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을 꿈꾸다”
20여 년 전 제약회사 연구소를 다니며 글로벌 바이오 벤처 기업을 창업 꿈꾸던 청년이 있었다. 순수했다. 단순히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창업을 꿈꿨다.
연구소 다닐 적 선배님이 곧잘 얘기해왔던 “평생 한 우물을 파는 것이 결국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20여 년을 한 길만을 달려왔다. 청년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창업을 열망하던 순수 청년은 호서대학교 지역혁신센터(RIC)에서 만날 수 있었다. 호서대학교 생명과학과 강인철 교수가 그 주인공. 그는 “기초 연구를 주로 하는 교수직만큼 신약 개발에 유리한 위치는 없다”라며, 대학교수직을 겸임하며 바이오 벤처기업 ‘이노파마스크린’을 호서대학교 내에 2009년에 설립한 배경을 설명했다.
“중년, 창업이 현실이 되다”
이노파마스크린은 자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인 통합적인 신약개발 플랫폼(IDDP, Integrated Drug Discovery Platform)을 통해 새로운 후보 및 선도물질을 개발하고, 통합적인 약물 적응증 탐색 플랫폼(IDRP, Integrated Drug Repositioning Platform)을 이용하여 단기간에 저비용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 벤처 기업이다.
IDDP와 IDRP의 근간이 되는 ‘인실리코(in-silico)’는 컴퓨터 가상 시뮬레이터 기술이다. 컴퓨터로 모의실험을 진행해 신약을 설계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 기술이 나오기 이전에는 신약이 개발되는 평균 약 10년의 기간 동안 수십, 수백만 개의 화합물이 스크린 되지만, 통과되는 것은 몇십 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통합적인 신약개발 플랫폼 IDDP는 구조기반 스크리닝(in Silico), 단백질 칩 기반 스크리팅(HPS), 세포기반 어세이(in-vitro)를 통합적으로 이용한 약물 발굴 기술이다.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인실리코 기술로 신약을 설계하고, 바이오칩 기판 위에 생물 분자(DNA, 단백질 등)들을 결합해 유전자 결함, 단백질 분포, 반응 양상 등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통합적인 약물 적응증 탐색 플랫폼 IDRP는 인실리코(in-silico) 타겟 스크리닝, 세포 기반 어세이(assay), 칩 기반 스크리닝 및 프로파일링을 통합적으로 이용한 검증된 약물의 효과적인 적응증 추가 시스템이다.
IDRP를 쉽게 설명하자면, 심장병 치료제로 개발된 비아그라가 발기부전에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는 사례처럼, 기존에 생각했던 치료 사용 목적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이와 같은 이노파마스크린의 핵심역량인 신약 개발, 탐색 플랫폼 IDDP와 IDRP로 강인철 대표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First-in-class”
강인철 대표의 목표는 바로 ‘혁신 신약(First-in-class)’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기전을 가진 신약후보 물질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 바이오 기업과 똑같이 경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노파마스크린만의 차별화된 신약 개발 전략을 가지려 노력하는 것이다.
질환 선택도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항암제, 골다공증 억제제, 알츠하이머, 당뇨병 치료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토피 신약 IPS-07001을 개발하고 있다.
아토피 치료제 IPS-07001은 입과 피부 모두 투여가 가능한 물질이다. 동물 독성 시험에서 무독성을 입증했고, 합성공정이 단순하며, 생산단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강인철 대표는 IPS-07001에 대해 “기존 개발된 약물들과는 다르게 작용 기전이 완전히 다르고, 아토피의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약물이다”라고 전했다.
강인철 대표의 말처럼 IPS-07001은 지난 5월 바이오 의약품 전문기업 ‘휴젤’이 개최한 데모데이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물질의 우수성을 입증받기도 했다.
“바이오 벤처기업 혼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벤처 기업이 신약 개발에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있지만, 전체적인 신약개발 과정을 다루기는 한계가 있다.
교수직을 겸임하고 있는 강인철 대표의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낫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약 개발은 기초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신약후보 물질을 도출할 수 있으므로 기초 연구를 주로 수행하는 교수직은 바이오 벤처기업을 운영하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힘들긴 마찬가지다.
이에 강인철 대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다른 벤처, 스타트업들과 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 목표를 완성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임상 관련 연구나 약학적인 부분은 그 분야 전문가들과 공동 작업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좋은 팀을 만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강 대표는 “벤처 기업은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 아이디어와 초기 단계의 발견을 담당하고, 제약기업들이 이를 더욱 발전시켜 사업화를 이루는 선순환 구조가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 정착되길 바란다”고 자신의 소망을 전했다.
“아직 여력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해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20년 이상 신약 연구 개발을 해왔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왔다는 강인철 대표. 바이오 스타트업 특성상 여러 임상실험을 통해 신뢰도 검증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투입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데스밸리를 극복하기 어렵지만 창업 이후 8년간의 세월을 그는 버텨왔다.
강 대표는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는 생각으로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해 행동한다. 기회는 반드시 오기 때문에 그때까지 버티고 버텨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재미가 있으면 더욱 좋단다. 그는 신약 개발을 하는 것이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신약을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개발하겠다는 꿈을 가진 20년 전의 청년은, 중년이 된 지금도 ‘글로벌 바이오 벤처 기업’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었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