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브런치의 시작을 알렸던 두 개의 포스팅은 브런치의 시작이라 좀 조심했던 것도 있었다. 오늘은 소신있게, 현재 우리나라 디지털 오리지널 동영상 시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보려 한다.
TV가 몰락하고 있고 모바일이 대세가 되었으며 그에 따라 디지털 오리지널 동영상이 결국 대세가 될 것이라는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용어의 범위나 쓰임새가 모호하여 오해를 부르고 있는 부분들도 상당히 많은 듯 하다.
TV 방송사의 몰락
TV의 몰락이라는 말과 함께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말이 바로 “방송사의 몰락”이다. 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TV + 라디오)이 전년 동기 대비 24% 하락했다는 기사도 나왔다.(관련기사 : 1·2월 지상파 광고매출, IMF 이후 최저…위기감 고조 ) 그리고, 우리나라 자료는 아니지만, 2017년이면 모바일 광고 액수가 TV 광고 액수를 넘어설 것이라는 작년도 PWC의 전망은 꽤나 여러군데서 인용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방송사는 몰락하고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뜨고 있는 것일까?
오늘(2016.04.04) 네이버TV캐스트 순위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어쨌든 방송사의 콘텐츠들이 SMR을 통해 정식으로 유통되면서 다른 온라인 콘텐츠들도 다수 존재하고 있는 네이버TV캐스트의 2016.04.04일자 순위를 살펴보자. 그 중에서도 모바일에서 최강자(?)로 꼽히는 10대들의 순위를 살펴보자.
8위에 있는 게임소개영상을 제외하면 모두 TV 방송사 콘텐츠들이다.(사실 저마저도 네이버 자체 채널이다…) 대부분의 시간에 들어가보면 보통 100위 안에 TV 방송사 콘텐츠가 아닌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를 찾기란 굉장히 힘들다. (뭐.. 72초TV가 상위권에 들어가 있는 다른 순위도 있지만, 자랑질은 최대한 배제해보자 ㅋ)
네이버가 아무리 10대들 시장에서 밀리고 있고(디스 아닙니다 ^^;)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고 해도, 어찌되었건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내에 10대들의 동영상 시청 순위가 저렇게 나온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TV를 보지 않는 것이지 TV 콘텐츠를 보지 않는 것이 아니다
10대들, 그리고 10대가 아니더라도 모바일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더이상 TV가 메인 디바이스가 아님은 분명하다. ( 관련기사 : 4050 세대도 TV·PC 대신 스마트폰 본다…”집중화 현상 뚜렷” )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말은 TV라는 “디바이스”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TV방송사에서 만든 콘텐츠”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이용하는 디바이스가 바뀌었고, 사람들이 새로운 디바이스에서 시청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들(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생겨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TV방송사에서 제작한 콘텐츠들을 더 즐겨 보고있다.
그럼에도 방송사의 매출은 떨어지고 있다
사람들의 눈은 이제 TV 디바이스보다는 모바일 디바이스에 몰려있고, 사람들이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영상을 감상하는 것으로 인한 매출은 모바일 광고 매출로 잡힌다.
정리해보자.
TV방송사들의 TV와 라디오 광고 매출은 줄고 있다. 그에반해, 모바일 광고 매출은 늘고 있다.
위 네이버 예에서도 봤듯이, 현재 온라인/모바일 광고 매출의 대다수는 TV방송 콘텐츠에서 발생하고 있다. TV 방송 콘텐츠들을 유통하고 광고를 유치하는 SMR의 2월 매출은 70억에 육박한다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TV방송사들의 전체 매출이 줄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즉, 기존의 TV와 라디오 광고 매출이 줄어드는 양이 온라인/모바일 광고 매출이 늘어나는 양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다. 그래서, 방송사들은 위기인 것 같다.
그럼 디지털 오리지널 동영상 제작사들은?
디지털 오리지널 동영상 시장은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없다시피 하던 시장이다. 그런데, 이 시장이 규모가 커지며 점점 “돈이 되는” 시장이 되는 듯 보인다. 새로 생겼고 커져가고 있는 시장인 것이다. 그래서, 각종 언론 기사가 나고 스타가 생긴다. 우리나라에도 1년에 10억을 넘게 버는 크리에이터들도 있다. 웹드라마 제작사들도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 그들이 싸우고 있는 시장은, 우리가 “방송사가 몰락한다”고 이야기 할 때의 시장과 같은 시장이 아직 아니며, 시장의 크기도 아직 비교급이 되지 않는다. “방송사가 몰락”하는 속도보다도 훨씬 못미치는 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싸우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디지털 오리지널 동영상 제작자들은 온라인/모바일 광고 매출의 아주 일부분을 가지고 아웅다웅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기존 방송사들을 위협하고 있고, 기존 방송사들을 대체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현재 디지털 오리지널 동영상 시장은 아직은 그들만의 리그를 가지고 있으며, TV시장과는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교류가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시장은 급격히 일원화되고 있다
디지털 오리지널 동영상 시장에 긍정적이고도 부정적인 소식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 거대 미디어 시장과 온라인/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급격하게 일원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가 TV에 편성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기존 방송사들과 온라인/모바일 제작사들이 협력하는 사례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이는 아마도 크지 않은 우리나라 동영상 시장에서 각기 다른 두 시장이 공존하기에는 그 사이즈가 넉넉치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TV를 포함한 동영상 유통 플랫폼들이 온라인/모바일로 수렴할 것이라는 점은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부분일 것이라 생각한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아직까지는 서로 조금은 멀찍이서 바라봤던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과 TV 콘텐츠 시장이 하나로 합쳐진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디지털 오리지널” 이네 “TV”네 하는 경계는 없어지고 그냥 “콘텐츠” vs “콘텐츠”로 같은 링 안에서 싸워야 하며, 헤비급 라이트급 구분없이 무조건 힘세고 재미있는 콘텐츠만 살아 남게될 것이다.
TV 콘텐츠들은 야금야금 디지털 시장을 먹어들어오고 있고, 곧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다.
그리고, 한 링 위에 모두 모여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일 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판단하고 그 무기를 갈고 닦아야만, 디지털 콘텐츠이건 TV콘텐츠이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글 : 성지환
원문 : https://brunch.co.kr/@chiehwa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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