기업 매출을 상승시킬 여지가 있지는 않은지 면밀히 조사하고 개선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 : 조성문
마이크로 트랜잭션의 매력은, 잘 설계하면 소비자 잉여를 거의 통째로 기업이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징가 게임을 할 때 처음엔 돈을 내지 않는다. 게임을 하다보면 아이템을 사고 싶어지고, 그럴 때마다 돈을 낸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돈을 내고,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돈을 거의 내지 않는다. 즉, 각 사람이 ‘이 게임이 자기에게 주는 가치’만큼 돈을 낸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완전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만약 소비자 잉여를 모두 회사가 가져올 수 있게 되면, 회사의 매출은 다음과 같이 된다.
첫 번째 그래프랑 비교해보면, 일괄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대신 각 사람마다 다른 가격을 지불하게 함으로서 회사의 매출은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두 배가 늘어난 셈이다. 이것이 바로 마이크로 트랜잭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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