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조선·해양 분야에 ICT를 융합한 ‘스마트쉽(Smart Ship)’ 관련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토타입을 구현하는 해커톤 프로그램, ‘긱스 온 쉽스(Geeks on Ships)‘가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앱센터와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하고 미래창조과학부, 현대중공업, 아산나눔재단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빅데이터, IoT, 드론, VR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와 조선해양공학과 학생 총 50여 명이 참가하였다.
행사에 앞서 지난 15일과 16일, 서울 ‘MARU180‘과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현대중공업 융합기술연구소는 참가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선박과 주요 기자재, 선박 데이터 통합 플랫폼 서비스 개발 방법을 소개하였다. 이 자리에서 현대중공업 조성우 융합기술연구소장은 컨테이너가 모듈 형태로 탑재되는 무인 선박 모델을 현대중공업이 생각하는 미래 선박(Concept Ship)으로 공개하여 시선을 끌기도 하였다.
■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현장 견학
참가자들은 대회 첫날인 22일 오후 3시, 울산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현장을 견학하는 것으로 2박 3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그리스 해운사가 현대중공업에 발주하여 인도받기 직전의 초대형 LPG선에 승선하여 엔진룸과 브릿지(조종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갑판에서 단체 사진 촬영 후 선내 엔진룸으로 내려간 참가자들은 15,000마력의 메인 엔진과 발전기, 펌프 등을 둘러본 후, 엔진 컨트롤룸에서 엔진 상태를 확인하는 LCD 화면상의 데이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선체 내부에는 파이프 같은 돌출물이 많고 사다리를 오르내려야 하므로 참가자들은 “양손과 양발 중 3곳은 항상 선체 구조물에 닿아있는 ‘3타점’ 원칙을 지켜달라.”는 인솔자의 지침을 준수하며 선박을 둘러보았다.
이후 브릿지로 올라간 참가자들은 선장과 항해사가 사용하는 장치들을 살펴보았다. 자동차 대시보드에 비유할 수 있는 통합 내비게이션 시스템에는 선박 상태와 항해 정보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이는 모두 스마트쉽에서 다룰 수 있는 정보이므로 참가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오후 4시 30분, 버스 탑승 후 선박건조 현장으로 이동한 참가자들은 선박 부품별 생산 공장과 선박의 블록을 조립하는 건조 도크, 도장공장을 둘러보았다. 현장에는 아파트 36층 높이와 맞먹는 109m 골리앗크레인이 눈길을 끌기도 하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세계 최초로 선박 2천 척을 인도하는 기록을 수립하였다.”며 현대중공업 역사를 설명하였다.
■ 해커톤 미션 수행
저녁 6시, 울산대학교 내에 있는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박주철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장과 현대중공업 조성우 융합기술연구소장의 간단한 인사말을 들은 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일반참가자들은 자동 항법을 위한 인공지능, 가상현실 선박 운영 체제, 투명 LCD를 활용한 정보 표시 시스템 등 총 29개의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1인 3표제로 진행된 참가자 투표 결과, 4표 이상 얻은 아이디어 6개가 최종 채택되어 팀 구성에 들어갔다. 가장 많은 표를 받았던 아이디어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통해 선박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제를 예측하는 선함 컨디션 관리 시스템, ‘Ship Doctor’로써 17표를 기록하여 눈길을 끌었다.
오후 9시, 아이디어의 구체적인 개발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번 행사에 멘토로 참여한 현대중공업 실무진은 “작은 주제라 하더라도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여 실제 성과를 도출해내길 바란다.”며 아이디어 현실화 가능성과 기존 기술과의 중복 여부, 개발 제약 사항, 고객 니즈 존재 여부 등을 종합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오후 10시, 네트워킹 시간을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에 관해 의견을 나눈 참가자들은 팀 구성에 들어갔다. 팀 구성 원칙에 따라 기획자 최대 3명,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최소 1명씩 같은 팀을 이뤘다.
한편 초청참가자들은 같은 시각 옆 회의실에서 아이디어 발표와 팀 구성 과정을 거쳐 총 5개 팀이 구성되었다.
오후 11시, 숙소로 가는 셔틀버스에 오른 참가자들은 이튿날 오전 9시부터 행사장에 돌아와 서비스를 개발하였다.
■ 완성작 발표
행사 마지막 날, 오전에 발표 자료를 제출을 마친 11개 팀은 오후 2시부터 서비스 발표를 시작하였다. 발표시간은 한 팀당 5분씩 주어졌으며, 질의·응답 시간 5분 동안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박주철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장, 현대중공업 조성우 융합기술연구소장, 현대중공업 조가현 과장, 아산나눔재단 정남이 팀장이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조선소 생산 작업 지원을 위한 증강현실 기반 시뮬레이션 시스템 – VR-Tech(조영철 팀장 외 5인)
이 시스템은 가상현실 뷰어를 이용하여 현장에서 선박 건조 시 발생하는 공정상의 오류와 불량률을 감소시킨다. 또한, 기존 2차원 도면에 익숙하지 못한 비숙련 작업자들에게 3차원의 시각화된 도면을 보여줌으로써 설계자의 의도를 현장 생산직에 정확히 전달할 수 있게 한다.
2. 선박 유해물질 목록의 전산화 관리 시스템 – IMS 컨설팅(노소영 팀장 외 3인)
이 시스템은 전자태그(RFID)를 이용하여 사진과 바코드화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스마트 ITC 멀티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상과 육상을 연결하는 스마트 야드 구축을 지원하는 조선 기자재 전산화 관리 시스템이다. 유해물질 목록(IHM) 데이터는 향후 탄소 배출권 거래시장에 활용될 가능성이 커 중점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3. 선내 유해가스 시각화 및 경고 솔루션 – Cool Air on ships(Ho Sy Khanh 팀장 외 3인)
선박 건조 중에 발행하는 유해가스 또는 LPG/LNG 운송 중 발생하는 누출 가스를 센서로 감지하여 선내 유해가스 농도를 그래픽으로 시각화하고, 위험 수준인 경우 경고 알람을 주는 서비스이다. 농도별 단계는 여러 색상을 통해 표시하고, 전체적인 상황을 스마트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4. 데이터의 적재적시적소화 – SOS(김석기 팀장 외 4인)
이 시스템은 선박 내 수백 개 센서에서 나오는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비정상적인 상태를 선원들이 착용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바로 전송해주는 시스템이다.
5. 항해 경쟁력 향상 관리 시스템, ‘Grand Ship’ – 원피스(Han Yuan Dong 팀장 외 4인)
운항 정보 자동 업데이트 시스템이다. 모든 플랫폼 API를 확보한 후 에러나 사고 발생 시 이를 서버에 등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용자가 코멘트를 남김으로써 문제 해결 및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6. 소음 억제 솔루션 – KO-MA-IN(차지웅 팀장 외 5인)
음파의 위상변환을 통한 선내 소음 억제 솔루션이다. 선내 또는 산업 현장에서의 소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소음을 샘플링하고, 이의 위상을 변조하는 상쇄간섭 효과를 이용하여 소음을 억제하는 원리이다. 또한, 샘플링되어있지 않은 소음은 상쇄되지 않는 점을 이용, 검출 소음 및 기기 이상 유무의 판단을 데이터베이스화하면 향후 어떤 기계 고장이 날지 예측할 수 있어 사전에 유지 보수가 가능하게 된다.
7. 선박 관리 시스템, ‘Ship Service Book’ – 권토중래(추영준 팀장 외 3인)
‘선박 분야의 페이스북’이다. 사용자는 ‘친구’처럼 원하는 선박을 등록한 후 클릭하면 배에 관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 또한, 사용자 맞춤형 애플리케이션 마켓을 제공하며 기본 서비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위급 상황 발생 시 가장 빠른 대피 경로를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서비스이다.
8. 종합적 상황 인지 시스템 – KV(최기영 팀장 외 2인)
기존의 선박 계기 시스템의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시현도 개선, 색상, 웨어러블 기기 활용 등을 통해 상황인지도를 향상시키는 종합 안전 시스템이다. 웨어러블 기기와 레퍼런스 경보 데이터를 연동한 후 색상 변경과 진동 등의 방식으로 알려준다.
9. 스마트 데이터 내비게이션 – 생계톤(이동엽 팀장)
전 세계 스마트쉽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3차원 공간상에서 모든 데이터를 시각화한 스마트 데이터 내비게이션이다. 이를 통해 가장 경제적인 항로, 안전한 항로를 찾아낼 수 있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구현하였다.
10. 선박 데이터 시각화 모니터링 시스템 – 니 취판러마(심연지 팀장 외 5인)
모든 선실에 비콘을 설치한 후 실내 내비게이션을 만들어 주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선원이 엔진, 발전기, 보일러 주변 구역을 지나갈 때 스마트폰이나 밴드를 통해 실시간 상태를 확인한다. 시각화된 내용은 상위 부에 안전(초록색), 주시(노란색), 위험(빨간색)으로 표시되고, 하단부에는 그래픽으로 표시하여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11. 집단지성을 활용한 선박 유지보수 플랫폼 서비스, ‘스마트 스탬프’ – 바톤터치(김유진 팀장 외 4인)
선원들은 녹음, 사진이나 영상 촬영이 가능한 휴대용 기기 ‘스마트 스탬프’를 들고 다니다가 이상 신호 발견 시 이를 적극적으로 수집한다. 이벤트 단위의 전후 맥락정보 수집과 저장, 동기화가 가능하므로 기억이나 감에 의존하던 선박 이상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경력직 항해사들은 있는 그대로 전달된 정보의 판독을 통해 객관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며, 데이터 진단 자료는 추후 표준화 모델로 구축하여 신입 항해사들에게 전수해주는 교육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 심사 및 시상
오후 4시 30분, 발표를 마친 참가자들은 시상식이 열릴 대강당으로 이동하였다. 이 자리에는 해커톤 참가자를 비롯하여 2박 3일간 스마트쉽 관련 아이디어를 사업계획서로 발전시켰던 비즈니스 모델링 캠프(B-camp) 참가자들도 함께하였다.
비즈니스 모델링 캠프 시상식이 있은 후 진행된 해커톤 시상식에서 현대중공업 조성우 융합기술연구소장은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과 독창성을 기준으로 심사하였다.”며 심사평을 밝혔다.
먼저 참가자들의 투표로 뽑은 도전상에는 ‘니 취판러마’팀이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혁신상에는 ‘VR-Tech’, ‘KO-MA-IN’, ‘생계톤’팀이, 대상에 해당하는 창조상에는 ‘스마트 스탬프’팀이 선정되었다.
현대중공업,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오픈소스컨설팅이 기술 멘토링과 전문가 자문서비스를 지원하고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가 함께한 이번 행사는 이로써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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