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아주 오래 전에 TV에서 본 실험이어서 정확하게 무슨 프로그램에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그 실험이 참 재미있었다는 기억은 남습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는데요. 무게가 제법 나가는 물건을 바구니에 담아놓고 바구니에 줄을 묶습니다. 바구니에 묶은 줄은 다시 실내 체육관의 천장에 매달린 도르레에 걸고, 줄 끝에서 초등학생 10명 정도가 끌게 했죠.
즉 초등학생 10명에게 주어진 과제는 줄을 바구니의 반대편으로 당겨서 바구니를 천장까지 끌어올리는 것이었죠. 처음에는 아무런 지시사항도 없이 실험을 했는데요, 바구니에 담긴 물건들이 워낙에 무거워서인지, 바닥에서 바구니가 얼마 뜨지 못하고 실험이 끝났습니다.
실험이 끝나고 나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줄다리기 노하우를 알려준다는 차원에서, 학생 한명에게 역할을 부여했죠. 예를 들자면, 맨 앞에 있는 학생에게 “넌 바구니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더 세게 잡아당겨!” 중간에 있는 학생에게 “넌, 줄이 팽팽해지도록 최대한 당겨야 해!” 마지막 학생에게 “너가 뒤에서 아주 세게 잡아당기지 않으면, 친구들이 힘을 못 쓰니까, 최대한 힘을 내야 해!” 이런 식으로 학생들에게 역할을 부여했습니다(오래되서 정확하지 않습니다. 대략 이런 뉘앙스였습니다)
사실 이런 노하우는 진짜 노하우가 아니라 선생님이 즉석에서 생각해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처음에 조금 밖에 올라가지 않더 바구니가, 역할을 부여하자 정말 거짓말처럼 실내체육관 천장을 향해서 올라갔습니다. 선생님의 거짓말은 어떤 마법을 부렸길래, 학생들에게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한 것일까요?
작가 게리슨 케일러가 명명한 ‘워비곤 호수 효과’ 즉 모든 사람은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는데, 내 경우에도 확실히 ‘무의식적인 과대평가’의 기질이 있었고, 그에 따른 양심의 가책도 느끼고 있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그룹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자신의 팀 기여도를 평가하라고 한 후 그 합계를 내보면 평균 139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가보다는 ‘내가’ 무엇을 하는가에 훨씬 더 관심을 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쉽게 이해가 된다.
‘무조건 행복할 것’에서
인용문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가보다 ‘내가’ 무엇을 하는가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 아무런 역할을 부여하지 않았을 때보다 역할을 부여했을 때, 더 힘을 냈던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자신들에게 과업이 주어지자, 그 과업이 의미있든 없든 간에, 숨겨진 힘을 더 발휘하게 했으니까요.
회사에서나 프로젝트에서, 일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진행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누군가 나서서 결론을 내는 것도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전체적인 진행을 맡거나 관리를 맡았다면, 역할이나 책임감을 팀동료나 팀원들에게 명확하게 부여했는지 고민해 보세요. 팀원들이 힘을 낼 수 있는 공간을 최대로 정의해 주다면, 불가능해 보였던 과제를 정말로 쉽게 달성할 수도 있습니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