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불타는 목요일을 보내겠다’ 검은 속내로 마루180에서 진행했던 Thursday exit party에 갔다. 입주 스타트업 소개와 EDM음악, 각종 게임으로 정신없는 분위기 속에서 당당히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들은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진행자가 “연고대 연합 창업 학회 인사이더스!”라는 소개를 했다. 같은 대학생이라는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본능적으로 직업정신이 발휘 됐다.
‘어머, 이 팀은 취재 해야돼’
그들은 자신들을 연합창업협회 ‘인사이더스(insiders)’라고 소개했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함께 창업에 관한 역량을 키워나가는 커뮤니티란다. 보통 두 학교를 동시에 생각한다면, 연합 보다는 경쟁이라는 단어가 더 친숙할 것이다. 그런데, 인사이더스는 2011년 창립 이래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5년 11월에는 ‘서울 지역 대학 최고 창업 동아리 선발 대회’에서 대상까지 받았다. 인사이더스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
무더운 날씨에 팀장님 몰래 시원한 맥주 한 캔(?)씩 하며 그들과 ‘거침없이’인터뷰를 진행했다.
얼마 전, DJ 파티에서 인사이더스를 봤습니다. 알바는 아닌거 같은데 뭐죠??
(이) 10개월 동안, 파티 진행을 하면서 실제 스타트업 필드에 있는 사람들과 폭 넓고, 의미 있는 네트워킹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생이 창업 종사자분들을 술먹으면서 만날 자리가 거의 없잖아요.그래서 행사 진행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연합 창업 학회’라는 이름만 보면, 조용히 ‘창업학’만 탐구하고 있을 거 같은데요. 파티에서 봤던 잘~노는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연합 창업 학회의 정체는 뭔가요?
(이) 정확한 이름은 ‘연고대 실전 연합 창업 학회’ 인사이더스 입니다. 이 이름에서 ‘실전’과 ‘학회’라는 두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요. 창업을 ‘놀이’라 여기는 적당한 생각을 인사이더스 내에서 하지 않기 위해 학회라는 타이틀을 좀 더 무겁게 가져가게 되었죠. 학문을 연구하는 의미는 아니에요.
(최) 말 만하면 ‘실전’이라는 포인트를 잃게 되니 우리만의 창업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실제 필드에 나가, 시장조사를 하고 실제 고객의 생각을 들어 보고 결과적으로 mvp를 만들어 베타 서비스까지 경험하도록 구성하고 있어요. 우리는 그냥 ‘탁상공론’이 아니라 최대한 실전과 흡사한 경험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사이더스가 학회원에게 제공하는 자체 ‘실전 커리큘럼’은 어떤 건가요?
(이) 저희의 정기 세션은 창업하기 위한 기초 지식을 기르는 과정, 그리고 아이템 및 팀 빌딩을 연습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있는 방학에는 학회원들의 개발, 기획, 디자인 역량을 끌어올릴 수업들을 준비하고 있죠.
(최) 그렇다고 마냥 사업기획만 죽어라 하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진 않습니다. 정기 세션 외에도 한 학기 동안 4번의 네트워킹 세션이 추가로 진행됩니다. 네트워킹 세션은 저희가 직접 한국의 탑 100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대표님들과 유명 VC 분들에게 연락을 드려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어요.
좋은 연사님과 엑셀러레이터, vc들을 만날 수 있는 이유는 연고대 학벌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싶은데…
(이)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연사님들도 창업 생태계에 계신 분들이기 때문에 학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시거든요. 인사이더스라는 환경안에서 커리큘럼을 통해 성공한 선배들이 저희의 존재와 활동을 바이럴 해주신 덕을 받고 있는 거 같아요.
(최) 오그라들지만, 인사이더스의 팀 가치는 ‘마피아’거든요. 가족이라는 의미죠. 가족은 서로 무심한 척하면서 챙겨 주잖아요. 선배들의 외부적인 바이럴과 인사이더스의 내부적인 노력들이 좋은 연사분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거 같아요.
창업 아이템과 팀을 계속 만들기만 한다면 경쟁력 있는 팀이 나오기 힘들 거 같은데요. 요즘 스타트업 경진대회 같은 행사들도 많은데 창업팀의 성공 여부를 외부에서 검증해야 되지 않나요?
(이) 맞아요! 만들기만 하면 재미없어요. 검사받아야죠. 그래서 인사이더스는 창업 투자 대회를 ‘직접’ 기획하고 참여합니다. 2012년, 2014년에는 ‘PICK ME UP! 진짜 창업경진대회’와 2015년, 2016년 ‘U-DEMODAY’라는 행사를 진행했어요. 진짜 엑셀러레이터와 vc들을 인사이더스 행사에 초빙하고, 그 앞에서 발표하면서 피드백과 멘토링을 받았습니다.
인사이더스가 2015년 11월 ‘대학교 최고 창업 동아리 선발’에서 운영 부분 대상을 받았네요. 다른 동아리들에 자신 있게 자랑 할만 한 인사이더스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이) 자체적인 ‘커리큘럼’이라 생각해요. 진짜 창업 필드 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있다는 거죠. 인사이더스만의 커리큘럼을 거치신 선배 창업가들이 필드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도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FUNDA ,STAYES, TASTE SHOP등 20개의 선배 팀이 실제 창업 필드로 진출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를 운영하는걸로 알고 있는데요, 운영진은 몇 명으로 구성되어 있나요?
(최) 운영인력은 최소 인원인 5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는데요.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흔들린다’라는 책임감을 서로 부여하기 위해서 최소 인원으로 운영합니다. 그래서 구성원은 각각의 학교 회장을 한 명씩 포함해서 HR 매니저,에듀케이션매니저, 브랜드매니저 5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힘들지만, 즐겁습니다…
그렇다면, 인사이더스의 포지션이 엑셀러레이터인가요?
(이) 창업 마인드부터 키워주는 ‘완전 초기 인큐베이터’라고 생각해요. 무시 무시 한 창업 세계 속으로 뛰어들기 전에 창업을 사랑하는 대학생들끼리 실전 창업 역량을 강화하고, 세상으로 나갈 힘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학교도 창업 열풍에 발 맞춰 코워킹 스페이스나 창업 카페 같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지원금을 주면서 학생들에게 창업을 독려하고 있어요 . 실제로, 대학생들이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고 있나요?
(이) 창업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저희는 두 학교에서 ‘리쿠르팅’ 설명회를 하고 입회 지원서를 온라인에서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인사이더스 신입 회원을 모집 할 때, 트래픽 과다로 자체 홈페이지가 터지는 해프닝이 있었어요. 이 사건을 통해서 ‘대학생들이 창업에 관심이 많구나’라는 사실을 알았죠.
솔직히, 주변 사람들에게 창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는 쉽지 않잖아요. 보통은 취업을 먼저 생각하니까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특히 연고대생이 니, 부모님도 많이 걱정하실 거 같아요.
(이) 맞아요. 특히, 공대생인 제 학과 친구들에게는 창업이 논외인 것 같아요. 취업이 ‘이득’이라 생각하니까요.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걱정이 큰 것 같아요. “넌 굳이 힘들게 연대 입학해서, 고생 길인 창업 전선으로 들어가려 하느냐”는 말씀을 많이 들었어요. 부모님도 안전한 길을 원하시지만, 저는 창업 아이템으로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순위라 생각합니다. vc 보다 부모님부터 설득하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대학생 창업가라면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인드라고 생각을 해요.
‘대학생 창업가들은 경쟁력 없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진짜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건가요?
(최) 단기적으로 보면 경쟁력이 없을 것 같아요. 대학생은 경험치도 부족하고 기술력도 대기업 출신 엔지니어분들과 경쟁하면 승산이 없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대학생은 에너지와 만들어 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모님 돈으로 창업하지 않는다면, 실패해도 리스크가 거의 없어요. 대학생에게는 실패는 경험이니까요. 그리고 ‘의미있는 실패’는 성공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해요. 대학생 시절부터 창업을 경험한 창업가와 퇴사후에 경험한 창업가와 같은 나이라면 누가 더 경쟁력이 있을까요?
(이) 그래서, 인사이더스는 대학생 창업가가 ‘의미 있는 실패’를 경험할 수 있게 ‘대학생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인사이더스 커리큘럼을 통해서, 모자란 경험치와 기술을 ‘앞으로 어떻게 채워 나갈지’에 대한 미래 계획을 세우게 되는 거죠. 지금의 대학생 창업가가 5년, 10년 뒤에는 업계 1위가 될수 있다 생각하고 있어요.
취업과 창업,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최) 사실 뭐가 맞거나 좋거나 하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원하는 가치는 다르죠.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안다면 뭘 해도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입시 준비 당시에는, 고려대학교라는 곳에 입학했다는 사실만으로 성공한 줄 알았죠. 하지만, 점점 학벌은 정말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어요. 어디에 속해 있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가는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 생각해요.
(이) 오그라들지만, 마크 저커버그가 한 말이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모든 것이 쉬워진다.’ 그 말처럼 취업하든 창업을 하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은 아무래도 창업인 거 같네요
인터뷰를 마치며 인사이더스의 궁극적인 목표를 물었다. 이들의 답은 ‘대학생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란다. 올해 12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3회 U-DEMODAY’가 시작점이다. 인사이더스는 행사를 통해 잠재적인 대학생 창업가를 수면 위로 올리고, 창업 생태계를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5년 동안 두 학교 사이에서 창업 생태계를 자발적으로 이끌어온 인사이더스는 창업을 학문으로 하는 단순한 학회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동아리처럼 친목만 중점으로 하는 커뮤니티도 아니다. 예비 창업가로서 갖추어야 할 실전 경험과 창업에 대한 ‘진지한’ 마인드를 골고루 섞어 창업 역량을 극대화 시키려 거침 없이 노력하고 있는 ‘작은 인큐베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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