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일본의 스타트업 투자와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특히 한국과 마찬가지로 CVC, 대기업이 펀드를 조성해 자신의 사업영역과 시너지 효과를 목적으로 움직이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벤처스퀘어는 코트라와 함께 일본 시장을 분석하고, 우리 스타트업이 더욱 효과적으로 일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일본 벤처리서치에 따르면’, 일본 내 벤처, 스타트업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2013년 31개에 불과했던 펀드는 2014년 41개, 2015년 52개로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수를 보인다. 이는 일본 내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1980년대, 1990년대 IT 벤처품 당시 설립되었던 벤처기업들이나 기존 대기업들이 새로운 스타트업 투자턴드를 활발하게 설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은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일본 기업과의 협업이나 투자유치 기회를 만들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에 한국에 지사를 두고 운영 중인 일본 VC 글로벌브레인(이하 GB)와 펀드 출자자(LP)이자 자체 인큐베이터를 운영하는 일본 통신기업 KDDI를 만나 일본의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협업, 그리고 그들이 투자를 희망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스타트업 붐에 맞춰 투자도 해보고 인큐베이팅도 운영해보려는 기업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그럴 때는 그냥 하지 말라고 합니다”
KDDI는 소프트뱅크, NTT 도코모와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통신사로 일본 전국에 4,6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벤처캐피털과는 별개로 자체 인큐베이팅 사업(KDDI∞Labo, 이하 무겐라보)를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GB는 1998년 설립된 일본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이다. 한국 스타트업 중 파이브락스와 비트윈으로 잘 알려진 VCNC, 온라인 심리테스트 서비스 ‘봉봉(VonVon)’ 등에 투자한 바 있으며, 2015년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Q: 민간기업 입장에서 이익을 생각하면 인큐베이팅 사업은 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데요. KDDI에서 무겐라보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KDDI: KDDI도 교세라에 의해 창립된 회사입니다. 일본전신전화(현 NTT)에 대항해 저렴하고 질이 우수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원래 벤처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통신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이 상당히 위험한 일이고 도전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일본 국내 최대 통신사인 NTT를 대항해서 만든 기업이기 때문이죠.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을 이끌어 온 사업들이 현재 KDDI의 경영층에 남아있기 때문에 스타트업 마인드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인큐베이팅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리고 KDDI가 자체적으로 벤처 투자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1984년 일본 교세라는 ‘다이니덴덴(第二電電)’을 창업하고 통신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때까지 ‘덴덴공사(電電公社)’가 독점하고 있던 시장이었다. 이듬해인 1985년 덴덴공사는 민영화 절차를 통해 현재의 NTT로 거듭났고, 다이니덴덴은 ‘DDI’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2000년 DDI, KDD, IDO 등 3개사가 합병하여 지금의 KDDI가 탄생했다.
GB: 무겐라보는 가장 우수한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협업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대기업 중에서 스타트업과 협업하고자 하는 곳은 아직 소수에 불과합니다. 테슬라 등이 나오면서 일본이 가장 우수하다고 믿었던 분야에서도 혁신가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벗어나고자 스타트업과 협업을 시도하는 기업들은 많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KDDI는 부사장을 비롯한 경영층이 이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회성 사업으로 끝낼 거라면 차라리 시작하지 말라고 합니다.”
KDDI: 인큐베이팅 사업이나 CVC투자 등, 스타트업붐에 편승하려는 기업은 많지만, 이미 많은 기업이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가끔 대기업 사람들을 만나면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남들이 하는 거라서 하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층이 스타트업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모를까, 일회성에 그칠 정도의 각오라면, 사업을 접을 때 오히려 힘들어질 겁니다.
Q: 일본에도 현재 다양한 인큐베이팅 사업이 있습니다만, KDDI의 무겐라보만의 특징, 그리고 그곳에 참여하고자 하는 현지 스타트업의 경향은 어떤가요?
KDDI: 무겐라보는 일본 내, 거의 최초의 민간 인큐베이팅 사업입니다. 현재 5년째에 접어들고 있고, 1년에 두 번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인터넷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기업의 지원이 많았습니다. 이른바, 제2의 트위터, 혹은 페이스북을 노리는 스타트업이었지요. 지금은 이미 시장이 형성된 산업에 IT를 접목시켜 혁신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의 신청이 늘고 있습니다. KDDI도 이런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Q: 이미 시장을 보유한 기업을 선호한다는 말씀이네요. KDDI는 통신기업인데, 자금지원 외에 어떤 지원을 해주시나요?
KDDI: KDDI는 통신전문기업으로 다른 사업 분야에 대해서 전문가는 아닙니다. ICT 분야는 멘토링과 KDDI가 가진 역량을 이용한 지원이 가능합니다만, 다른 분야의 경우 전문적인 지원은 어렵습니다. 오히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저희와 잘 맞는 분야의 스타트업이라면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를 실현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대기업끼리는 어려운 일이지요. 많은 대기업이 이런 생각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초기 13개에 정도였던 파트너기업이 현재는 KDDI를 포함해 31개사가 되었습니다.
KDDI의 파트너 기업에는 도시개발, 유통과 금융, 방송 등 다양한 분야의 대표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 기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현재 투자와 협업을 생각하고 있는 기업은 어떤 곳이 있을까요?
KDDI: 현재 내부에서 라이프디자인의 변화를 필수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0년, 스마트폰이 확산하면서 통신사들은 거의 경쟁사와 차별화 전략을 내세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요금제나 인프라를 바꿔도 사용자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는 적어지고 있습니다. KDDI는 단순히 인프라를 제공하고 그 외의 부분은 서드 파티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제휴, 때에 따라서는 자금 투자는 물론 M&A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면 스타트업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KDDI: 기술적으로 앞선 기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정이나 사무실에 흩어진 기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무선 충전 기술 ‘Cota’를 실용화 시키는 미국의 ‘OSSIA사‘나 가정 내 커뮤니케이션 로봇을 개발하는 미국의 ‘JIBO사’에 투자하고 일본 내 사업 전개도 시야에 두고 있습니다. 와이파이와 모바일 기기가 보급된 지역이라면 인프라로 정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지 상황에 맞추는 작업은 필요하겠지요.
현재 KDDI는 일본 내 스타트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과의 협업도 계획하고 있다. KDDI, GB, 그리고 무겐라보 파트너기업으로부터의 투자유치 및 일본 진출을 희망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코트라가 진행하는 파트너링 사업을 통해 도전할 수 있다. 관련 사업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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