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간 계약’이란 쉽게 이야기하면 주주들이 회사의 운영 등과 관련해 합의한 내용을 정한 계약을 의미합니다. 이전에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거나 회사가 전략적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회사 설립 단계에서 공동 창업자 사이에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하고 향후 분쟁 발생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많이 작성하고 있습니다(미국에서는 창업자들 사이에 예전부터 founders’ agreement를 체결해 왔습니다).
그 동안 한국에서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공동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할 때 각자의 지분율을 어떻게 할지, 새로 설립한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대해서만 정한 다음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수익분배 등 돈과 관련된 이야기는 껄끄럽게 생각하는 것이 한국 문화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서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창업 후 2-3년간 회사가 운영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결과, 이는 잠재적인 리스크를 떠안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창업 후 회사가 크게 번창하거나 오랜 기간 성장이 정체되면 창업자들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거나 오해가 생기면서 다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를 많이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 경험상 이런 다툼의 원인은 일방 당사자의 잘못보다는 작은 오해로 인해 서로 불신을 가지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물론 당사자들은 상대방이 엄청난 잘못을 하고 신뢰를 배신해 분쟁이 발생했다고 믿습니다).
주주간 계약서 작성은 바로 이러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스타트업 창업이 활성화되면서 이 같은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선배 창업자와 업계 전문가들이 주주간 계약을 하지 않았을 때의 문제점을 많이 알려 주면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모든 부분에서 공감대 형성 및 협의를 끝냈다. 이제 계약서 작성만 하면 된다. 별 어려움 없이 빨리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 실제로 1주일 안에 주주간 계약을 마무리한 케이스가 손에 꼽을 만큼 적다는 것입니다.
본인들은 공동 창업자들 간에 공감대 형성이 다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주주간 계약서 작성 전에 정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 리스트를 전달하고 회신을 요청하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내용이 많다”라는 피드백을 받기 일쑤입니다.
뿐만 아니라 금전 또는 의사결정 등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을 논의한 후에는 “서로의 입장 차이가 이렇게 큰 줄 미처 몰랐는데 그 조율이 잘 되지 않아 결국 사업을 같이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주주간 계약서 작성을 잘 마무리합니다. 그 과정에 창업자들끼리 솔직하게 터놓고 입장 차이를 논의할 뿐 아니라 민감한 내용을 조율하고 각자의 입장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때문에 계약서 작성이 끝난 후에는 “이 과정 덕분에 오히려 앞으로 발생할 오해를 막을 수 있었다. 주주간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해서 다행이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주간 계약서 작성 과정에 끝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갈라선 경우, 변호사가 관여해 주주간 계약서를 작성하느라고 괜히 좋은 기회를 깨뜨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서로 입장 차이가 큰 것도 모르고 공동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면 서로 갈등만 겪다가 결국 사업도 제대로 못하고 시간만 낭비했을 지 모릅니다. 주주간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입장 차이를 확인한 덕분에 빠르게 결별하고 시간과 기회의 낭비를 막을 수 있었던 셈입니다.”
공동 창업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합쳐 사업을 시작하는 게 최선이라는 데는 동의하실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창업자 분들이 그를 위한 조율 과정은 껄끄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멀리 보시고 지금부터라도 주주들끼리 오해의 폭을 줄여 보시길 바랍니다. 주주간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분명 좋은 명분이자 첫 단추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모쪼록 제 지식과 경험이 회사를 운영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회사를 우뚝 세우시길 기원합니다.
글/ 정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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