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으로 발표를 마칩니다. 질문 받겠습니다.”
사회자나 발표자의 질문에 손을 드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개인적은 경험으로는 학창시절이나 성인이 되어서나 ‘머뭇머뭇’인 것 같다. 인류의 문명은 질문을 통해 발전했다. ‘사과는 왜 땅으로 떨어질까’, ‘우주는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조직은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많은 질문들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
이렇게 보면 질문의 힘은 참 강하다. 사람의 생각을 자극하고 답을 추구하며, 상호 마음을 열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많은 세미나와 컨퍼런스가 질문 시간을 마련하는 것은 소중한 시간을 더 값지게 쓰기 위한 서로의 노력일 텐데 막상 질문이 너무 많아 곤란했다는 행사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나마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손을 들고 질문하며 주목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표현의 시대라고 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얼마나 표현하고 사는가. 오늘 소개하는 스타트업은 청중과 연사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교육과 행사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기업, 아이티앤베이직(IT&Basic)이다.
발표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다.
아이티앤베이직 민경욱 대표는 네오위즈를 거쳐 온라인 게임 ‘테라’로 유명한 블루홀 QA 팀에서 일하면서 심플로우의 전신인 콜라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지인 3명이 구상하던 콜라보는 발표 평가에 활용하는 투표 시스템이었는데, 게임 업계에서 채우지 못했던 다른 종류의 보람을 느끼고자 정식으로 합류, 사업화를 결정했다고 한다. 당시 콜라보는 각자 다른 일을 하던 지인들이 모여 만든 작은 프로젝트였지만, 행사나 교육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사업이 되리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취미 생활은 삶에 꼭 필요한 요소지만, 소비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조금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고민을 늘 하고 있었어요”
민 대표가 합류한 아이티앤베이직은, 기존의 콜라보를 벗어나 심플로우라는 서비스를 처음부터 다시 개발했다. 당시 콜라보는 나름 매출도 올리고 있었는데, 서비스를 완전히 엎어버리고 새롭게 만든다는 게 언뜻 이해되지는 않는다. 민 대표는 서비스의 성격과 이름이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앞으로 널리 기억될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했다고 한다.
“콜라보를 통해 얻은 고객의 요구를 정리하니 현 상황에서 기능을 추가하는 방법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부터 확장성을 고려한 유연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다시 시작하는 게 맞았어요. 기존 콜라보 서비스의 UI를 개편하고 웹에서 바로 발표를 진행할 수 있는 기능을 더했습니다. 다양한 서비스와 쉽게 협력할 수 있도록 개발 구조도 단순화하고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죠.”
고객의 요구를 100% 받아들여 사업 방향을 바꾼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스스로의 사업 모델을 정확히 규정할 수 있다면 이용자의 목소리는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사업의 방향타다. 더욱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다양한 기능들을 추가할 준비를 했었는데, 콜라보는 처음부터 기능을 얹을 고민이 부족했던 터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 셈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준비되지 않은 확장의 위험과 어려움을 알고 있는 이라면, 누구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추천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쌓아온 것을 버리는 것이 간단하지 않을 텐데 민 대표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의 서비스가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시 출발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렇게 4년을 달려왔다.
“처음 기획했던 의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늘었습니다. 꼼수랄까요? 뭔가 불편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PC 앞에 앉아서 확인할 수 있는 결과치로는 한계가 있었어요. 직접 만나기로 했습니다. ‘시간을 내주면 찾아가서 알려드리고, 설명해 드리겠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아이티앤베이직의 가치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변화하는 것. 우리가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심포니 더하기 플로우
심플로우에 대해 민 대표는 “심플로우는 ‘심포니(Symphony)’의 ‘심(Sym)’ 과 ‘플로우(Flow)’의 합성어로서, ‘함께 공감하여 흐름을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하는 웹 기반의 발표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심플로우의 핵심 기능은 ‘발표’와 ‘다운플로우’, 업플로우’ 3가지다. 파워포인트 등의 별도 프로그램 없이 브라우저만으로 발표를 진행할 수 있고, 발표자가 청중에게, 청중이 발표자에게 실시간을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교육 현장이라면 수업이 끝나고 현장에서 간단한 퀴즈를 만들 수도 있고, 수업 중에 궁금했던 점을 언제라도 질문할 수 있다. 적절한 시간에 쌓여있는 질문에 대해 천천히 토론할 수 있으니 수업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누구나 적극적으로 질문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앞서 심플로우를 1년간 수업에 활용했다는 가톨릭대학교 국사학과 이순근 교수는 “거의 질문이라고 없던 수업에 매시간 마다 학생들의 질문이 늘어났고, 질문의 수준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심플로우가 가져다 준 효과는 매우 긍정적이고 인상적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심플로우는 다양한 세미나, 컨퍼런스와 손을 잡고 청중의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공공기관의 워크숍에 참여해 직원들의 의견을 끌어내거나,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민감한 행사에서도 그 효과를 조금씩 증명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행사 전문 플랫폼 온오프믹스와 제휴를 통해 행사를 만드는 누구나 버튼 하나로 쉽게 심플로우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능을 더했다. 민 대표는 “다른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플로우는 현재 온오프믹스는 물론, 관공서, 대기업 등과의 제휴를 넓혀 점차 사업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심플로우 리부트, 고객의 목소리로 다시 시작
“심플로우2가 오픈합니다. 2017년 초에 심플로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유저를 모시고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내부적으로 개발은 거의 완료된 상태고, 이용자의 반응에 따라 정교하게 다듬을 예정입니다”
심플로우가 또 변화한다. 콜라보에서 심플로우로, 그리고 다시 심플로우2가 새롭게 개발된다고 한다. 디자인을 개편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다. 가령, 교육 현장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상위 관리자가 많은 계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민 대표는 ‘교육현장은 물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기업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 전했다.
사람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UX 개편에도 심혈을 기울였단다. 또한 자신이 발표했던 자료들을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도 얹는다고 한다. 발표와, 질문을 넘어 슬라이드쉐어와 같은 재주도 추가된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기능을 넣으려니 다시 새로 개발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단다. 또 부수고, 다시 만든다. 아이티앤베이직 스타일이다.
쉴 새 없이 달려온 아이티앤베이직의 2017년은 어떤 모습일까.
“시장과 고객의 요구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려고 합니다. 차라리 새로 만드는 게 좋다고 판단되면 몇 번이라도 계속할 거에요. 이런 스타트업이 하나쯤 있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성공 스토리를 전하는 멘토는 많지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거든요. 2017년도 멈추지 않고 변화해서 지금까지의 경험을 전하고, 비록 스타트업이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여 전국의 초중고 교실에 심플로우를 무상으로 보급하고 싶습니다.”
이 인터뷰는 2016 창조경제박람회에 우수 스타트업으로 선발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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