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ama after dark이라는 NYT 기사를 인상적으로 읽었다. 내가 항상 궁금하게 여기는 것은 대통령이나 큰 기업의 CEO 같은 리더들이 자신의 시간, 특히 밤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이다.
최근 몇 년간 대통령, 장관, 한국 주요 대기업의 CEO 등 높으신 분들을 지근거리에서 뵐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이들의 일정이 얼마나 바쁜지를 목도하면서 나와 똑같이 하루 24시간밖에 없는 이 높은 분들이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고 엄청난 정보를 흡수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궁금했다.
하물며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위치에 있는 리더인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는 어떨까. 이 NYT 기사가 오바마의 밤 시간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도록 해줬다.
- 오바마는 매일 저녁 6시 30분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다.
- 7시15분쯤 게임룸에서 요리사와 함께 당구게임을 한다.
- 그런 다음 그는 Treaty room이라는 자신의 서재로 간다.
- 그는 여기서 보통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
- 많은 경우 그는 이 시간에 자신의 연설문을 가다듬는다. 정말 중요한 연설문을 쓸 경우에는 연설문작성 비서를 불러서 같이 작업한다.
- 행정부 각 부서에서 온 데일리브리핑 문서를 읽는다.
- 그에게 온 국민들의 편지중 비서가 골라준 10개의 편지를 읽는다.
- 중요한 스포츠경기가 있을 때는 ESPN을 본다. 경기내용 관련해서 스탭들에게 장난스러운 이메일을 보내곤 한다.
- 소설을 읽기도 하고 NYT, 워싱턴포스트, WSJ 등을 아이패드로 읽는다.
- 밤에는 물만 마신다. 커피나 알코올은 마시지 않는다. 간식으로는 아몬드 7알을 먹는다.
- 부부가 케이블 드라마를 같이 보기도 한다. 그는 보드웍 엠파이어, 게임오브쓰론스, 브레이킹 배드의 팬이다.
- 금요일밤은 무비나잇이다. 백악관에 있는 40명 좌석이 갖춰진 스크리닝룸에서 최신 개봉영화를 가족이 같이 보기도 한다.
바쁜 리더일수록 이렇게 뭔가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바마는 조용한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고 잘 사용하는 것 같다. 특히 그 시간을 연설문 작성에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대통령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효과적인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나가는 메시지를 본인이 직접 생각하고 작성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한편 우리 박 대통령은 밤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정말 궁금하다. 나는 대통령이 너무 딱딱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오바마처럼 TV, 영화도 시청하고, 가족, 친지들과 편하게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여유가 있어야 생각도 할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도 떠오른다.
그런데 “대통령이 공식 일정이 없을 때 주로 관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업무를 보시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해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휴식이라는 말씀에 동의할 수 없고 대통령께서는 제가 보기에 주무시는 시간을 제외하고 100% 일을 하고 있고 그분 마음속에 오직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 외에는 없다”고 대답한 것을 보고 실망했다. 나라 걱정 그만하시고 좀 한국드라마도 보고, 편하게 소설책도 읽고, 조카의 재롱도 보고, 친구들을 불러서 수다도 떨고 그랬으면 좋겠다. 여유가 있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오고 국가경영도 잘 된다.
그리고 그런 대통령의 잉여롭고 여유로운 모습을 언론을 통해서 살짝 공개해주면 좋겠다. 대통령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느낄 때 국민들은 더욱더 대통령을 공감하고 지지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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