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먹방, 쿡방 등 먹거리와 관련 된 방송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3대천왕이나 수요미식회, 식신로드, 테이스티로드 등 맛집을 선별하여 알려주는 방송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요즘 3대천왕이나 수요미식회에 한 번 언급된 집들은 줄을 서지 않고는 맛 볼 엄두조차 낼 수 없다. 기존에도 이런 종류의 맛집 정보 방송은 존재했으나, 공공연히 광고비를 수취하는 것 등이 알려지면서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3대천왕이나 수요미식회가 가진 차별화 된 포인트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최고의 외식 사업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분과 음식 컬럼니스트 등이 출연하여 그들의 숨겨둔 단골집이나 맛집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준다는 점 + 시즌별로 적절한 테마에 맞추어 맛집을 선별하는 점 등등이 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광고성 정보에 지쳐있는 소비자들에게 그럴듯한 고급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여기 나오는 맛집들도 호불호는 갈리기 마련이지만…) 그렇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바로 남들은 잘 모르는 진짜 먹을만한 맛집 정보를 알고 싶은소비자의 욕구이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송이나 모바일 앱 개발을 위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남들이 아직 잘 모르는, 정보의 격차가 존재하는 영역이 바로 플랫폼의 등장이 요구되는 영역일 것이다. 바로 여기서 발생하는 격차를 활용할 때 비즈니스 기회가 만들어진다.
정보 격차를 활용하여 성공한 플랫폼 – ConvertBond.com
사실 이 숙제를 풀기 위한 시도는 웹의 초창기부터 지속되어 왔다. 최근 읽은 책에서 재미있는 사례를 발견하였는데, 1997년에 만들어진 컨버트본드닷컴(ConvertBond.com)의 사례이다. 컨버트본드닷컴은 훗날 리먼 브라더스의 부사장이 된 로렌스 맥도날드가 설립한 업체로, 미국 전역의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 한 업체이다. 당시 채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하드카피로 된 사업설명서를 확보해야 했으며, 이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여러 주가 걸릴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 채권을 발행하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업설명서를 요구해야만 했다니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로렌스 맥도날드는 친구인 스티브 시펠드와 의기투합하여 창업 초기 890개의 전환사채와 관련 된 기한, 가격, 뉴스, 분석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이들이 요청하여 보유한 사업설명서가 작은 사무실의 바닥에서 천정까지, 심지어 방을 넘어 복도 밖까지 쌓여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단순히 정보를 수기로 입력하여 데이터베이스화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단위로 자신들이 선정한 ‘오늘의 채권’ 정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사이트 개통 후 기관투자가들에게 사이트 접속을 위해 매월 1천 달러의 요금을 과금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재기 넘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여 하루 25만 건의 방문횟수를 기록하는 웹 사이트로 성장하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30대 초반의 청년 단 둘이서 만들어낸 이 서비스의 위력에 기존 금융 회사들이 위기감을 느꼈다는 점이다.
가감없이 신규 발행 채권의 가치를 평가하고 (3퍼센트의 쿠폰을 제시하는 신규 발행 채권 등, 충분하지 않은 쿠폰을 제공하는 채권을 맹렬히 비난했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정보 격차 현상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는 서비스의 등장은 기존 금융 회사에게 눈에 가시일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로렌스 맥도날드를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모건 스탠리 측은, 1999년 수백만달러를 주고 컨버트본드닷컴을 인수하게 된다.
웹을 통해 채권을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자체적인 채권 평가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의 상대적인 정보 격차를 해소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보 격차를 활용하여 비즈니스할 수 있는 영역은?
웹의 초창기에는 이와 같이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비즈니스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과연 지금도 이런 영역이 존재하기는 할까? 이 부분은 물론 지속적인 고민과 발견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정확히 어디라고 짚어내기는 어렵지만, 아직까지도 이런 영역이 상당 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맨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물론 대표적인 영역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서비스들이 나타났다가 스러지는 영역이기도 한데, 최근 필자는 망고플레이트(MangoPlate)나, 얍(Yap), 포잉(Poing), 카카오플레이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플레이스의 경우 특히 서비스 초기 카카오톡의 내 친구들이 평가한 장소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면서, 광고가 아닌 신선한 정보라는 신뢰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간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정제 된 정보를 추천해주는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지역 기반으로 뜨고 있는 장소를 보여주기도 하고, 여기에는 물론 카카오 유저들의 평가 결과가 별점으로 제시된다. 3대천왕이나 수요미식회에 나온 근처 맛집 정보를 짚어주기도 한다. 자체적인 평가 기준, 즉 평가 시스템을 얼마나 매력있게 제시할 수 있느냐가 어슷비슷한 서비스 사이에서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O2O 서비스 일부나, 마켓 네트워크 형태의 서비스들 또한 그 동안 웹으로의 전환이 어려워 정보를 얻기 힘든 영역이었다. 인테리어 전문가 등 정보가 부재하여 전문가 고용에 어려움을 느껴온 영역들이 하나 둘 씩 웹의 범주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그 밖에도 웹으로의 전환이 더디게 일어나면서 정보의 격차까지 존재하는 영역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가 예전 컬럼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아트테크와 관련 된 영역이 그 중 하나일 수 있다. (참고로 당시 언급했던 서울옥션의 주가가 1년 사이 딱 두 배가 되었다. 9,180원 -> 18,750원) 그림 시장은 아직 일반인들이 범접하기에는 뭔가 고차원적일 것만 같고, 그 만큼 믿을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한 시장이다. 그림을 구매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어도, 과연 이 그림이 정말 좋은 그림인지 투자 가치는 과연 얼마나 있을지, 누군가에게 마땅히 물어볼 루트가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포인트는 그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경우 원로 작가들에 대한 정보는 물론, 학계에서 갓 배출되어 나오는 신인 루키들에 대한 정보 또한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몇 년도에 졸업한 기수 중에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루키가 누구인지에 대한 그들만의 리스트가 존재한다. 물론 예술에 대한 가치를 어떠한 기준에 의해 평가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 있으나, 미술계에도 특정 갤러리의 전시 현황이나 일부 컬렉터의 움직임에 따라 트렌디한 화풍이 조성되고, 호가가 매겨진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 존재한다.
정보 격차의 힘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영역으로, 작가들에 대한 정보와 거래 가격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미래 가치를 특정 변수에 의해 추정하는 부분 등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한 나라의 GDP가 성장하고, 경제 및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증가하게 되는 영역이 바로 문화예술 분야이기도 하다.
부동산 – 건물 영역의 경우 여전히 심하게 정보 격차가 발생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직방이나 다방과 같은 모바일 기반 서비스가 나오며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거래 가격의 히스토리 및 주변 개발 이슈 등 다양한 변수를 기반으로 한 가격 추정 서비스가 나와주기를 희망하는 영역이다. 관련해서 미국의 질로우(Zillow) 같은 서비스는 자체적으로 제스티메이트(Zestimate)라는 가격 추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신뢰할 수 있는 평가 기준 적용 필요
그 영역이 어디가 되었든 중요한 점은, 정보 격차를 줄이고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믿을 만한 평가 기준이 적용되었는가이다.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플랫폼으로서 소비자에게 그 가치를 어필하기 위해, 유니크하면서도 투명한 평가 기준으로 필터링 된 정보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말로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실제 구현을 위해서는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 할 것이다. 기존 시장 참여자들의 저항을 이겨내는 것 부터 시작하여, 평가 기준의 변수에는 어떠한 요소까지 적용할 것인지, 과연 정량화가 가능한 영역인지 등 고려해야 할 여러 포인트가 존재한다.
질로우의 경우 제스티메이트 추정치 계산을 위해 자사가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방법론과 Price Model에 대한 산식을 사이트에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바로 웹이 가지는 기본 정신과 웹이 제공하는 공평한 기회를 살리는 것에 있다. 웹이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는 기회의 문은 아직 열려있다. 먼저 이 영역을 찾아내고 정보 격차를 줄여 비즈니스 기회를 얻는 것은 물론, 세상에 또 하나의 변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일 것이다.[Update] 이 글을 게재한지 하루 뒤인 4월 26일 서울옥션이 온라인 경매 사업을 강화하고 미술품 경매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서울옥션블루’ 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서울옥션블루는 개인 소장 미술품의 시세를 알아볼 수 있는 모바일 앱 ‘프라이스 잇(Price It)을 제공하고, 별도의 온라인 경매 사이트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다음카카오 출신의 최문희 본부장 등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미술 시장 정보시스템(www.k-artmarket.kr)이라는 이름의 데이터 서비스를 내놓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포털에서의 키워드 검색 순위와 국내 경매사 낙찰 데이터를 모아 인기 작가와 시장 거래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고 한다. 아직 보다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데이터 변수가 보완되어야 하겠으나 의미있는 시도임은 분명해 보인다.
글 : 임하늬 (Vertical Platform)
원문 : http://goo.gl/jZ6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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