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제에서 컴퓨터과학은 선택하느냐 마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동교육에 필요한 ‘읽기’, ‘쓰기’ ‘산수’와 더불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입니다.”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컴퓨팅적 사고 능력(computational thinking skills)’을 강화하는 교육에 4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컴퓨팅적 사고란 데이터 수집ㆍ분석, 자동화 등의 컴퓨터 해결 능력을 사고에 적용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력을 말한다.
이보다 2년 앞선 2013년 4월, 국내에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이 조직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단장을 맡은 최종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Q. SW 교육봉사단 단장을 맡았다고.
■ 발기인 대회 사회를 보면서 시작한 봉사
2013년 4월 SW 교육봉사단 발기인 대회가 있었다. 그때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님(現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이 사회자를 맡아달라 해서 연을 맺게 되었다. 김 교수님과의 인연은 내가 교수로서 한국정보과학회 활동을 시작했던 때부터 이어져 왔다. 발기인 대회에서 사회를 본 이후 1박 2일 일정의 소프트웨어 교육 여름 캠프를 기획하다가 작년 4월 2대 단장으로 추대되었다.
Q. 봉사가 쉬운 일은 아닐 텐데.
■ 교수에게는 3가지 의무가 있어
교수의 3가지 의무는 교육, 연구, 그리고 봉사이다. 이 3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학회 활동도 어떻게 보면 봉사인 것이고, SW 교육봉사단 활동의 경우 우리가 하는 일의 연장선에 있다. 작년에 이런저런 봉사단 프로그램으로 바쁠 때는 “봉사단 활동이 본업이 되었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많은 초·중·고교에서 정보화 교육을 했다. 그러나 이후 정책상의 부침을 겪으면서 정보 교과군 이수율이 10% 미만으로 하락했다. 반면 영국에서는 5세부터 컴퓨터 코딩 언어 교육을 시작했고, 이스라엘에서는 94년부터 소프트웨어 과목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여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SW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한 교수와 교사, 현직 개발자, 학부모가 나서서 SW 교육봉사단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Q. SW 교육봉사단의 활동 성과가 있다면.
■ 우리나라 초·중·고교 소프트웨어 교육의 토대 마련
‘우리나라도 소프트웨어 과목을 초·중·고교 정규 과목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운동을 시작했고, 실제로 정부가 2018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한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발기인 대회 전, SW 교육봉사단은 우선 서울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 용인성서중학교, 과천중앙고등학교 총 3곳을 시범학교로 선정하여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와 ‘앱 인벤터’를 가르쳤다. 방과 후 수업 또는 동아리 활동으로 매주 2시간씩 10여 주간 시행하였다. 파견 강사와 조교로 참여한 분들의 재능 기부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이들이 직접 초·중·고교별 맞춤 교재도 만들었다. 그리고 방학 때는 ‘SW 캠프’를 운영하였다.
이후 호응에 힘입어 2년 반 동안 80여 학교에서 SW 교육 봉사활동을 진행하였다. 또한, 작년에는 전국 시도교육청과 협력하여 학부모들에게 토크 콘서트 방식으로 SW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러한 활동은 결과적으로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의 ‘SW 교육 선도학교 운영사업’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Q. 그럼 이제 SW 교육봉사단은 역할을 다한 건가.
■ ‘소외계층 학생들 대상 교육’이라는 새로운 방향
올해부터는 평소 SW 교육을 받기 어려운 전국 소외지역과 소외계층을 돕기로 방향을 잡았다. 단장을 맡고 나서 바로 전국 지부를 만들어 각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을 조직했고, 구글로부터 후원도 받았다. 지난달 청각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시작으로 탈북자, 소년원, 빈곤층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칠 예정이다.
한편, 하반기에는 작년에 못다 찾아간 시도교육청에도 협조 요청을 해서 해당 지역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한 토크 콘서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
■ 장기적인 분야에도 투자하여 기술력 축적해나가야
좋은 인풋(input)이 있어야 좋은 아웃풋(output)이 나온다. 우리나라가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는 되어도 ‘선도자(first mover)’ 역할에 취약한 이유는 기본적인 기술력이 축적되지 못하고 단기적인 성과만을 좇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분야에도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도 SW 교육봉사단 사람들과 마음을 모으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서, 학생들에게 양질의 SW 교육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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