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필자는 대기업 팀장, 임원 급 대상 플랫폼 전략론 강의를 여러차례 진행하면서 그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를 가진바 있다.
필자가 지난 4월 14일 본 버티컬 플랫폼 컬럼을 통해 발행한 ‘카카오의 O2O 시장확장에 대처하는 O2O스타트업의 플랫폼 흡수전략’ 컬럼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플랫폼 전략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토마스 아인스만 교수 등 3명의 저자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것, 그리고 필자또한 여러 해 동안 논문을 집필하고, 다양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케이스스터디를 통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 첫째, 양면시장(Two Sided Market)을 형성하는 데 까지 상당한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양면시장은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지, 양면의 고객집단이 존재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 둘째, 양면시장의 네트워크 효과는 2가지로 단계별로 이뤄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양측 중 어느 한 측면에서 먼저 직접 네트워크 효과가 먼저 나타나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소비량, 이용자 수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 다른 측면이 커지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로 구성된다.
- 세째, 따라서 플랫폼의 양면시장 형성과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하는 데 까지 제법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양측의 이해관계자가 플랫폼을 통해서만 거래비용을 극소화하여 전체가 효율화되기 까지 플랫폼 공급자가 제공해야 하는 핵심 콤포넌트(Key Component – SW, HW, Service Module 등을 통칭)를 만들 별동대(Platform BM 조직)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해관계자를 끌어들일 완전히 새로운 규약/제도(Rule)가 필요하다.
- 네째, 그래서 일단 먼저 기저 플랫폼(최초의 양면시장을 형성한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이 기저 플랫폼을 매개로 플랫폼 흡수전략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다른 성격의 양면시장을 형성하는 데 집중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확대한다. 이 결과로, 해당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Single Homing Platform의 지위를 획득하면서 Winner-Take-All(승자독식)의 자리를 유지한다.
필자는 카카오의 플랫폼 전략을 상기 4가지 특성 측면에서 4월 14일자 컬럼에서 분석한 바 있다. 특정 플랫폼 사업자가 특정 산업, 시장에서 생태계를 구성하는 정도로 발전하려면 다음 정도의 플랫폼 성장 경로가 필요하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특정 플랫폼이 생태계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최소 4단계의 성장경로를 밟아야 하며, 이를 위해 기존 기업은 완전히 새로운 Platform 조직의 구성도 필요할 수 있으며, 이 조직에게 권한위임(Empowerment), 1년 단위로 측정하여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기존 목표성과지표(KPI)와 다른 목표성과지표의 개발, 최소 5년을 기다려줄 수 있는 지속성과 연속성의 보장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하여 양면시장을 형성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은 그 특성 상,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먼저 확보된 후, 수익모델이 발생되는 특징(주로 수수료의 형태로 양측 모두, 또는 양측 중 어느 한 측면에 최적가격을 할당함으로써 수익모델 확보)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현실은….
그러나 대기업의 현실은 녹녹치 않다.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서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Top에서 주장하지만, 정작 단위 부서, 현업에서는 서비스 솔루션을 하나 만들어서 기존 고객들에게 부가서비스로 얹어서 세일즈하는 정도로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고객이 정작 관심도 없는 시스템을 하나 만들어 놓고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강조한다.
이제 플랫폼은 그 자체로 일반명사화 되서 기존 legacy에 연동되는 시스템을 하나 개발해도 플랫폼이라고 하고, 서비스 솔루션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플랫폼이라고 지칭한다. 모든 것이 플랫폼으로 통용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은 그 특성상 플랫폼이 매개된 네트워크(Platform Mediated Network)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은 완전히 서로 다른 양 측면의 고객집단, 이용자가 스스로 이 네트워크에 참여하여 새로운 효용과 가치를 누리고자 참여한다. 이들이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하는 네트워크에 참여(Participate)하는 이유는 ‘거래비용’이 기존보다 극소화되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플랫폼 사업자는 한계비용을 기존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 대비 효율화 한다. 이른바 양측의 거래비용이 극소화 됨으로써 전체가 효율화되고, 플랫폼 사업자는 한계비용을 효과적으로 콘트롤 하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획득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한다. 이것이 범위와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면, 우리는 생태계(Ecosystem)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따라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솔루션, 시스템이 ‘플랫폼화’ 되거나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의미는 제품/서비스/솔루션/시스템은 그저 매개(Mediator)가 될 뿐이고, 이 매개를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와 규칙을 설계하는 데 관여하여, 그들 스스로의 이득을 얻고자 하는 이해관계자(양면 또는 다면의) 간에 거래가 일어나서 전체적으로 효율성이 확보될 때, 기존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 또는 기존 경쟁/대체 비즈니스 모델 대비 ‘혁신’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혁신’이란 단어도 기실 함부로, 아무데나 갖다 붙여서는 안될 용어인 셈이다.
문제는 대기업 집단의 속성 상, 1년 단위로 인사고과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 KPI가 중요하고, 단기적인 성과, 실적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작금의 상황에서, 플랫폼을 만들어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자고 하는 구호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 얼마나 달콤하고, 매력적인 문장인가!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대기업이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것은(그것이 제품플랫폼이던, 서비스플랫폼이건 간에) 매우 요원해 보인다. 이미 시장은 존재하고, 고객도 존재한다는 관점에서 적당히 내부의 자원을 활용하여 신규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기존 시장-고객에게 부가서비스/제품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플랫폼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필자도 대기업이 그들만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세부적인 방향을 알려주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만한 위치도 아니다. 그러나, 이것 한가지만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플랫폼은 단일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성공한 플랫폼 사업자는 주지한 바와 같이, ‘Platform Mediated Network’, 즉 플랫폼이 매개된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통해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함으로써 Margin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따라서 최초의 양면시장을 형성하여 성공적으로 특정 시장에 안착 가능한 ‘기저 플랫폼’을 만드는데 집중하며, 이 ‘기저 플랫폼’을 중심으로 ‘플랫폼 흡수’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생태계를 넓혀나가는 경향을 보인다. 이때 ‘플랫폼 개방’을 통해(주로 API를 공개하는 형태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새로운 제도를 설계한다.
이런 플랫폼의 기본적인 성장 경로를 이해하고, 대기업들도 그들만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아래는 플랫폼의 성장경로를 바탕으로 대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면 어떤 전략 프레임워크가 유효할 것인가를 정리해 본 것이다.
사실, 많은 전략적 옵션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기저플랫폼을 스스로 확보한 후 플랫폼 흡수와 개방을 통해 생태계를 만들어 낼 것이냐, 아니면 기존 기저플랫폼의 역할을 할 만한 사업자를 인수합병하여 내부화 한 후, 이를 기반으로 플랫폼 흡수를 통해 생태계를 만들어 낼 것이냐의 2가지 옵션 정도가 있을 뿐이다.
전자의 경우, 완전히 새로운 별동대/조직을 구축하여 권한위임하고, 기존 KPI와는 다른 목표를 지향해야 하며, 지속성과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전제다. 후자의 경우 플랫폼 흡수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구체적이어야 기저 플랫폼을 무엇으로 선택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고, 인수합병 후 조직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이슈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뻔한 이야기일수도 있으나, 이 뻔한 이야기를 실행하지 않는 것이 한국 대기업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일화 한가지.
지난 2016년 4월, 애플이 40주년을 맞아 본사 국기 게양대에 해적깃발을 게양하면서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40주년을 맞아, 오리지널 맥 개발팀의 상징이었던 해적기를 쿠퍼니토 본사에 게양하며 창립자인 고 스티브 잡스를 기념하는 것이 주 목적(국민일보 기사 참조).
스티브잡스는 83년 오리지널 맥킨토시 개발을 주도하면서 “It’s better to be a pirate than join the navy” 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직역하면 해군이 되느니, 해적이 되는 게 낫다는 뜻. 해군은 기존의 ‘고정관념’, ‘조직문화’, ‘관성’을 의미하고, 해적은 ‘새로운 창의력’과 ‘발상’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기존 고정관념과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정신이 해적팀으로 실행되었고, 이를 기르게 위해 해적깃발이 애플 40주년에 게양된 것이다.
스티브잡스는 영면에 들었으나, 여전히 애플은 ’40년 된 스타트업’ 임을 강조하는 단면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보다 2배 이상 높은 40년 된 글로벌 대기업인 애플 마저 40년된 스타트업임을 강조하는 지금, 한국의 대기업은 총수일가의 상속 – 비리 – 사생활 문제 등 이른 바 재벌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심화되고 있고, 저성장 기조로 돌아서면서 신규 고용창출, 인재 육성 보다는 기존 조직의 수성, 하고 있는 거나 잘 하자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Building Platform or Building Product.
10년 후 한국 경제는 어떤 모양새로 변화에 적응하고 있을까?
글/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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