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대표는 여느 학생들처럼 남들이 멋있다고 하는 삶을 자신의 꿈과 동일시하며 자랐다. 학창시절 한 번도 반장을 놓치지 않았고, 공부도 잘했지만 노는 것도 잘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노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원치 않으셨던 어머니와 자주 다투기도 했다.
그러나 좀 더 넓은 세상을 만날수록 그는 혼란스러웠다. 양극단의 사람들을 만나다 ‘난 어디에 서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 앞에 모호해지는 정체성과 그동안 달려온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는 대학교 내 상담센터를 찾아가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는 자신의 삶을 털어놓았다.
10개월간의 심리 상담은 뜻밖의 선물과도 같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게 되었고,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이때의 경험을, 언젠간 실현할 창업 아이템 명단에 올렸다. 인터뷰를 위해 국민대학교 창업보육센터 내 사무실을 찾았다.
Q. 아이템을 사업화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 지인과 함께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으로 시작
심리상담 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심리상담 받아보라.”며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받지 않았다. 사회적인 시선 자체가 부정적이고, 기록에 남는다는 점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또한, 50분 상담에 10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도 한몫을 했다. 그래서 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비즈니스모델을 구상하게 되었다.
작년 1월, 지인 중 개발자, 디자이너 팀원을 모아 카페에서 회의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10월에 웹 버전의 베타 테스트를 실시하고 11월에 모바일 앱 서비스를 출시한 후 12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5백만 원의 자본금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2015년에 투자금 1억 원을 못 받으면 사업을 접겠다.”고 말했는데 다행히도 작년 5월 중소기업청 정부지원금 5천만 원을, 작년 12월에는 KDB 산업은행이 주최한 ‘2015 KDB 스타트업’ 대상 수상금 5천만 원을 받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Q. 사업성이 있나.
■ 국민 4명 중 1명꼴로 정신건강 문제 경험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1명은 전 생애에 걸쳐 한 번 이상은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 그러나 상담 서비스 이용률은 낮은 편이다. 즉,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조차 없는 사회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해도 심리상담 정보 부족으로 인해 초기 치료 시기를 놓쳐 정신질환이 만성화된다. 그리고 주로 쇼핑이나 폭식, 알콜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인데, 상황이 악화될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국내 정신 건강 서비스 시장 규모를 1조 5,000억 원으로 보고 있는데, 내가 주목하는 건 외국 논문으로써도 성과가 입증된 ‘텍스트 테라피’이다. 자신의 상태를 공감해주고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실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서비스한 결과 누적 회원가입자 수 13,800명을 돌파하였고, 앱 평점이 4.0 이상을 기록할 만큼 심리상담 분야 앱에서 만족도가 높다. 또한, 사용자의 평균 이용 기간은 7.5일, 결제율 14.4%, 재결제율 10%를 기록하고 있다.
Q.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 심리상담사와의 온라인 메신저 상담 서비스
독일어로 ‘위로’, ‘위안’을 뜻하는 ‘트로스트(Trost)‘는 웹과 앱을 통해 심리상담사와 메신저 채팅으로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트로스트는 전문심리상담사에게 상담받고 싶은 사람들이 맞닥뜨리는 거리적 제약, 대면 상담에 대한 부담감, 높은 가격 문제를 해결해주는 온라인 심리상담 서비스이다. 익명으로 원할 때면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누군가와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정서적 안정감을 주어 치료 효과 또한 높은 편이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고민 작성 후 상담분야를 선택하면 코디네이터가 초기 무료 상담을 통해 전문 심리상담사 3명을 추천해준다. 사용자는 그중 마음에 드는 상담사를 선택한 후 텍스트 테라피를 받는 절차이다.
Q. 전문심리상담사는 어떻게 확보했나.
■ 오프라인 상담센터와의 업무 협약
현재 서울, 경기 지역 14개 상담센터와 업무 협약을 맺어서 전문심리상담사 36명을 확보하였다.
처음에는 서울 모든 대학 심리학과 교수에게 도와달라는 이메일을 보내서 발품을 팔았다. 이메일을 보낸 분 중 80%는 답변이 없거나 서비스의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한두 분 관심을 두고 조언해주시기 시작했고, 기존 오프라인 상담센터에 다니는 심리상담사들을 설득하여 서비스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Q. 타 서비스와의 차별점은.
■ 오프라인 상담센터와의 업무 협약
메신저 형태로 상담을 주고받다 보니 서비스 접근성이 좋고 응답 속도가 빠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강점은 상담 데이터의 축적이다. 사용자는 양질의 상담 내용이 앱에 쌓여 있어 서비스 전환비용 상승으로 인한 충성도가 높다. 상담사 입장에서도 상담을 계속 리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말해, 기존 오프라인 상담처럼 상담 내용 녹음 후 타이핑해야 하는 비효율성이 없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 상담 문화의 대중화를 끌어내는 온디맨드 서비스 회사
오는 5월부터 기업 상담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 300대 기업의 경우 국민건강증진법상 직원 정신건강에 대한 복지 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직원들은 회사 내 상담소 방문을 꺼리는 성향이 강하고, 외주 서비스의 경우 상담의 질 유지가 어렵다는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음성과 화상 채팅을 통한 상담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고,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마이닝을 통한 감정 분석과 추천 알고리즘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O2O 중심의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를 통해 상담 문화의 대중화를 끌어내는 회사를 꿈꾸고 있다.
글. 안경은 앱센터 객원기자 brightu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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