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스타트업에 성공한 외국인 CEO 인터뷰 ①]
패션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맨땅에 헤딩’하고 이겨낸 스토리가 궁금한가. 보통은 IT와 연관된 스타트업을 떠올리지만 흥미로운 스타트업도 찾아보면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 보르고 이탈리아의 한국지사 대표 쥬세페 라 토레(Giuseppe la Torre · 26)가 일하는 르호봇의 프라임 선릉 센터를 찾았다. 여유 있는 미소와 비즈니스맨의 눈빛이 섞인 인사를 건넨 그는 젊은 디자이너 포스를 풍겼다.
보르고 이탈리아가 어떤 기업인지, 왜 한국에서 스타트 업을 시작했는지 물었다. “이탈리아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 중소 패션 기업 15곳 이 모여서 수출을 같이 하기 위해 뜻을모았다”며 2년 전 4개 브랜드사가 보르고 이탈리아 서울 지사를 시작했다. 현재는 6개 브랜드가 진행 중이다.
보르고 이탈리아는 1994년 피에로 이야코모니 회장 (Piero Iacomoni · 70)이 작은 패션 회사들을 모아서 해외 수출을 시작하려는 아이디어로 만들었다. 러시아, 중국, 미국, 호주, 인디아, 남미 등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쥬세페는 이탈리아에서 경제학과 마케팅 석사 과정 중 보르고에 입사. 그의 남다른 열정을 알아본 회장님의 권고로 알지도 못하는 한국에 와서 ‘맨땅에 헤딩’을 시작했다.
인턴 3개월을 고시원에서 살면서 친구도 지인도 없이 지냈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친구 사귀기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일에만 집중했다. 앞이 캄캄했던 비즈니스에 차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3개월 인턴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경험으로 끝내기엔 아쉬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작년 11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캐쉬미어 브랜드 캐쉬하트(Casheart)의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오픈 준비로 밤 10시부터 다음날 백화점이 오픈하기 전까지 하루에 14-15시간을 일했다”며 쇼윈도 디스플레이부터 집기 구하기까지 모든 걸 혼자 다 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다행히 현장에서 영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을 만나 겨우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쥬세페 대표가 한국에 오기 전인 2012년부터 이탈리아 대사관이 주최하는 패션 전시가 매년 두 번씩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리고 있었다. 매년 1월 말과 6월 말 이탈리아 브랜드만을 위한 전시로 40여 개의 패션 업체가 참여한다. 그가 ‘맨땅의 헤딩’을 시작할 때 유일한 희망이 아니었을까.
소규모 외국인 지사 초기, 한국 민간 비즈니스센터 서비스 받으며 안착
“말이 통하지 않고 힘들어할 때 친구 하나가 르호봇을 추천했다”며 지금은 런던에서 패션 마케팅을 공부한 파트너 고수빈 팀장을 만나 강남구에 위치한 르호봇 프라임 선릉 비즈니스 센터에서 역량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르호봇의 지역적인 편리와 매니저의 경영지원 서비스에 대만족이다”며 내달에 이탈리아에서 오는 2명의 인턴을 위해 현재 센터 내에 더 넓은 사무공간으로 이전할 계획을 밝혔다.
쥬세페는 “서울을 중심으로 아시아 진출에 집중할 계획이다”며 패션 트렌드에 앞서가는 아시아에 이탈리아 패션을 알리고 싶은 포부를 말했다. “처음엔 혼자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고 팀장과 함께 5월에 올 2명의 인턴들이 일본,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태국 등 진출할 나라의 시장 조사들을 맡는다”며 기대에 찬 얼굴을 내비쳤다.
현재 한국에 들어온 6개 브랜드 중 30년 역사를 가진 아동복 전문 브랜드 ‘모나리자 (Monnalisa)’는 62개 국가에 직영점과 멀티 매장이 있다. 한국에서는 백화점 위주의 입점을 위해 팝업 스토어를 기획하고 있다.
쥬세페 대표가 한국에 알리고자 하는 브랜드는 ‘모나리자 (Monnalisa) ’이외에도 캐시미어 브랜드인 캐쉬하트(Casheart), 신발 브랜드인 샌도(Sendo), 남성 셔츠 브랜드인 알레산드로 게라르디(Alessandro Gherardi), 성인 남성과 남자아이 수트 지오스브룬(GiosBrun) 그리고 악세서리 브랜드 보자르트(Bozart)의 6개 브랜드(회사)다.
한국의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말에 쥬세페 대표는 “‘인내’해라. 인내하고 열심히 일해라.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계속 해라”고 말했다. “꾸준히 네트워킹 단체 등에 참여해 인맥을 쌓고 소통한 것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며 많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 이탈리아가 2천 킬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국에서의 비즈니스 가능성을 느낀 이상 계속 도전하겠다는 입장이다. 패션계와 방송, 비즈니스 협력사에서 구두 닦는 아저씨 친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이 있는 지금은 한국이 ‘제2의 고향’ 같다고 털어놨다.
그의 인내와 열정이 한국에 이탈리아 패션을 알리고 있다. 파트너 팀장을 맞이했고 다음 달이면 이탈리아에서 2명의 인턴이 온다. 패션 중심인 서울을 발판으로 아시아 전역에 뻗어갈 이탈리아 패션에 대한 쥬세페 대표의 행보에 주목해본다.
글/S.PR Team 서하늘이 drew@sprcomp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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