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위 전문가의 영역이던 사진과 영상이 대중화 일로를 걷고 있다. 고가였던 촬영 및 편집 도구가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면서부터다. 그 결과 하이엔드 카메라 시장은 몰락하고 DSLR 카메라 시장 또한 쇠퇴의 위기를 맞았다. 카메라 업계는 그야말로 존패의 기로에 선 것이다. 그러한 변혁이 ‘게임 개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개발 도구와 유통 플랫폼이란 문턱이 낮아지면서 누구나 게임을 만들고 배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에 따라 거대 자본이 주도하던 게임시장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거대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1인 또는 소규모 팀이 아이디어를 무기로 만드는 인디게임이 시장에 급부상한 것. 그러한 변화를 틈타 1인 인디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이 12월 3일 서울 역삼동 팁스웨어 S2 지하 1층 산마르코 광장에 모였다. 그곳에서는 ‘슈팅 게임 제작을 통한 유니티3D의 기본 기능 익히기’ 특강이 열리고 있었다.
이번 유니티3D 특강은 48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팀을 구성, 프로토타입 수준의 인디게임을 개발하는 ‘대한민국 게임잼 2016’의 사전 행사다.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팀 구성상 주특기 분야 외의 영역을 맡아야 할 수도 있는 현실을 감안한 교육이었다. 첫 특강이었던 도트 디자인처럼 코딩하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디자이너나 기획자가 많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참가자 대부분은 개발자, 또는 지망생이었다.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 독학으로는 배우는 데 한계가 있어서, 배운 것을 복습하는 차원에서, 유니티3D를 배운지 너무 오래돼서 등 다양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번 특강은 ‘불한당’ 이근 개발자가 맡았다. 왜 하필 닉네임이 불한당일까. 생계유지를 위해 주경야독하는 자신의 모습 같아서라고. 이근 개발자는 현재 토털 배터리(Total Battery)란 인디게임 팀에서 기획, 개발, 디자인을 도맡고 있다. 결국 1인 인디게임 개발자인 셈. 그러나 언젠가 자신과도 마음에 맞는 이들과 팀을 꾸리게 될 것이란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이력은 독특했다. 반도체 학과를 나온 뒤 그에게도 어김없이 장래에 대한 고민이 찾아왔다. 그때 어릴 적 심취했었던 ‘콘솔 게임’이 떠올랐다고 한다. 막연하게 간직하고 있던 그 꿈을 이뤄보기로 했다. 게임 공략 원고를 계기로 서울로 상경, 2년간 게임공략 필자로 일하다가 게임 퍼블리싱 회사로 적을 옮겼다. 게임 기획자로서 10년. 그는 다시 회사를 나왔다. 나만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일념에서였다. 그런 그가 강당에 올랐다. 유니티3D 지식 전달이 이유지만 그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였다. 이근 개발자는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싶었다”라며 “게임 캐릭터를 꼭 그래픽 툴로 그려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서 “게임 캐릭터를 종이에 그려 쓰고, 필요한 사운드는 스마트폰으로 녹음하는 등 기존의 길과 다른 방식으로도 게임을 만들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니티3D 기초 특강의 소재로 슈팅게임을 택한 것은 역사적으로나 구현 난이도 측면에서 기초 교육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에셋 추가, 게임 오브젝트, 컴포넌트 추가, 프리팹, 태그 등의 유니티3D 기초 교육이 끝나고 나서는 그의 계획대로 종이에 게임 캐릭터를 그래픽 리소스를 제작했다. 리소스를 자르고 에니메이션을 구현하고 슈팅게임의 기초인 총알을 쏘며 오브젝트와 충돌하면 폭발하는 것까지 교육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7시간이란 긴 교육시간에 지칠 법도 한데, 쉬는 시간에 자리를 뜨는 이를 찾기 힘들었다. 질문은 쉼 없이 계속되고, 교육 참가자끼리 서로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는 등 열띤 분위기 속에 어느덧 7시간이 한 순간인 듯 흘러갔다.
미니인터뷰, “게임개발…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배워야”
Q. 인디게임 홍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팬을 확보하라. 개발사 입장에서는 스타 개발자를 달가워 하지 않겠지만 스스로 스타 개발자가 돼야 한다. 최근 게임 홍보는 SNS와 유튜브와 같은 MCN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들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인디게임 개발자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유튜버를 육성하자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Q. 1인 개발자를 꿈꾸는 이에게 당부를 전한다면
게임업계는 개발, 기획, 디자인 등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분야로 나뉘어있다. 한 분야만 알아서는 고품질의 게임 개발이 가능할리 없다. 한 우물만 파기보다는 가급적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배우길 바란다. 두 가지 더 당부할 것이 있다. 혼자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루지 말라는 것이다. 나중에 해야지 미루는 것은 영원히 못할 수도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Q. 게임잼 참가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
사실 이런 사전교육은 게임잼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게임잼은 그저 즐기는 축제다. 미리 공부해 참여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함께 공부하고 배우며 게임을 만들 것을 권한다. 반드시 완성을 목표로 할 필요도 없다. 회사 프로젝트도 아닌데 얽매이지 마라. 즐겁게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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