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는 정말 굉장한 게임인것 같다. 전세계를 이렇게 흥분시킬 수 있는 콘텐츠는 아마 손가락안에 들어올 것이다. 한국에서 포켓몬스터가 이렇게 사회이슈가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초반 한국에서는 포켓몬스터 스티커를 포함한 포켓몬 빵이 사회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된 지금, 또 다시 포켓몬스터는 한국에 상륙하기 전 부터 사회 이슈를 몰고다니고 있다. 포켓몬스터에 대한 언급을 페이스북에 하다보니 여러가지 질문을 받았는데, 우선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좀 해보고자한다.
1. 포켓몬스터는 AR게임인가? VR대신 AR이 뜨는건가?
엄밀히 말하면 포켓몬스터는 AR이 아닌 AR과 VR의 자손인 MR이다.
Augmented Reality 곧 증강현실은 현실세계에 부가적인 정보를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포켓몬go는 AR이 아닌 VR이다. 현실세계의 평행세계에 가까운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다. 속초를 닮은 가상세계가 존재할뿐, 속초에 대한 부가정보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기술로 보았을때는 AR의 후손격인 MR에 해당된다.
Mixed Reality는 Virtual Reality나 Virtual Object를 Real World에 겹쳐 보여주는 형태를 말한다. MR을 두고 사실 기술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애매하다. 예전 AR/MR/VR을 설명하면서 이야기했지만, 그냥 VR로 부르는게 속편할 수 있다. 게임은 원래 가상세계에서 노는 거지, 실세계를 더 잘 이해하려고 만든 것은 아니다. 물론, 기술은 주변의 정보나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이기에 AR기술에 더 가깝긴하다.
그리고, 포켓몬go로 인해 VR시장이 변하는바는 없다. 그냥 잘만든 모바일 게임이 하나 나왔을 뿐이다. VR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VR대신 AR이 펼쳐지네 이런건 호들갑에 가깝다고 본다.
그리고 위치기반 모바일 온라인 게임이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이 더 하나 있는데, 위치기반의 모바일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이다. AR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는 했으나, 사실 포켓몬go 게임의 핵심적인 요소는 아니다. 포켓몬go 게임의 핵심적 요소는 사용자의 위치에 기반한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이 맞다. 실제로 포켓몬go는 카메라를 끄고 gps만으로 게임이 가능하다.
2. 그럼 모바일AR이 다시 뜰까?
사람들은 VR때문인지 계속 모바일 AR이 뜰지 물어보는데, 모바일AR이 뜰것인가? 에 대한 질문이다. 이 대답을 하자면, 한편으로는 “아니오”이고 또 한편으로는 “예” 이다.
1) “아니오.” 포켓몬go가 뜬건 AR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음. 다른게 워낙 강해서..
먼저 “아니오”라는 대답은 포켓몬go의 게임의 핵심 성공요소는 AR이 아닌 앞서 말한 위치기반 모바일 온라인 게임의 영향이 더 컸다고 본다. 결국 잘만든 게임인가? 아닌가?는 AR기술을 썼느냐가 아니라, 위치기반의 모바일 온라인 게임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느냐가 결정할 것이다. 현재로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자면 나쁘지 않다. 온라인 게임의 성공은 해당 온라인 게임 사용자들이 스스로 문화를 만드느냐에 있는데, 이미 그러고 있는듯하다. 따라서 포켓몬go가 제대로 운영만 해준다면 인기는 일시적이지는 않을것 같다. 물론, 온라인게임의 제대로된 운영이 쉬운일은 아니지만, 이미 잉그레스를 통한 1년간의 노하우가 있기에 잘할거라고 믿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AR이주는 신선함 때문에 초기 유입고객이 많은거 아니냐. 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초기 유입고객은 포켓몬이라는 ip가 가진 파워에 비하면 개미 눈꼽 만큼일거라고 본다. 포켓몬스터의 ip 파워는 사실 치트키에 가깝다.
2) 그러나 “예.” 이미 AR로 뜬거 있는데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예”라고 말할 수 있다. 모바일 AR기술이 빛을 발한 사례는 이미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바일 AR기술들은 주로 마켓팅에서 반짝 사용되고 실제 성공을 본 사례가 없다.
포켓몬go이전에도 여러게임들이 있었지만, 망한 이유는 카메라를 꺼내드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한 앱이 이미 있다. 바로 “스노우” 와 “MSQRD”이다. 해당 기술은 AR, 엄밀히 말하면 이놈도 MR이다. 사진의 인식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가상의 사진을 만들어내고 게임처럼 재밌게 풀었으며, 사실 사진앱으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한다. 카메라를 꺼내드는것이 부담스러우니 아예 셀피카메라로 접근했다. 거기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을 공유하는 SNS는 이런 앱의 사용 욕구를 높였다. 나는 결국 모바일 AR은 사진이다라고 그냥 말할 수 있다.
실제로 포켓몬go를 접하는 한국의 많은 사용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AR로 찍은 사진이다. 포켓몬go사용자들은 이동시 포켓몬 위치가 변하는데 가능하면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싶은 적절한 위치를 찾아서 공유한다. 포켓몬go에서도 AR의 역할은 결국 사진인것이다.
포켓몬go의 티저 동영상에서는 포켓몬 트레이너는 스마트폰을 쳐다보지 않고 실제 공간을 쳐다보며 볼을 미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트레이너는 스마트폰 화면만 쳐다보게 되고 결국, 포켓몬의 사진을 찍는 구도와 유사해진다. 그리고 그 사진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파되고 사람들은 모여드는.. 모객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내가보는 모바일 AR기술은 거기까지다. 더 이상의 가치를 만들기에는 허들이 너무 높다.
3. 그럼, 위치기반 온라인게임은 될까요?
위치기반 온라인게임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위치기반 온라인 게임이 가지는 약점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다. 모바일 게임이 가진 간편함과는 거리가 멀다.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나는 여기에 약간 비관적이다. 온라인 게임의 특징상 네트워크 효과가 필요하고,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과연 포켓몬스터가 아닌 다른 ip로 이정도로 단시간에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 수 있을까? 포켓몬go를 만들었던 나인엔틱의 전작도 매출로 보면 다른 모바일 온라인 게임에 비하면 그리 선방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좋은 ip가 붙고 게임을 잘만든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포켓몬go와 같은 손쉬운 입성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것 같다. 적용가능한 ip라고 해봐야 MS에서 인수한 마인크래프트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이런 글로벌적 성공이 아닌, 소규모 위치기반의 이벤트 효과는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본다. 속초시는 정말 땡잡았다. 따라서 지역별로 홍보를 위해 위치기반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늘 것 같다. 하지만 큰 돈 벌걸 생각하면 역시 아니오다. 위치기반 온라인 “데이팅” 게임이면 또 모를까.. 결국 돈을 지불할 능력이 얼마나 있는 고객층을 노리느냐 인데, 위치기반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고객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서 매우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고객층을 잡아야 한다.
아. 물론 이미 억대 사용자가 알고 있는 포켓몬은 예외..
4. 한국은 왜 포켓몬go 못만들어요?
1) 포켓몬 ip는 비디오게임과 온라인게임의 차이
사실 이 질문 만큼 바보 같은 질문이 없다고 생각한다. 포켓몬go의 경우, 포켓몬이라는 글로벌 ip를 통해 초기에 이렇게 크게 성장 가능했는데, 이건 전세계에 거의 유일무이하다. 심지어 미국도 없다. 디즈니가 온라인 게임 만드는거 봤나? 이런걸 왜 없냐고 말하는건 이상한거 아닌가.. 그리고 이 글로벌 ip를 있게 만든데에는 사실 닌텐도의 비디오게임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에 반해 한국은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비디오 게임, 곧 가정용 게임이 가진 특징은 혼자 진득히 앉아 플레이 한다. 따라서 스토리와 세계관이 방대한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 발전한 온라인게임은 여럿이 앉아 PC방에서 한다. PC방에 앉아서 세계관 공부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스타크래프트를 그렇게 많이 했어도 한국 유저 중 스타크래프트의 시나리오를 알고 있는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 속도도 최고 Speed로 맞춰놓고 한판이라도 더하고 오는 드론러쉬 막는게 더 급했다. 이렇게 빨리빨리 함께 경쟁하는 류의 게임중심이 성장한 한국게임시장에서 스토리와 세계관이 살아남기는 사실상 힘들었다. 바람의 나라같이 신일숙 작가님의 멋진 스토리를 배경으로 시작했던 최초의 온라인 게임도 결국 스토리와는 거의 무관하게 가버렸지 않은가. 따라서 국내에 이런 세계관을 가진 ip가 남아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원죄과 한국 게임업계에 있을까? 참고로, 한국에서 비디오게임기를 산다는 것은 아이에게 마약짜는 기계를 아이에게 사주는 것이었고, 게임 소프트웨어는 복사해주는게 당연한 시장이었다. 애시당초 게임소프트웨어가 온라인게임으로 살아남게 된것은 이렇게 척박한 땅에 자구책으로 살아남게 된 것이다.
결국 원인을 따지자면, 인기 있는 게임형태의 선호도가 게임강국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ip탄생을 만들 수 없었고, 더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다른 형태의 게임을 만들었다가는 다 망하는 구조였으며 나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한국에서 비디오게임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는 것은 미친짓이다. 그 이후에 인기를 끈 것은 다시 모바일 게임이다. 가벼움에 가벼움을 더 추구하는 모바일에서는 전투마저 자동화하는데 스토리는.. 당연히 없다. 애니팡에서 스토리 찾지 마시라. 차라리 웹툰이 기반인 경우에는 웹툰을 보고 오는편이 낫다. 게임 스스로가 ip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2) 굳이 원인을 따지자면 문화적 다양성이 약한 대한민국 환경
그리고, 포켓몬스터는 전세계 거의 유일무이한 ip다. 아무나 만들고 싶다고 퍽퍽 찍어 만들 수 있는 ip가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재밌는 것은 포켓몬스터는 지속적으로 재창조되었다. 게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산업에 OSMU로 활용되었고, 일본에는 거대한 2차 저작물 시장인 동인지 시장도 활성화 되있다. 소위 말하는 오덕문화는 이러한 ip가 자라나는데 큰 거름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동인지 시장에 금기는 없다.
얼마전 한국에서 시끄러운 “후레자식”은 일본 동인시장에 내놓으면 소프트물이다. 결국 매우 다양하고 거대한 서브컬쳐를 바탕으로 튼튼한 메이저컬쳐가 형성되어있으며, 이러한 문화창작물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콘텐츠를 잘 사주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에 반해 한국은 중국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러면서 위해하니, 마약이니 온갖 난리는 다 친다. 사주고나 욕 얻어먹으면 덜 억울 할텐데..
그러니 결국 핑계같지만, 돈되는 성인물이나, 사행성에만 오히려 손을 대는 것 같다. 오버워치를 못만드는 이유가 한국의 게임에 대한 인식 때문이라더니, 한다는 소리가 규제완화로 결제한도 완화를 주장하는 판국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오버워치같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잘만든 게임을 만들려면 망할지도 모르는 신선한 게임들에 대한 투자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로서 기업의 논리보다는 창작자들의 창작욕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다양한 경험과 실험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앞서서 내가 위치기반 AR온라인 게임은 기존에도 있었고, 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꼰대같은 소리만 해뎄지만, “난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어요.” 라는 창작자가 있다면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것이 문화적 다양성이다. 포켓몬go의 주목을 보면서 우리도 저런 기술있는데 부러워하기 이전에..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SKT에서 정부과제로 게임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숨이 나왔다. SKT가 기술을 안가진게 아니다. 그냥 게임을 만들줄 모를 뿐. 기술이 중한게 아니라 뭘 만들려고 하는지를 고민하는게 낫다.
AR이던 VR이던 게임을 만든다면, 결국 게임성이 가장 중요하고, 영상을 만든다면 영상미와 스토리가 중요하다. 기술이 암만 좋아봐야 콘텐츠의 기본가치가 안된다면, 그냥 기술 demo일 뿐이다.
3) 그리고 냅두면 한국에서는 시들해질거다
사실 난 한국에서 이 이슈가 그리 오래 가지 않을거라고 본다. 지금은 그저 글로벌 이슈와 속초라는 지역적 제한으로 인해 희귀성으로 인해 더 주목 받는것 같다. 여기에 지자체의 힘까지 보태지고, AR포토의 바이럴 효과까지 겹쳐지고, 무엇보다도 하지말라니까 더 하고 싶은 심리가 겹쳐져, 한국에서는 다 해야 할 것처럼 느끼는것 같다. 하지만 이는 지속성이 있는 이슈들이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은 성인이 게임하는걸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데다가 위치기반 게임하기에는 너무 바쁘다. 키덜드가 주목 받지만, 여전히 마누라 몰래 하는게 게임이고,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초라하다. 포켓몬 키즈 인구는 제한되어있으며, 한국의 아이들은 터닝메카드에 열광한다. 클래시오브클랜과 같은 출퇴근기간에 할 수 있는 게임은 여전히 인기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건 아니다. 메니아층으로 인해 상위랭킹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여기에 한가지 예외 변수가 있는데, 포켓몬go의 캐릭터나 아이템이 현금거래가 가능해질 때 이다. 그럼 이제 게임이 아니라 리니지처럼 부업이 된다. 그리고 온라인 커뮤니티성이 강화되어 온라인게임으로서의 성격이 강해진다면, 한국에서도 유효하다고 본다. 한국은 아시다시피 자의인지 타의인지 온라인게임 강국이다. 그러나, 한국을 위해 게임의 성격을 바꿀까? 차라리 닌텐도에서 만들 모바일 포켓몬이라면 모르지만, 외향성이 강한 서양출신인 나인엔틱은 게임 성격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5. go, go 결국 디지털 콘텐츠의 문화적 다양성 확대가 답이다
자. 그래서 한국은 뭘해야 하냐고? 알파고의 하사비스가 어릴때 뭘했는지 기억하나? 롤러코스터 게임개발했다. 포켓몬go는 뭐라고? 게임이다. 그리고 게임은 문화콘텐츠다. 문화의 가장 중요한점은 그리고 다양성이다. 지금 당장 돈 벌어들이는게 아니고, 돼지처럼 잘 먹기 위한게 아니라 웃고 울고 그리고 우리가 사는 사회와 주변사람을 돌아보게 하기 위한 것이 콘텐츠다. 콘텐츠산업에서 콘텐츠를 떼버리고 산업만 남겨서는 안된다. 언제까지 우리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작화만 할 것인가.. 스마트폰에서는 하드웨어만 생산할것인가.. 와 같다.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고, 보이지 않는 문화 경쟁력이다. 이는 돈으로만 측정되는게 아니다.
글: 숲속얘기[양병석]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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