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대표는 대학 졸업을 한 학기 앞둔 2001년, 40일간의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그가 유럽 17개국을 관광한 후 마지막 여행지인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였다. 부족한 여행 경비를 마련하려던 기회에 그를 패션에 눈뜨게 만든 일이 있었으니, 바로 ‘명품 대리 구매’ 아르바이트였다.
흥미로웠던 건, 매장에 들어가서 심부름 받은 모델명을 말하며 바로 구매하려고 하면 거절당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진열된 상품을 둘러보다가 매니저와 상의 끝에 해당 제품을 고르면 순조롭게 구매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쇼핑이 곧 문화였다. 매장 앞 레드카펫을 밟는 순간부터가 쇼핑이었다. 고객은 제품에 담긴 스토리와 브랜드에 담긴 가치를 구매했고, 판매자는 품격을 사는 ‘진짜 고객’에게만 제품을 팔았다.
대학 졸업 후 10여 년간 온라인 패션 MD로 활동했던 그는, 2012년 창업 후 지금까지 눈부신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 내 사무실을 찾았다.
Q. 창업하게 된 계기
■ 회사 내에서 조직했던 팀의 독립
2011년 그루폰코리아에서 패션 쇼핑몰 서비스 팀을 신설했었다. 당시 나는 팀원 구성 권한을 갖는다는 조건으로 본부장을 맡았고, 그동안 이 업계에서 지켜봐 왔던 실력 있는 후배들을 스카우트하여 팀을 꾸렸다. 개발자, 디자이너, 영업, CS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팀은 단기간에 200개 업체를 소싱해내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다음 해 5월, 회사의 사업 방향이 ‘글로벌’로 바뀌면서 소셜커머스 회사 내에서 패션 플랫폼을 구축하려던 도전이 힘을 잃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팀원들의 능력을 눈여겨보던 여러 부서에서 각 팀원을 데려가고자 했다. 그대로 있으면 팀이 해체될 상황이었다. 이에 2012년 7월, 팀이 회사에서 독립하면서 그대로 ‘프라브(PRAVS)‘라는 새로운 서비스로 이어지게 되었다.
Q.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 다양한 브랜드가 모여있는 패션 종합 쇼핑몰
프라브는 패션 종합 몰이다. 백화점과 브랜드아울렛, 디자이너 브랜드, 인디 브랜드가 모두 모여있다.
처음에는 디자이너 브랜드 50개로만 구성된 전문 쇼핑몰을 만들려고 했으나 수익구조가 열악하여,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오프라인 패션몰들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신림역에 있는 ‘포도몰’을 시작으로 뉴코아아울렛, 홈플러스 등 온라인 운영 제휴처를 확장해나갔다.
프라브는 오프라인 매장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할 때의 모든 과정을 맡아서 하는 O2O 플랫폼이자 옴니채널 플랫폼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각 쇼핑몰 API와 연동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Q. “온라인 판매의 전 과정을 맡는다.”
■ 판매자들을 관리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
우리나라에는 쇼핑몰이 정말 많다. 그러나 상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는 쇼핑몰만큼 많이 나타나지 않는다. 플랫폼이 판매자보다 많은 것이다. 따라서 상품의 열쇠는 쇼핑몰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오프라인 매장 운영만 해도 바쁘다. 대형 쇼핑몰에 입점하려면 배송 지연 시 CS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등 여러 제약사항으로 인해 온라인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은 대형 쇼핑몰도 마찬가지이다. 디자이너들을 일일이 신경 쓰기 어려운 데다가 기존 입점 업체들을 관리하기에도 바쁘다.
우린 판매자들을 관리하는 게 경쟁력이 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우리와 손잡으면 상품 촬영과 온라인 등록, 배송까지 알아서 해주니 편하고, 대형 쇼핑몰 입장에서는 우리와 손잡으면 판매자 모두를 만날 수 있으니 편하다.
Q. 사업 현황이 궁금하다.
■ 매년 2배씩 성장, 올해 목표 거래액 200억 원
프라브는 6개 오프라인 점포와 디자이너들과의 계약을 통해 총 450개 브랜드, 10만여 개 상품을 온라인 독점 운영하고 있다. 상품은 프라브 자체 사이트뿐만 아니라 지마켓, SSG, 롯데닷컴 등 15개 멀티 입점 채널에서 동시 판매되며, 이렇게 판매되는 비중이 80%를 차지한다.
작년 80억 원의 거래액을 기록하였고 올해 목표 거래액은 200억 원인데, 4분기가 패션 시장의 성수기라 목표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익은 거래액의 10% 이상 수준이며, 수수료 수익과 콘텐츠 제작 수익으로 나뉜다. 작년 10월 처음으로 월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우리가 주목하는 건 매년 2배씩 성장하는 성장세이다.
한편, 올해 6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Sazze, inc.로부터 투자받은 후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법인명을 ‘레이틀리코리아’로 변경하고, 8월에 온라인 프리미엄 부티크 사이트, ‘레이틀리(LATELY)‘를 출시하였다. 앞으로 레이틀리에 50개 이상의 프리미엄 부티크 매장을 소싱한 후 올해까지 미주 지역을 겨냥한 글로벌 사이트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Q.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
■ 온라인상에서 ‘시작’이 되는 회사
지난 15년간 패션과 전자상거래 분야에 종사하면서 내가 가진 소싱 인프라를 이 회사에 모두 쏟아부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디자이너들에게도 많은 공을 들였는데, 그들과 오래도록 같이 가고 싶다.
‘끝’은 너무나 많다. 우리가 가진 상품이 우리 사이트에서 팔릴 수도, 대형 쇼핑몰에서 팔릴 수도, 해외에서 팔릴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작’은 언제나 우리가 되고 싶다. 디자이너가 온라인 판매를 하려면 제일 먼저 찾아야 하는 회사, 고객이 디자이너들의 상품을 사려면 제일 먼저 찾아야 하는 회사, 우리는 그렇게 ‘온라인상에서 시작이 되는 회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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