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그리고 델라웨어법인에 대해
안녕하세요. 캘리포니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존정입니다. 미국에 온 지 이제 십여 년째, 개인적으로는 2002년 월드컵을 함께하고 떠나온 기억이 아직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한국에서 만나는 분들과 얘기하다 보면 십여 년은 꽤 긴 시간으로 느껴지는 것 같더군요. 아무튼, 한국은 제 생활면에서나 업무적인 면에서 여전히 고향이고 터전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업무차 두어 달에 한 번씩 한국에 들어가는데, 이제는 좀 덜해졌지만, 공항에 도착할 때마다 느끼는 건 ‘한국은 참 역동적인 나라구나, 미국보다 더 선진국이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스타트업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미국진출에 대한 관심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특히 예전에는 중견 기업 이상의 어느정도 국내에서 자리를 잡은 기업들이 미국진출에 관심을 두는 업체들이었다면, 이제는 창업 또는 초기단계부터 미국에서 해보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저 역시도 미국진출 기업들에 대한 법률자문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업무 및 관심의 대상으로서 스타트업의 비중이 현저히 늘어나는 상황인데요, 해서 앞으로 스타트업들이 미국에 진출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정보를 칼럼 형태로 제공해보려 합니다. 한편, 칼럼을 쓰는 데 있어서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안 그래도 딱딱하고 재미없는 게 법인데, 전문적인 용어가 들어가고 개념설명하면 저부터도 읽기 싫어질 테니, 되도록 이런 것들은 빼고 쉽게 접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첫 주제는 미국회사의 설립에 관한 내용입니다.
최근 한국의 액셀러레이터들이 주관한 스타트업대상 세미나를 몇 건 진행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미국회사 설립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심은 (1)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이들로서 미국 회사를 설립하는 게 왜 더 좋은지에 대한 판단과 (2)미국회사설립을 결정했다면 어떤 형태의 미국회사가 좋은지에 대한 판단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왜 스타트업을 하는 데 미국회사가 좋은지는, VC 등 투자자모집이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다, 미국시장진출을 위해서는 시간의 문제일 뿐 당연히 미국회사설립이 가야 할 방향이다, 그리고 조금 위험한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한국회사로서 여러가지 대정부보고 등 사업 외적인 면에서 번거롭게 하는 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모두 일리 있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만, 이에 대한 추가의 논의는 다른 기회에 하기로 하고, 이번 글은 어떤 형태의 미국회사가 좋은지에 대한 내용을 다뤄보겠습니다.
델라웨어 법인의 경우
결론부터 내리는 것 같지만,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회사라면 대부분 델라웨어법인을 설립하는 게 맞습니다. 한편, 미국 회사를 설립하는데 있어서 델라웨어법인이 좋다고들 하는데 많은 경우 실제 왜 좋은지, 또는 모든 회사에게 해당하는 건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전통적으로 델라웨어법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데 우선 회사 설립에 드는 비용, 절차, 시간 등이 타주에 비해 유리합니다. 미국의 몇몇 주는 역사적으로 그 주의 회사설립을 용이하게 해줌으로써 많은 기업들을 유치하고 이를 주 정부의 주요수익원으로 활용해 왔는데 델라웨어가 그 대표적인 주입니다.
두 번째로 델라웨어에 설립된 법인은 만약 회사 운영에 있어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델라웨어 주 법원의 관할을 받게 되는데, 델라웨어 주 법원의 경우 기업 문제에 있어서 판결의 기준이 배심원제도를 택하지 않고 판사의 판단을 따릅니다. 이게 왜 기업활동에 유리한지 궁금할 수 있겠는데, 기업운영에서 배심원제도를 택할 경우에 비해, 그때그때 정치적인 이유나 여론에 휘둘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조금 더 객관적인 판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방식에 따라 예전부터 축적된 여러 판례를 통해서 비슷한 사례에 대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기업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겠고, 이와 같은 이유로 미국의 대다수의 유명한 상장기업들은 ‘실제 주 비즈니스를 어디에서 하는지’와는 별도로 델라웨어법인을 설립 주로 선택하는 실정입니다.
이밖에 회사의 투자자와 주주들의 정보보호에서도 다른 주에 비해 더 유리한 법적 장치를 제공하고, 특히 주 상법상 회사의 매각 등 주요의사결정에 있어서 우선주주 (Preferred shareholders)들의 의사가 더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의 exit을 위해 지켜야 하는 법적 절차들이 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수월한데, 이런 점에서 향후 series funding과 성공적인 상장 또는 exit을 목적으로 하는 창업기업들은 VC 등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려면 델라웨어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대부분 정답일 것입니다.
모두가 델라웨어법인을 설립해야 할까?
그럼 모든 기업이 다 델라웨어법인을 세워야 할까요? 위에 언급한 장점이 미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모든 회사에 해당되지는 않을 겁니다. 예컨대, 한국의 모회사가 100% 소유하는 미국 현지법인이거나 소수의 가족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기업이라면 위와 같은 신규투자 및 주주권한에 관한 내용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이와 같은 기업의 주된 활동 지역이 다른 주에 있다면 굳이 델라웨어법인을 세워서 두 개 주에 모두 관리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은 불필요할 겁니다.
한편, 사족으로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기업법에 따라 비록 델라웨어주에 회사를 설립하더라도 캘리포니아에서의 기업활동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캘리포니아 기업법의 적용을 받게 한다는 조항이 있으므로 이 부분도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서 언급한 법인이라는 개념은 corporation을 지칭한 것인데 이게 모든 비즈니스에 무조건 가장 좋은 형태라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에는 corporation, partnership, LLC 등 여러 형태의 기업조직이 있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이번 글의 방향을 넘어서는 것이므로 다음 기회에 다뤄보거나 아니면 예전에 제가 이에 관해 쓴 다른 글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다시 말씀드리지만, 미국에서 창업, 투자자 모집 등에 관심을 두는 기업이라면 Delaware corporation이 정답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한국 법인을 미국법인으로 바꾸는 내용 (Flip이라고 하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글/ JC&Company 존 정 대표 info@jclawcpa.com
벤처스퀘어는 미국 로펌인 JC&Company와 함께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시 꼭 알아야 할 법률 가이드를 연재합니다. 전체 글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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