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소문은 현실로 벌어졌다.
중국판 카카오택시인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가 합병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 소식은 지금 전 세계 모든 경제지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두 회사의 전략적 협력 결정은 극단으로 치닫던 두 회사의 경쟁구도를 단숨에 협력적이면서 담합적인 훈훈한 분위기로 반전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급최근까지 두 회사는 경쟁적인 투자유치를 지속했고, 디디추싱은 애플로부터 1조 원 넘는 금액을 투자받고, 우버는 사우디 국부펀드에서 4조 원대 투자유치를 성사시키면서 이야기는 극한으로 치닫는듯했었다. 그래서 이번 합병 결정은 더욱 극적인 반전의 클라이맥스로 불릴만하다.
이번 합병은 표면적으로는 우버가 백기를 들고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역시나 서구권 ICT 기업에 중국 시장은 만리장성처럼 넘기 힘든 거대한 장벽이구나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우버가 일방적인 패배자인 것은 아니다. 합병으로 우버와 바이두 등 기존 우버 차이나의 주주들은 디디추싱의 20% 지분을 취득하게 된다. 우버 차이나를 품은 디디추싱은 중국 차량공유란 거대한 중원을 90%가량 장악하면서 무적의 영향력으로 지속 성장이 담보되고 우버는 전 세계 성장 전략을 우버차이나를 포기한 대가로 중국 시장의 패권을 확보히 다지게 된 디디추싱의 지분을 취득하게 된 것이다. 우버 본사는 애써 디디추싱과 격렬한 전쟁을 펼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디디추싱을 글로벌 전략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맞이하게 되었으니, 1석 2조의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자, 그럼 시점을 달리해서 디디추싱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봐 보자.
작년초 텐센트의 디디다처와 알리바바의 콰이디다처가 전격 합병해서 만들어진 디디콰이디(이후 디디추싱으로 사명 변경)에 놀랐던 것에 비하면 이번 우버 차이나와의 합병은 오히려 놀랍지 않은 결과물일 수 있다. 당시 디디와 콰이디의 합병으로 이미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했고, 이번 우버 차이나 흡수합병으로 인한 추가적 시장 점유율은 당시에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미 디디추싱이 중국 길거리의 택시, 버스, 자가용에 대한 지배력은 압도적인 수준이고, 그 뒤를 공동 지원사격해주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ICT 생태계는 날이 갈수록 더욱 두텁고 종합적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장악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오프라인 포섭작업, 컨텐츠 융합, 간편결제에서 분화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핀테크 실험들을 생각하면 바이두의 손을 잡고 덤벼들었던 우버의 시도는 “귀엽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였던 것이다. 애초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손을 잡는 순간부터… 디디추싱의 압도적 지배력은 넘사벽 그 자체였던 것이다. 금번 합병을 통해서 우버의 중국 내 후견인을 자처하던 바이두 또한 디디추싱의 주주로 변신하게 되었다. 속칭 BAT로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모두 디디추싱이라는 이름 아래 뭉치게 된 것이다. 충분히 독과점 이슈로 불가능해 보이는 구도도 중국 인터넷플러스 시대에는 디지털 교란이라는 명분하에 가능한 일이 된다. 시진핑 정권의 숙명적인 방향성 “디지털 중국”에 기여하는 행동이라면 독점도 과점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가장 최근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280억 달러(약 32조 원)로 비상장 스타트업으로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기업이었다. (당시 투자에 참여했던 것이 애플이었다.)이번 합병의 결과 디디추싱은 우버 차이나를 품에 안고 단숨에 기업가치를 70억 달러 추가해서 350억 달러(약 40조 원)가 되었다. 34세 창업자가 창업 4년 차에 이룩한 성과라면 더욱 놀라움이 배가된다. 40조 원 하면 감이 잘 안 오는데, 대한민국 상장된 모든 기업 중에 디디추싱보다 큰 기업은 삼성전자 하나뿐이다. 시가총액 2위인 한국전력이 40조 원으로 디디추싱과 비교할 만하다. 시총 3위인 현대차보다 10조 원 이상 큰 규모이고, 4천만 충성스런 소비자를 보유한 카카오(약 6조 원)의 6배가 넘는 규모에 달한다. 30대 창업자 CEO인 청웨이가 이끄는 디디추싱의 기업가치가 이렇게 거대한 규모임을 생각하면 중국이라는 시장의 거대한 스케일과 오프라인을 순식간에 교란하는 O2O 혁명의 무서움이 느껴진다.
앞서 언급한 대로 디디추싱의 CEO 청웨이는 올해로 34세이다. 4년 전 만해도 알리바바의 직원이었던 청웨이는 알리바바에서 8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판 우버인 디디다처를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2년도에 창업했다. 아이러닉하게 본인은 정작 자동차 운전도 못 하면서 매일 1,100만 번 승객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일을 디디추싱 앱을 통해서 수행한다.
디디추싱은 우버보다 늦게 비즈니스를 시작했지만, 가장 아시아적인 차량 O2O 앱 서비스로 가장 빠르게 진화했다. 디디추싱에는 카카오택시도 있고, 우버도 있고, 콜버스도 있고, 대리운전 서비스도 들어있다. 탑승 운임도 시시각각 자율적으로 정해지고, 세상에서 가장 선진적인 텐센트 알리바바의 핀테크 생태계와도 완전히 혼연일체 되어있다. 그야말로 가장 아시아적이면서도 가장 선진적인 교통 O2O 서비스다. 디지털 교란 시장에서 가장 성장성 있는 시장이 아시아이고 그중에서도 중국이 대부분이라면 디디추싱은 이미 거대한 시장의 파이를 점령한 시장의 주력세력이 맞다. 우버가 2014년 말부터 우버와 함께 디디추싱을 향해 공격의 포화를 내뿜었다면 오늘부로 소모적인 전쟁은 평화로운 글로벌한 수준의 담합으로 결론지어진 것이다.
이로써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두 거대 O2O 플랫폼은 이제 하나의 운명체가 되어서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이제 이들이 도전장을 내밀 상대는 미국, 중국의 다른 디지털 강자가 아니다. 이들이 위협할 상대는 전 세계의 오프라인 운송, 물류 산업 전체가 되는 것이다. 택시산업뿐 아니다. 이미 우버가 미국에서 위협 중인 광범위한 물류산업, 운수산업, 심지어 항공, 해운업까지도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모든 차량, 모든 것(things)들이 두 디지털 교란자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경쟁적 틀에서 자유로워진 두 비상장 스타트업 거인들이 미국, 중국에서 동시에 창조할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교란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Watch out!
p.s.
“한국과 중국의 서로다른 40조 원, 웃프고 우울한 현실…”
오늘 중국의 디디추싱은 우버 차이나를 흡수합병하고 40조 원 기업가치 등극했고, 한국전력은 국민 상대 전력 장사해서 사상 최대 실적 기록하면서 한국의 2위 시가총액 40조 원을 확고히 하고 있다.
과거에 머물러있는 한국과
미래적 변신을 거듭하는 중국의 현실이 오버랩되는
상징적인 숫자. 40조 원.
두 나라에 서로 다른 주체들이 만들어내는 숫자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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