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 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7] 투자계약서, 대충 살펴보진 않으셨나요?

프롤로그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 A씨는 창업 후 1년 동안 열심히 회사를 키워서 시장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곧이어 한 기관투자가(VC) X사로부터 투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X사는 이 회사의 가치를 7백만 불로 평가했고 이에 대해 3백만 불을 투자하면서 30%의 우선주를 (preferred share) 취득했습니다. 따라서 창업가 A씨의 지분은 100%에서 70%로 낮아지게 (희석) 되었죠. 이로부터 1년간 이 회사는 몇 가지 변화를 겪으며 창업가 A씨는 B사와의 협의를 통해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고, 다행히 회사는 1천만 불의 가치로 인정받아 현금을 받고 매각되었습니다. 창업가 A씨는 “아 내가 7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니 한 7백만 불은 받겠구나”라고 기대했는데, 실제 그가 받게 된 금액은 전체 1천만 불 중 70만 불에 그치고 나머지 930만불은 모두 X사에게 돌아가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을 하는 창업가들은 사업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VC로부터 투자를 받으려 하게 됩니다. 물론 VC들도 스타트업투자가 갖는 불확실성에 대해 잘 알고 있으므로 최대한 성공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찾으려 하고, 그런 회사를 찾은 후에도 실제 투자를 진행할 때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고자 여러 가지 투자계약서상의 조항을 유리하게 작성하려고 할 것입니다.

문제는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VC의 심사역들에 비해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대부분의 경우 투자유치에 대한 경험도 없고 바쁘기 때문에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영문으로 된 두꺼운 분량의 계약서들이고 전문적인 법률용어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담당변호사들에게 맡기고 본인은 계약서 내용에 대한 검토를 꼼꼼히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로 인해 나중에 문제가 되는 상황을 접하고 뒤늦게 후회하게 됩니다. 매우 많은 투자관련 용어와 규정들이 있지만 반드시 창업가들이 확인했으면 하는 것들 위주로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회수권 (Liquidation preference 또는 Exit preference)

회사가 청산 또는 매각될 경우 VC투자자가 우선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합니다. 다양한 우선회수권 설정방법이 있고 대표적으로 투자금의 일정 배수만큼 (1X, 2X 등) 우선 회수하는 권한이 종종 적용되는데, 예컨대 3X의 우선회수권이 주어질 경우 투자자는 본인이 투자한 금액의 3배까지 다른 주주들에 우선하여 회수하게 됩니다.

전환상환우선주 (Convertible redeemable preferred stock)

투자자들이 투자금에 대해 현금으로 상환받을 것인지 보통주로 전환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합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회사의 매각금액에 따라 둘 중에 더 유리한 방식으로 선택할 권한을 주게 되는데, 앞선 사례에서 3백만 불을 투자하여 30%지분을 취득한 VC가 1X만큼의 우선회수권이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전환상환우선주를 발급받았다고 하면, 회사의 매각대금이 1천만 불에 달할 때까지는 우선 주주로서 본인의 투자금인 3백만불을 상환을 받는 것을 선택할 것이고, 1천만 불이 넘을 경우 보통주주로서 30%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3백만 불을 받는 것보다 유리하므로 보통주로 전환을 선택할 것입니다.

참가적 우선주 (Participating preferred stock)

참가적 우선주는 회사가 매각될 때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먼저 돌려받고, 이후 남는 금액에 대해 추가로 지분만큼 분배받을 수 있게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우선 투자금을 돌려받고, 남은 이익을 나눠가지는 자금회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더블 딥’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위 사례에서 3백만 불을 투자하여 30%지분을 취득한 VC가 1X만큼의 우선회수권이 있는 상황에서 참가적 우선주를 발급받았고, 회사가 1천만 불에 매각되었다고 하면 이 VC는 투자금 3백만 불을 우선 돌려받고 나머지 7백만불의 30%를 추가로 받게 됩니다.

희석방지조항 (Anti-dilution)

VC들이 투자하면서 취득한 주식의 주당 취득가격보다 다음 라운드에서 투자금을 모집할 때 적용되는 주당가격이 더 낮을 경우, 즉 더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발행할 경우 기존 VC들은 보유주식의 가격하락을 겪게 됩니다. 이로 인해 기존 VC들이 부담하게 되는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이 VC들이 보유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전환가격을 변경해주는 내용을 희석방지조항이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VC들의 손실은 보통주 보유자들 (예를 들어 창업가들)에게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와 같은 희석방지조항의 작동은 몇 가지 방식으로 나뉘며 계약서상 굉장히 기술적이고 복잡한 방식으로 설명되는데, 이 작동방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경우 창업가들이 나중에 가장 낭패를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A라운드의 VC가 주당 $5에 투자를 들어왔는데, B라운드에서 신주발행을 더 낮은 가격에 (예를 들어 $3) 할 경우, A라운드의 VC는 본인이 보유한 주식의 주당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 됩니다. 이때 희석방지조항을 들어 A라운드의 VC는 자신이 보유한 우선주의 보통주로의 전환비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보유주식수를 늘림으로써 실질적으로 본인이 보유한 지분의 총가치하락을 막을 수 있게 되는데 (주당 가격은 낮아지지만 보유주식수는 늘어나므로), 문제는 이 경우 A라운드의 VC가 보유하는 주식의 증가분은 온전히 창업가들이 보유한 주식수의 감소로 상쇄되게 되는 것이 희석방지조항의 메커니즘입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창업가들의 보유주식수와 보유지분가치는 하염없이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동반매수청구권 (Tagalong rights), 동반매각청구권 (Dragalong rights)

동반매수청구권은 회사의 창업자로서 다수주주의 승인 없이 창업자가 자신의 주식을 매각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제약이고, 동반매각청구권은 창업자로서 본인이 계속해서 회사를 운영하고 보유지분을 매각하고 싶지 않더라도 강제로 매각하게 되는 내용을 말하는데 당연히 창업자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조건이 계약서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에필로그

시리즈 라운드 투자유치를 처음 진행하는 창업가들은 투자계약을 마치고 나면 이렇게 많은 계약서들이 필요한지 몰랐다며 입을 모아 말합니다. 위에 나온 여러 개념에 대한 설명은 투자계약서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어떻게 투자계약서가 작성되었느냐에 따라 추후 창업가들의 이익 실현에 현저한 차이를 가져오게 됩니다.

글머리에서 든 예로 돌아오겠습니다. 소개드린 사례는 앞서 설명한 ‘3X의 우선회수권과 참가적 우선주’로서 VC 투자계약이 이루어짐으로써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 경우입니다. 3백만 불을 투자하여 30%지분을 취득한 VC가 3X만큼의 우선회수권이 있는 상황에서 참가적 우선주를 발급받았기 때문에, 회사가 1천만 불에 매각되었을 때 이 VC는 투자금 9백만 불을 우선 돌려받고 나머지 1백만불의 30%를 추가로 받게 되어 930만 불 가져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요컨대,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이들의 실질적인 목적 중에는 성공적인 엑싯이 있고, 그렇다면 이와 같은 성공적인 엑싯을 위해서는 본사업에서의 성공뿐만 아니라 투자유치단계에서 작성하는 계약서에 실수가 없도록 하나하나를 잘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편, 이와 같은 증권법상 내용을 잘 아는 변호사, 회계사 등의 전문가가 창업팀의 구성원이나 초기 투자자로서 참여한다면, 이후 투자 라운드에서 본인을 포함한 기존주주들의 이해관계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있는지 좀 더 충실히 확인할 수 있으므로, 창업가들의 권한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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