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리더열전#9]본투글로벌 김종갑 센터장 “스타트업이 원할 때 지원한다”

스타트업은 바쁘다. 매일 사업 지원 공고문만 보고 있을 새가 없다

본투글로벌 김종갑 센터장은 “스타트업이 정말 필요할 때 적절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 지원사업공고가 특정 시기에 몰려있었다면 앞으로는 간헐적으로 스타트업이 필요한 시기에 지원 공고를 내고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작년 9월 본투글로벌에 새로 부임한 김종갑 센터장은 20여 년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도운 실무에 강한 ICT전문가다.  김 센터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국내 스타트업 지원 제도를 개선하고, 원석의 스타트업을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판교 테크노밸리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김종갑 센터장을 만나 본투글로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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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오랜 경력을 갖고 있는데 본투글로벌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국내 벤처기업들을 돕는 역할을 오래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곳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떠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글로벌 성장성이 큰 기업을 발굴해 해외로 보내는 역할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센터장 모집 공고를 보고 합류하게 됐다.

스타트업이 필요할 때 지원해주겠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공급자 마인드가 아닌 수요자 마인드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모토가 ‘기업이 원할 때 한다’다. 이를 위해 선발 시기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올 3월 본투글로벌이 새롭게 스타트업 캠퍼스에 입주하고 함께 공간을 사용할 스타트업  46팀을 뽑았다.  지원이 필요한 우수 스타트업이 새로 등장하면 입주 가능 하도록 기회를 열어놓고 있다. 또 외부 전문가들에게 법률, 재무, 마케팅 등의 여러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맴버(회원사) 100팀을 선발하는데 현재 40팀만 뽑은 상태다. 나머지 60팀은 향후 지원이 필요한 스타트업들 위해 남겨 두었다.

그럼 지원 공고를 더 자주 내는 건가?

스타트업들이 지원이 필요할 시점에 공고를 보고 지원할 수 있도록 홍보를 더 자주하려고 한다. SNS나 여러 미디어를 통해서 스타트업들이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콘텐츠 생성과 유통망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멤버사 60팀은 격월에 한 번씩 공고를 통해 선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선발된 팀은 어떻게 관리하나?

과거에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부서와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있었다. 지금은 지원과 관리를 통합했다. 본투글로벌의 각 직원에게 담당 회사를 지정해주고 1년 동안 그 기업과 함께 뛰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같이 찾도록 변화를 주었다. 스타트업에게는 자기를 잘 아는 지원군을 얻는 셈이니 좋고 매번 일일이 새로운 직원에게 사업 진행 사항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없으니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특별히 관심을 두고 지원해주는 분야가 있나?

없다. 해외에서 성공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의 스타트업은 모두 지원한다. 그래서 그런지 본투글로벌 입주 기업 중 의외라고 생각되는 기업도 많다.  나라별로는 크게 유럽, 미주, 동남아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팀을 선발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분야는 크게 관계가 없다고 본다.

글로벌 성공 스타트업을 선발하기 위한 비결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선발할 수 있는 견고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던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평가와 검증을 하는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본투글로벌센터가 작성하는 기업진단리포트 서비스가 새롭게 도입된다. 예컨대 프로토타입만을 가지고 앞으로 이 제품이 6개월 안에 완성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그 기술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기술검증, 특허, 시장 가능성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진단평가표를 만들고 스타트업과 전략을 같이 짠 후 전문 컨설턴트를 만난다. 작은 부분부터 스타트업과 성공을 위한 전략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는 해외에서 데모데이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올해 해외 데모데이 계획은?

올해는 4번 정도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데모데이 회수는 줄었지만, 질적으로는 더 나을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에 단체로 가서 유명 기관을 탐방하고, 형식적인 데모데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일은 없게 하겠다. 해외 VC가 어떤 특정 한팀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 그 팀만이라도 데리고 해외로 나갈 계획이다. 단 하나의 성공케이스라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꼼꼼하게 계획한 후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데모데이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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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미뤄볼 때 국내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무엇인가?

한국 스타트업은 창업할 때 엔지니어 2~3명이 시작한다. 열심히 기술을 개발해서 투자에 성공하면 또 엔지니어를 뽑는다. 이후엔 마케팅을 담당할 ‘말을 아주 잘 듣는’ 마케팅 주니어를 뽑는다. 고객을 파악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팀원을 제대로 뽑지 않는다.

고객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기술은 수단이다. 기술이 메인이되 고객이 그 기술을 배워야 하는 상황이 오면 안 되는데 국내 스타트업은 알면서도 이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기술은 잘 알지만, 실질적인 시장수요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 한다. 시장수요를 모르니 당연히 팔리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똑똑하다고 고객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모르면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합류시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겨야 하는데 머리로는 알면서도 못한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떤가?

해외는 엔지니어, 마케터, 재무전문가 셋이 시작한다. 엔지니어 셋이 시작해도 마케팅,펀딩,개발로 역할을 확실히 나눈다. 그래서 바로바로 시장수요를 파악하고 펀딩도 해결한다. 엔지니어가 귀를 열고 배우려고 하고, 인문학적 지식이 있는 분야의 팀원도 스스럼없이 받아드린다. 이런 방식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국내 스타트업도 이런 방향으로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4일(수) 코엑스에서 열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에서(GSC)에서 공유할 예정이다.

작지만 큰 변화들이 있는 것 같다. 본투글로벌이 올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경기는 앞으로 많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다. 기업들이 엄청 힘들어질 텐데 그래도 우리의 희망은 스타트업이다. 하필 이 시기에 센터장으로 부임한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열심히 자금을 끌어드릴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 정부 돈이 아닌 양질의 자금이 국내로 들어와야 하는데 열심히 노력해 해외의 VC들 액셀러레이터들을 본투글로벌에 입주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다. 그리고 2020년쯤엔 정부가 지원해 성공한 유니콘이 등장했으면 좋겠고 올해는 그 성공의 씨앗을 뿌리는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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