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대학생때부터 광고인이 되고 싶어하고, 공모전 / 인턴십 등을 통해 열심히 준비한다. 하지만 제일기획에서 국내 광고기획(AE)로 시작, 구글에서의 광고 세일즈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기업 내 마케터로 일하고있는 내 경험에 비추어볼때, 지난 13년동안 광고업계와 광고인들이 하는 일은 엄청나게 바뀌었고 앞으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래서 디지털/모바일 시대에 광고인의 역할은 어떻게 진화할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봤다.
1. 디지털이 광고/마케팅에 가져온 변화
광고인을 꿈꾸는 분들은 대부분 멋진 TV광고를 만들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내가 만든 광고를 보며 즐거워하거나 감동을 받는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2000년대 초에 끝났다.
물론 TV는 아직 가장 강력한 광고 매체다. 그러나 광고인을 꿈꾸는 20대 여러분은 과연 하루에 TV를 얼마나 보시는지? TV보다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훨씬 길지 않은가? 그리고 TV에서 제품 광고를 보고 바로 제품을 구매하기 보다는 검색, 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다른 소비자들의 의견을 찾아보고, 그 내용을 광고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지않는가?
이렇게 여러분들도 체감하시다시피, 소비자들이 TV앞을 떠나 스마트폰으로 향하면서 광고인들의 삶도 급격히 변하고있다. 먼저 광고주들은 이제 디지털없는 캠페인은 거의 기획하지 않는다. TV광고와 연계하든 아니면 별도의 캠페인을 기획하든, 디지털(모바일 포함)은 모든 광고 캠페인의 핵심이 되었다.
그리고 제품 판매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광고의 역할 자체가 변하기 시작했다. 기존 4대 매체 중심의 광고 시대에는 정확한 광고 효과 측정이 불가능했다. 그저 ’TV광고를 시작했더니 매출이 오르더라 ’라는 유추만이 가능할 뿐이었다.
그러나 검색/디스플레이 광고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을 방문한 소비자들이 실제로 구매까지 하게 될 경우, 구글 애널리틱스 등을 통해 투자한 광고비의 매출 기여 효과(ROI)를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ROI 기반의 디지털 마케팅을 ‘퍼포먼스 마케팅’이라고도 하며, 퍼포먼스 마케터들의 업무는 ‘요기요’ 이지희 부사장님의 강의 자료 ‘마케팅: 돈을 쓰는 부서? 돈을 버는 부서!’에서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특히 퍼포먼스 마케팅의 경우, 광고 시안 A/B 테스트 및 끊임없는 플랫폼별 소재/예산 최적화 등 전통적인 종합 광고대행사에서는 서비스하지 못하던 업무 영역이므로, 그 분야의 전문 대행사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들의 경우에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성과가 회사의 흥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고, 구글/페이스북 광고 등은 광고주가 직접 운영하는데도 전혀 어려움이 없으므로 대행사없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2. 종합 광고대행사의 어려움
종합 광고대행사들이 이러한 변화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내 대행사들이 외국과는 달리 인건비가 아닌 광고주가 집행한 매체비의 수수료가 아직 주요 수익원이다보니, 똑같은 인력을 투입했을 때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TV광고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 캠페인, 특히 소비자 참여형 캠페인이나 퍼포먼스 마케팅의 경우 훨씬 많은 사람과 노력이 필요한데, 그만큼 수익은 나지 않으므로 대세임을 알면서도 선뜻 제안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광고주들은 디지털 광고 예산은 점점 늘리면서도 디지털에 대해서는 기존 종합 광고대행사들의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디지털 전문 대행사들과 별도로 일하거나 구글/페이스북 등 플랫폼들과 직접 일하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어, 종합 광고대행사의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광고 제작의 경우에도 디지털 플랫폼에서 유저들과 소통하는 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MCN 소속 영상 제작자들에게 제작을 의뢰하거나, 회사 내부에 제작 인력을 갖추고 직접 제작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내가 재직 중인 라이엇 게임즈의 경우에도 게임 내용과 게이머들에 대한 매우 깊은 이해도가 없으면 좋은 컨텐츠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광고대행사 출신 인력들이 직접 디지털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런저런 상황으로 인해 종합 광고대행사들은 몇년째 매출이 정체되거나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 디지털 시대의 광고인이 되기 위해서
너무 어두운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사실 난 디지털 시대에 광고인/마케터의 역할이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졌다고 본다. 과거 4대 매체 시대에는 광고/마케팅 부서는 겉보기엔 화려해보이지만 회사 내에서는 ‘돈쓰는 부서’로 인식되었고, 회사 상황이 안 좋아지면 제일 먼저 줄이는게 광고 예산이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퍼포먼스 마케팅의 도입은 마케팅을 더 이상 돈쓰는 부서가 아닌 돈 벌어오는 부서로 격상시켜 주고 있다. 특히 최근 부상하는 O2O 기업, 모바일 게임 등의 경우 세일즈팀 자체가 필요없는 경우도 많고 대신 마케팅팀이 매출을 책임진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 광고의 오프라인 구매 기여 효과 측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이제 광고 예산은 낭비가 아닌 투자로 인식될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의 성공적인 광고인이 되기 위해선 어떤 지식을 갖추고, 어떤 경험을 쌓아야 할까? 나는 크게 3가지: 디지털 지식 / 업종 전문성 / creative를 추천하고 싶다.
첫번째, 디지털 지식이다. 앞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이제 디지털이 없는 캠페인은 상상할 수 없다. 특히 전통적인 광고의 역할인 기업과 브랜드를 알리고 선호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퍼포먼스 마케팅의 영역인 광고가 매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광고비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잘 알아야 한다. 거기에 캠페인에 활용할 수 있는 최신 technology 트렌드까지 파악하고 있다면 완벽하다.
두번째, 업종과 제품에 대한 전문 지식이다. 모바일 시대의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제품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그들 중 일부는 전문 지식으로 무장해 리뷰를 작성하기도 하고, 기업의 광고가 잘못 된 정보를 담고 있거나 정작 광고해야 할 내용을 빠트리고 있다면 그 점을 지적하고 퍼트리기도 한다. 올해 초에 어떤 분이 ‘LG 마케팅 대신해드립니다’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LG전자가 정말 뛰어난 제품을 내놓고도 광고를 제대로 못한다며 대신 광고해주겠다고 나섰던 사례도 있다.
이러한 시대에 해당 업종과 제품에 대해서 잘 모르는 광고대행사 내 제작팀이 광고주에게 OT받은 자료만으로 짧은 시간동안 고민해서 만든 광고들은 소비자들의 진정한 인사이트를 반영하기 어렵다. 디지털 시대 이전에도 전문 지식은 중요했으나 현재는 더욱 절실해졌고, 광고주들은 점차 대행사들의 제품과 소비자에 대한 낮은 이해도에 실망하여 제작인력을 채용,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있다. 만약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업종과 제품이 있다면, 광고대행사가 아니라 그 기업의 마케터가 되는 게 더 옳은 선택일 수도 있다.
세번째, creative 감각이다.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도입 등으로 디지털 마케팅은 점차 자동화되고 있고,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수록 광고 운영 프로세스는 점차 사람의 손을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계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광고 업무는 Creative다. 그리고 퍼포먼스 마케팅이 아무리 대세가 되어도 심금을 울리거나 빵터지게 만드는 Creative한 캠페인에 대한 수요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Creative 역량을 갖춘다면, 캠페인의 형식과 플랫폼은 바뀌더라도 광고인으로서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진민규
출처 : https://goo.gl/YPjH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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