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카페모카인가요?”
직장인 A씨는 점심시간 사무실 인근 커피숍을 들렀다. 계산대에 있는 로봇은 A씨에게 안부인사를 건네고, 늘 마시던 커피를 마실지 물어본다. 간단한 대화를 마친 A씨는 커피를 주문했고, 3분이 지나자 카페모카가 나왔다.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법한 일을 현실로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POS 로봇 ‘포카’를 개발한 스타트업 로보러스다.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보자”
로보러스를 창업한 김대훈 대표는 미국 영업 및 마케팅 17년 경력자로 팬택, 노키아, 퓨처로봇에서 근무했었다.
퇴사 이후 그 동안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보자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고, 사업 아이템은 로봇으로 정했다. 창업팀을 구성하기 위해 전 직장에서 10년 이상 같이 근무한 김홍기 전무이사를 스카우트했고, 16년 경력의 로봇 전문가 서재용 연구소장이 세운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김대훈 대표는 로보러스를 창업하자마자 그간 활발히 네트워킹해온 IBM을 찾아간다. 포카에 IBM 왓슨 API을 적용하기 위해서였다. IBM은 흔쾌히 허락했고, 로보러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얼굴 인식 기술 개발 스타트업 ‘카이로스’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이것을 계기로 현재 로보러스와 카이로스는 NDA(Non-disclosure agreement, 기밀유지 협약)를 체결했다.
“세상에 꼭 필요한 로봇”
로봇 산업은 크게 산업형, 군사형, 의료형, 서비스형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가장 꼭짓점은 휴머노이드다. 산업형, 군사형, 의료용형 로봇은 꽤 오랫동안 자주 사용됐지만, 서비스형 로봇은 유독 기를 못 펴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출시된 서비스형 로봇들은 애완, 청소, 집지키미 등으로 그 분야가 다양하지만,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이에 반해 로보러스는 세상에 꼭 필요한 서비스형 로봇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포카’다. 포카는 매장 캐셔(Cashier)을 대체하는 감성 지능 로봇이다. 음성인식과 얼굴 인식,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특징과 정보를 기억하고 그에 따른 안내를 한다.
가령 자주 오는 손님에게는 즐겨 찾는 메뉴를 추천하거나 자동 포인트 적립을 통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추천한다.
이 기능은 현장 마케팅 자동화를 실현해 점주가 신규, 충성, 이탈 고객 등 세분화된 고객을 더욱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포카의 강점은 능동성과 감성 지능 그리고 낮은 설치비용”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 ‘키오스크’는 최근 캐셔(Cashier)의 역할을 일부 대신해왔다. 언뜻 보면 포카와 키오스크는 큰 차이가 없지만, 김대훈 대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능동성이다. 키오스크는 사람이 터치해서 조작해야 반응이 있는 수동형이지만, 포카는 사람이 다가가면 먼저 알아보고 추천해주는 능동형이다.
다음으로 감성 지능이다. 속된 말로 립서비스를 한다. 아는 척도 하고 가끔 농담도 한다.
마지막으로 설치비용이 적다는 점이다. 키오스크는 설치하려면 프레임을 새로 짜고, 붙이려면 벽을 뚫는 등 공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포카는 아니다. 계산대에 올려놓고, 랜선과 플러그를 연결하면 끝이다.
포카 구매 비용은 약 3,500달러(한화 약 400만 원) 수준이다.
“타겟은 점주, 진출 시장은 미국”
POS 로봇 ‘포카’는 레스토랑, 병원, 공항, 호텔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초기 거점시장으로 미국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
프랜차이즈 캐셔는 6개월 이하 파트타이머가 많고, 미국의 경우 시급은 15달러(한화 약 1만7천 원)로 연봉으로 치면 6천만 원이다. 점주들이 직원 근속 문제와 높은 시급 때문에 분명 고민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김대훈 대표가 건넨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약 60만 개의 프랜차이즈 지점이 있다. 이 시장을 TAM(Total Addressable Market)으로 놓고 봤을 때 총 3조5천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또한, 메이저급 프랜차이즈는 평균 1~2만 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위 5개 프랜차이즈는 5~6만 개를 보유하고 있다.
상위 5개 프랜차이즈 1곳이나 메이저급 프랜차이즈 5곳과 계약을 체결하면 전체 시장의 10%를 점유할 수 있다. 김대훈 대표는 이 시장을 SOM(Serviceable obtainable market)으로 보고 2021년까지 공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로보러스는 17년 1/4분기 미국 법인을 설립해 첫 발을 내디딜 예정이다.
“포카는 일자리를 없애는 로봇이 아니라 더욱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로봇”
최근 김 대표는 투자자와 정부관계자들에게 포카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요즘 취업난에 청년실업 얘기 나오는데 로봇이 일자리 대체하면 그 사람들 어떻게 하나?”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때 김대훈 대표는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 자리들이 계속 있어서 청년실업이 생기는 것입니다.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을 취업했다고 보십니까? 저 자리는 발전이 없는 자리고, 전문성이 키워지는 자리도 아닙니다. 단순 반복적인 일들은 로봇에게 맡기고, 아르바이트생들이 조금 더 발전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로보러스 같은 스타트업들을 더 육성해주세요. 우리가 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들을 고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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