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글루의 김태우입니다. 작년에 벤처스퀘어 필진 자격을 얻었지만 새해가 되서야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독자 분들 만나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초보 CEO로서 어떤 정보를 공유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실리콘 벨리에 있는 벤처캐피탈에서 6개월간 일한 경험, 얼마 전에 국내외 10여 군데의 VC와의 미팅을 통해서 GS SHOP에서 Angel Round투자 유치한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의 입장에서 어떻게 투자자들한테 접근하고 발표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내나 해외 VC를 막론하고 투자를 유치하려는 회사라면 기본적으로 준비하고 지켜야할 사항들에 대한 것입니다.
VC입장에서 바라본 접근방법과 발표방법은 소프트뱅크의 임지훈 심사역님의 글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1. 네트워크
우선 VC와 미팅을 하고 싶다면 그들과 만나야 합니다.
유명 VC의 경우 하루에도 수십개 이상의 사업계획서에 대한 검토를 요청받게 됩니다. 그런 VC에게 Cold Call로 자신의 사업에 대해서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하면 거절당할 확률이 높은데, 이 때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바로 네트워크입니다. VC입장에서도 본인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추천해 준 회사는 다른 회사보다는 관심이 가는게 당연하고 미팅을 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실제로 미국 VC의 경우 네트워크도 그 회사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서 아는 사람의 추천으로 연락이 오는 경우에만 회사를 만나는 VC도 있습니다.
그만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상 만나던 사람만 만나다 보면 네트워크가 한정되기 쉬운데, 팀 중에 적어도 한명은 활발하게 다양한 모임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녀야합니다. 꼭 대표가 사람들을 만나야할 필요는 없고 대외적인 활동을 즐기시는 분이 하시면 됩니다.
어떤 모임을 가야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 고민되신다면 온오프믹스와 제가 매주 작성하는 스타트업 다이제스트에서 다양한 모임들을 확인하실 수 있으며 매년 4번씩 열리는 오픈업을 비롯해 제가 얼마전에 짧은 발표시간을 가졌던 Sharing Day, 그리고 스타트업위캔드 등의 행사에 참석하시면 다양하신 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네트워킹을 할 때 지켜야할 사항들에 대해서는 구글의 김현유님의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 사업계획서 작성
의외로 사업을 하시면서 사업계획서에 대해서 전혀 작성하지 않고 진행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업계획서가 없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목적지 없이 차를 운전하시고 계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처음 작성한 사업계획서대로만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시장상황과 회사상황에 맞춰서 끊임없이 사업계획서를 변경해야 하지만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사업에 대해 검토해보고 추후 계획을 세우는 것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업계획서에는 팀, 아이템, 데모, 비지니스 모델, 경쟁사 분석, 시장분석, 매출계획 및 펀딩받길 원하는 액수 및 사용계획 등이 들어갑니다. 발표자료를 보면 간혹 팀과 펀딩받기 원하는 액수와 사용계획을 작성 안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모든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보니 VC도 팀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투자를 받으러와서 얼만큼 투자받을지도, 받은 돈을 어떻게 쓸지도 생각하지 않고 왔다면 VC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계획성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팀 소개와 재무계획에 대한 내용을 간과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방법은 미국의 유명 Angel 투자자인 가이가와사키의 글(1), 가이가와사키의 글(2), Dave Mcclure의 글과 소프트뱅크의 임지훈 심사역님의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3. Executive Summary 작성
VC와 연락이 닿으면 가장 먼저 보내줘야하는 자료는 사업계획서가 아닌 Executive Summary(보통 한페이지)입니다. 많은 분들이 사업계획서만 작성하시고 Executive Summary는 작성을 하지 않으시는데요. VC입장에서 먼저 받아보고 싶은 건 사업계획서보다는 한 눈에 사업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는 Executive Summary입니다.
하루에도 수십페이지가 넘는 수십개의 사업계획서를 받는 벤처캐피탈이 모든 문서를 꼼꼼히 검토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럴 때 한페이지인 Executive Summary를 보내드린다면 벤처캐피탈입장에서도 다른 수십페이지 사업게획서보다 먼저 읽고싶지 않을까요? (실제로 한페이지짜리 Executive Summary를 보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한 VC분도 계셨습니다.)
Executive Summary는 사업계획서의 요약본으로 보는 사람이 한눈에 이 회사가 어떤 비지니스 모델로, 어떤 사람들이 무슨 사업을 하는지 볼 수 있는 문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Executive Summary를 잘 작성하는 방법은 가이 가와사키의 글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4. 연습, 연습, 그리고 또 연습
문서작업을 모두 마치고 마침내 VC와 미팅 일정을 잡았다면 그 다음부터 해야할 일은 “연습”입니다.
VC앞에서 발표를 하다보면 VC가 중간중간에 말을 끊고 질문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 경우에 연습이 부족할 경우 긴장하게 되고 말실수를 하게 됩니다. 중간에 누가 질문을 해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답변하고 발표를 이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많 연습이 필요합니다.
팀원들끼리 서로 예상질문들을 생각해보고 답변하면서 사업계획서를 보완해 가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VC한테 발표하는 경우 항상 잘 되던 데모가 동작을 안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항상 스크린샷이나 동영상 파일을 준비해 두시기 바랍니다.
5. 발표시작
미팅이 잡히면 “당연히” 미팅시간에 늦으면 안됩니다.
이 부분은 모글루도 당연한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몇번 실수를 했었는데요 (다행히 대부분 5분을 넘지 않았고 VC분이 그 전미팅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크게 문제된 적은 없었습니다.), 약속시간부터 늦으면 만나기도 전부터 신뢰를 잃기 십상입니다.
또한 미팅이 잡힌 후에 누가 미팅에 참가할지도 정해야합니다. 모글루의 경우 팀원이 4명인 시절 팀원 4명 전부가 미국으로 넘어가서 VC들에게 발표를 했었습니다. 모글루는 팀원들에게 실리콘 밸리의 분위기와 열정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팀원이 전부 발표에 참석했지만 일반적으로 모든 팀원이 발표에 참여하게 되면 투자자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이 일은 안하고 돈만 찾으러 다닌다고 생각하거나 분업을 못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첫 미팅은 1~2명만 참석하고 추후 미팅을 할 때 VC가 팀원들을 보고싶다고 한다면 그 때 팀원들과 함께 미팅을 가져도 늦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VC분에게 팀 전체가 발표하러 온 것에 대해서 지적을 받았었습니다.)
6. 자신감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외국 VC는 물론이고 국내 VC앞에서 발표할 때 자신감 없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발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신감은 많은 연습과 본인 사업에 대한 확신해서 나오는 것이므로 발표를 하러 가시기 전에 최대한 많은 연습과 사업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만약 여러분이 VC라면 자신의 사업에 자신도 없어하는 사람한테 수억을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들까요?
만약 언어적 장벽이 걱정이라면 통역이나 외국어에 능통한 팀원에게 발표를 맡기시는게 좋습니다. 실제로 저희 팀은 작년 10월에 미국 VC들을 만날 때 유일하게 네이티브 스피커였던 팀원이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꼭 발표를 대표가 진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대한 사전에 준비를 많이하셔서 발표하는 동안 발표를 듣는 사람도 그 사업의 성공가능성에 대해서 믿을 수 있게 자신감 있는 발표를 할 수 있도록 하시길 바랍니다.
7. 끊임없는 업데이트
처음부터 완벽한 사업계획서란 것은 없습니다.
여러 VC분들에게 발표를 하다보면 미쳐 생각지도 못한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모글루는 첫번째 발표에서는 많은 질문들에 대해서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오랜기간 동안 업계에서 여러 회사를 만나봤던 VC의 피드백은 많은 인사이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발표가 끝나도 사업계획서를 덮지 마시고 VC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사업계획서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셔야합니다. 모글루의 경우 작년 10월 약 10개의 해외 VC를 만나는 동안 낮에는 VC를 만나고 밤에는 사업계획서를 수정하는 작업을 1주일동안 반복하였고 그 결과 마지막 VC한테 발표할 때는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변할 수 있었습니다.
8. 성실한 커뮤니케이션
이 부분은 제가 가장 잘 못했던 부분입니다.
투자는 한번의 발표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보통 첫 미팅부터 투자가 마무리 될 때 까지 2~3달이 걸리며 그동안 끊임없이 VC들과 커뮤니케이션 하셔야 합니다. 그 동안 성실하게 VC들의 요청자료에 답변해 주셔야 합니다.
모글루의 경우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왔던 GS SHOP에만 집중을 하는 바람에 다른 투자자분들 중 일부 몇 분한테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을 해드리지 못해서 그분들의 기분을 상하게 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VC와의 미팅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 명심하시고 VC분들과 성실하게 커뮤니케이션하시길 바랍니다.
9. 결론 및 기타
위에서 언급한 모든 사항들은 투자를 받으려는 스타트업이라면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사항들입니다. 하지만 위의 사항들에 대해서 준비하기 전에 스타트업이 갖춰야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팀”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템이라고 하더라도 그 아이템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팀이 없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저 공상으로 보이기 십상입니다.
지금 창업을 혼자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돈을 찾기 전에 우선 사람을 찾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만약 팀을 다 갖췄고 데모가 나와서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본인의 상황에 맞는 투자자를 찾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대부분의 VC는 early stage의 스타트업에게는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이제 막 데모가 나오고 팀이 갖춰진 회사의 경우 VC보다는 Angel 투자자를 찾아가는게 옳으며 국내에서는 프라이머, 본엔젤스가 대표적인 Angel 투자자이며 올해부터는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입니다.
이 글은 모글루가 VC에게 발표를 하면서 느꼈던 점들과 실수했던 점들을 공유해드리는 것이다보니 제 글이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시게 될 것이며 제 글이 투자 유치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