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빔 개발 스타트업 ‘크레모텍’은 미국 KDC와 1천만 달러(한화 약 113억 원) 수출 계약 체결했고, 점자 시계 ‘닷’은 한국 포함 13개국에서 350억 원 선주문 계약 체결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처럼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스타트업 2개사의 공통점은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그램’을 이수했다는 것이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브라보 리스타트’는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3년부터 46개 스타트업을 발굴 및 육성해왔다.
브라보 리스타트는 2천만 원의 초기 자금과 입주공간(10개월), 사업부서와 연계한 판로 개척, 마케팅,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은 물론, 전문가 평가를 통해 기술 개발 및 사업화 자금으로 1억 원을 추가 제공하고 있어 참여 스타트업 기업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프로그램이다.
SK텔레콤은 왜 자사의 노하우와 특허 그리고 자금을 지원하면서까지 스타트업을 지원할까. 이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브라보 리스타트’ 운영팀 SK텔레콤 김동준 팀장을 찾았다.
Q. SK텔레콤은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그램을 어떤 취지로 시작했는가?
2013년도에 시작했을 때는 베이붐 세대들의 은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은퇴한 사람들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돕자는 생각이었다. 총 4기 수를 진행해오면서 현재는 은퇴한 사람들의 제2의 도전을 포함해 대졸자들에게 창업을 통한 취업과 성공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의미로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정부기관에서는 주로 초기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쪽에 중점을 두고 은퇴한 사람과 대졸자들을 대상으로 많은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기관은 이처럼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민간기업인 우리는 과실을 맺어주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정부에서 입주공간이나 자금을 지원받는 쪽이라면, 우리는 그 이후 단계인 해외진출, 판로개척, 마케팅 등 부분에 더욱 중점을 두고자 한다.
Q. 브라보 리스타트가 벌써 5기를 모집하고 있다. 지난 기수와 차이가 있는가.
선발 방법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공모전 형태로 모집했지만 올해는 분기별로 수시 모집하려고 한다. 입주 신청이 들어오면, 운영팀에서 검토를 하고 “우리 A 키울 생각 있는데 너희는 어떠냐”라고 사업부서에 보여준다. 이후 외부 심사위원들을 통해 적합하다고 판단될 시 바로 프로그램에 참여시킬 생각이다.
또한,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2차로 연수원에서 3박 4일 동안 워크숍 면접을 거쳤는데 이 과정을 발표심사로 대체하기로 했다. 최종 면접 또한 사업을 지원해줄 수 있는 멘토들과 1시간 이상 심층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으로 대체하려고 논의하고 있다.
브라보 리스타트 5기 공모 내용
자격: 예비창업자 또는 회사 설립 5년 이내 창업가
접수방법: SK텔레콤 행복창업지원센터 웹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접수
접수기간: 2016년 11월 16일까지
사업설명회
1차: 10월 28일 16시~17시 30분, 스타트업 캠퍼스(판교)
2차: 11월 4일 16시~17시 30분, 디캠프(강남)
3차: 11월 11일 16시~17시 30분, SK 창조경제혁신센터 서울캠퍼스(을지로)
Q.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그램을 이수한 스타트업의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다. 비결이 있는가.
어떤 비결이 있다기보다는 우리는 해줄 수 있는 게 많은 팀을 뽑는다. 옛날에는 “벤처기업 할 사람 손 들어” 해서 괜찮은 스타트업을 뽑았다면, 지금은 “SK텔레콤이 필요한 사람 손 들어”가 맞을 거 같다.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을 선정하다 보니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SK텔레콤을 필요로하고, 궁합이 잘 맞을 스타트업을 육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브라보 리스타트 멤버로 들어오면 운영담당자 1명, 사업부서 담당자 1명, 프로보노(재능기부자) 1명, 전담멘토 1명, 전문멘토 1명 총 5명을 매칭시켜준다.
전담멘토는 해당 스타트업만 지원해주는 멘토로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해당 분야 전문가를 붙여준다. 전문멘토는 회계, 법률 등 경영지원 쪽을 지원해준다.
특히 사업부서 담당자와 연결해 스타트업이 보유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실제 사업화하고,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돕는 점이 다른 민간 지원프로그램과 다른 것 같다. 스타트업이 대기업 사업부서 담당자를 만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Q: 스타트업들의 스케일업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더 자세히 말해달라.
시제품 하나의 단가와 양산된 제품의 단가의 차이가 엄청 크기 때문에 “양산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양산하기 부적합한 시제품은 할 수 있도록 적합하게 디자인해주고 있으며, 양산하는 곳도 연결하고 있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들의 난제 중 하나인 ‘엑시트’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70~80%의 스타트업이 엑시트하는 방법은 인수합병(M&A)이다. 국내에서는 인수합병 자체가 사회적으로 손가락질 받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스타트업 생태계도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4~5년을 했지만 스케일업을 하지 못해서 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성공적인 인수합병의 사례가 자주 생기면 청년들도 더 많이 창업 생태계에 발을 들여놓을 거라 본다. 그렇기 때문에 데스벨리를 지나온 스타트업이나 시리즈 A 이상 규모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스케일업에 집중해 성공모델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올해 초에 스타트업 몇 곳에 지분투자를 한 바 있고, 스타트업 1개사와는 인수합병을 논의하고 있다.
이 밖에도 판로개척 및 해외진출에 힘 쏟고 있다. 스마트 빔 ‘크레모텍’과 점자 시계 ‘닷’이 대표 사례라 생각한다.
Q. 눈여겨보고 있는 분야나 기술이 있는가?
ICT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성이 높은 스마트홈, 웨어러블, 디바이스, TTS/LBS, 헬스케어, AR/VR, 핀테크, 미디어, O2O 서비스, 통신 10개 분야다.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면, SK텔레콤이 보유한 특허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1기 크레모텍의 경우가 대표적 예다. 사업이 도중에 중단됐지만, 당시 SK텔레콤은 스마트빔을 연구했고, 몇 가지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크레모텍도 스마트빔 관련 특허를 보유한 상태였지만, 스마트빔 사업부서에서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브라보 리스타트 운영팀에서 적극적으로 밀어붙였고, 현재는 총 9개의 특허를 공유하고 있다.
Q. 크레모텍의 경우 대기업과 스타트업 기술 공유의 좋은 사례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기술을 베낀다는 시각에서 SK텔레콤도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스타트업을 선발하기 전에 많은 검토를 거친다. 크레모텍의 경우처럼 SK텔레콤 쪽에서 스타트업보다 먼저 특허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이 많이 속한 분야의 경우에는 “또 대기업이 들어간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업부서 입장에서 보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술일 수도 있고, 스타트업 없이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브라보 리스타트 운영팀은 해당 분야의 사업부서와 사전 조율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만약 이슈가 생기더라도 가능하면 SK텔레콤이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외부 심사위원들에게 비밀유지 서약을 받는 등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Q. 끝으로 SK텔레콤이 궁극적으로 스타트업과 공유하고 싶은 핵심가치가 있는가?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상생”이다. 스타트업은 SK텔레콤의 도움을 받아 성장할 수 있고, SK텔레콤도 스타트업의 도움을 받아 신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브라보 리스타트 자체가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 중 하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현재 SK텔레콤 잘 보면 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전달하는 일을 많이 한다. 그리고 주로 플랫폼을 만든다. 우리는 소비자에게 스타트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전달하고, 우리가 마련한 플랫폼에 스타트업을 품을 수 있는 역할, 더 나아가 산업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브라보 리스타트 자체가 외부의 다양한 아이디어라던가 사업 제안들을 유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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