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영향을 미친 SF소설과 영화들 (14)

1950~1980년 대까지 수십 년간 가장 인기있는 SF작가의 위치를 지켰던 사람을 한 사람만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를 꼽을 것이다. 그는 특히 과학과 전설(Myth), 그리고 진화(Evolution)라는 매우 상이한 주제들을 적절하게 접목한 명작들을 많이 남겼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류의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종교적인 믿음과 전설을 적절하게 접목해서 미래의 인간의 진화와 이미 고등하게 진화한 외계인, 여기에 탄탄한 과학적 백그라운드와 상세한 기술이 결합한 완성도 높은 소설을 많이 발표하였다. 지난 연재에서 아서 클라크 최고의 대표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었으므로, 이번에는 <라마와의 랑데뷰>, <낙원의 샘>, <유년기의 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라마와의 랑데뷰 (Rendezvous with 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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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Wikipedia.org

1973년에 발표된 아서 클라크의 장편 SF소설로 <라마와의 랑데뷰>를 시작으로 마지막 <라마 4부(Rama Revealed)>까지 속칭 <라마> 시리즈로 발표되었다. 이 중에서 첫 번째 <라마와의 랑데뷰>가 아서 클라크가 집필한 작품이고, 나머지 3권은 다른 작가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탄생하였다.

22세기 미래에 길이 50Km의 거대한 원통형 외계 구조물이 태양계에 진입하는데, 이 구조물을 라마로 명명하고 조사대를 출발시킨다. 이 임무를 맡은 엔데버 호의 승무원들이 탐사과정에 겪게 되는 이야기를 아서 클라크 특유의 서사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풀어낸 명작이다. 출판과 동시에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비롯해 SF소설과 관련한 모든 상을 휩쓸었다.

라마(Rama)는 힌두의 신의 이름이다. 엔데버호를 지휘하는 노턴이라는 사령관이 외계인과의 첫 만남을 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아쉽게도 후속으로 젠트리 리와의 공동작업으로 이어진 3권의 작품들은 전작의 좋은 평가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혹평을 얻었다.

특히 원통형 외계구조물 내의 기온의 변화나 인공바다 속에 만들어진 격자판으로 라마의 최대 가속도를 산출해내는 등의 정교한 과학적 장치들과 디테일이 커다란 찬사를 받았다. 또한, 우주의 우주종족의 기원과 우주종족들이 서로에 의해 영향을 받는 과정과 소멸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며, 우주의 탄생과 존재의 이유, 궁극의 목표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라마 시리즈에는 다양한 외계종족들이 나오는데, 이 소설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지구인들은 지구를 기반으로 외계인을 상상하지만 완전히 다른 외계인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작중 등장하는 독수리 인간은 “지구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우주종족들이 자신들과 유사한 조건에서만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고 이야기한다.

또 한 가지 과학이 극에 달했을 때의 가상 시나리오도 인상적이다. 과학이 끝없이 발달하고 그 과학의 힘으로 유전자를 조작해 수명을 늘려 문명을 마음껏 누리게 되면 우주로 나아가 주변의 많은 원시문명 종족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오랜 세월동안 번영하다가 한순간 소멸하는데, 그 이유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진화해 온 유전자에 담겼던 정보 중에서 그들이 불필요하다고 여겨 제거한 부분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워낙 명작이라 지속적으로 영화화에 대한 소문이 돌았지만, 아직까지도 제작된다는 소문만 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영화학도들이 짧은 단편을 만드는 단골 작품이다. 아래 임베딩한 영상은 벤쿠버 필름스쿨 학생들이 제작한 것이다.

라마 시리즈는 라마란 제목으로 1996년에 시에라 엔터테인먼트에서 실사합성 어드벤처 게임도 제작되었다. 게임 엔딩까지 가면 아서 클라크가 실사영상으로 나와 원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낙원의 샘 (The Fountains of Paradise)

아서 클라크의 1979년 작이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궤도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이야기다. 매우 단순한 소재지만 장편소설로 거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궤도 엘리베이터의 건설지는 고대에 낙원의 샘이라 불렸던 장소이며, 외계인 이야기와 전설 등이 잘 버무려져서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고대 인도의 왕 칼리다사(Kālidāsa)가 하늘에 닿을 탑을 지으려다가 반란으로 실패한 곳이다. 작품의 내용은 궤도 엘리베이터를 만들기까지 한 건축학자의 대단한 삶과 그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다.

재미도 있지만 낙원의 샘은 이후 수 많은 SF작품들에 영향을 미쳤는데, 당장 인기리에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 OO의 배경이 되는 궤도 엘리베이터도 여기에서 기원했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유년기의 끝 (Childhood’s End)

시기적으로는 상당히 앞선 1953년 출판된 아서 클라크의 대표작으로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상으로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큰 SF 작품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에 하늘에 갑자기 UFO가 나타나고 정체를 알수 없는 외계인 오버로드(Overlord)들이 UN에 면담을 요청한다. 오버로드들은 자신들이 인류를 관리하겠다고 선언한다. 놀랍게도 이들의 관리 하에 인류의 전쟁은 사라지고,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다. 그런데, 이들의 정체는 …

더 이상의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자제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것이 좋다. 참고로 오버로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버마인드(Overmind)도 등장한다. 이쯤 되면 아마 <스타크래프트>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실제로 <스타크래프트>는 <유년기의 끝>의 영향을 엄청나게 받은 작품이다.

결국 항상 싸움질이나 하던 유년기의 인류가 그 끝에 더 이상 인류라고 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이런 설정은 이후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도 등장한다. 인류의 종말과 그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도전적인 미래를 그려냈고, 오버로드의 형상이 천사가 아닌 악마처럼 그려진 것도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외에도 <건담 더블 오> – 이 작품은 아서 클라크 작품들의 오마쥬같은 느낌도 든다 – <문명: 비욘드 어스>, <파이브 스타 스토리> 등은 많은 부분에서 이 작품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 밖에도 수 많은 작품들이 크고 작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스토리나 캐릭터, 배경 등을 가져왔다.

음악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핑크 플로이드나 아이언 메이든은 이 작품의 제목을 딴 곡도 발표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5maYJfgKvkQ

이 작품도 끊임없이 영화화와 관련한 루머가 나돌았다. 판권은 유니버설 픽쳐스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제작과 관련한 소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가 2015년 12월 드디어 Syfy 채널이 3부작 미니시리즈로 <유년기의 끝>을 제작 방영하였다. 내용이 원작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필자도 아직 구해보지 못했는데 빠른 시일 내에 찾아볼 예정이다. 아래는 Syfy 채널의 <유년기의 끝> 트레일러이다.

원문 : http://health20.kr/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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