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연간 약 41만 톤에 달하는 커피 찌거기가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매립 또는 소각되며, 커피 찌꺼기 1톤당 약 187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7만6천 톤으로 이는 자동차 1만여 대가 내뿜는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커피 원액으로 추출되는 양은 단 0.2%에 불과하고, 약 99.8%는 버려지기 때문에 이처럼 많은 찌꺼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커피 찌꺼기 처리 문제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매립 비용만 100억 원, 경제적 손실로 치면 약 250억 원이라고 한다.
이처럼 커피 찌꺼기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집에서 로스팅을 직접 할 정도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생활용품 제작 기업을 창업한 이후 친환경 재료에 관심을 가져오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안성진 대표는 경영학,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LCD, 반도체, 산업용 밸브 등의 분야에서 해외 영업과 개발을 14년간 해왔다. 영업하기 위해 화학, 전자 등 여러 기술을 공부한 것이 바탕이 돼 개발팀에 합류했다고 한다.
안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디어 생활용품 제작 기업을 창업했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고, 친환경 재료에도 관심이 많아 커피 찌꺼기를 이용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을 만나왔다. 그러던 중 “3D 프린터 필라멘트 재료를 커피 찌꺼기로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3D 프린터 커피 필라멘트 ‘모그’를 개발하기로 마음먹고 에스엠베스트를 창업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폐기물 업사이클링은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에스엠베스트 ‘모그’는 난이도 높은 건조, 압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기존 PLA(옥수수 전분) 필라멘트보다 우수한 품질을 자랑합니다”
에스엠베스트의 모그는 커피 찌꺼기 수거, 건조, 컴파운드, 압출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커피 찌꺼기는 무료로 가져오고 있다. 산업폐기물로 분류된 커피 찌꺼기를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매립 및 소각하고 있기에 누군가 커피 찌꺼기를 가져간다고 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현재 에스엠베스트는 필요한 날마다 필요한 만큼만 커피 찌꺼기를 수급하고 있다.
찌꺼기는 ‘어떤 재료와 혼합하느냐’, ‘얼마나 건조하느냐’ 등 여러 조건에 따라 강도가 달라진다. 에스엠베스트는 2년여간의 연구 끝에 기존 PLA 필라멘트보다 밀도와 강도 높고, 가벼운 커피 PLA 필라멘트 ‘모그’를 개발했다. 입자를 마이크론 이하로 만들고 압출 시 흐름을 좋게 하는 우수한 기술력 덕분에 가능했다.
에스엠베스트의 커피 필라멘트 ‘모그’의 장점은 크게 3가지다.
먼저 가볍다. PLA 필라멘트는 1kg당 평균 약 2~3m 길이의 필라멘트가 감겨있는데 모그는 가벼운 무게 만큼 10~15% 정도 더 길게 감겨있다. 똑같은 용량을 똑같은 값에 사더라도 더 많이 쓸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내구성이 강하다. PLA 필라멘트의 경우 상온에 평균 2달 정도 놔두면 끊어져 사용할 수 없지만, 모그를 8개월째 상온에 방치해두었다가 사용했는데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압출 시 흐름성이 좋다. 노즐에서 빨리 배출되고, 쌓일 때도 빨리 식는다. 그렇기 때문에 모그로 제작된 제품은 단면이 깨끗하다. 또한, 출력 시 달콤한 커피향이 나와 천연 방향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모그의 기술은 EU가 정한 유해물질제한지침의 시험을 통과했으며, 올해 3월 국내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내년 1월에는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 특허를 출원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 1월부터 자체 구축한 설비를 통해 모그를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재미있는 점은 위에서 언급한 장점 중 한가지는 안성진 대표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성분인지는 모르지만, 커피 성분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이 점에 관해 안성진 대표 본인도 신기해했다.
“출력 시 커피 향이 나고 유해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 100% 친환경 필라멘트기 때문에 학생들의 교육용 재료로 공급하고자 합니다”
안성진 대표가 보여준 3D 프린터 시장보고서는 2025년도에는 전 세계 3D 프린터 시장이 57조 정도 되리라 전망했다. 현재 3D 프린터 시장은 국내는 30% 이상씩, 해외는 40% 이상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안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모그’가 어느 시장에 가장 적합할까 고민하다가 유해물질이 없는 100% 친환경 필라멘트기 때문에 학생들의 교육용으로 사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3D 프린터를 이용하고 있는 학교를 첫 번째 타겟으로 설정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전국 1만2천3백 개 초중고등학교에 매년 3D 프린터 필라멘트를 보급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는 학교 3D 프린터 수업 때 친환경 소재를 쓸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안 대표는 해당 시장을 디딤돌 삼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3D 프린터 소재 단순 판매를 시작으로 중장기에는 시제품, 의뢰제품 출력 사업, 출력용 3D 디자인 등 3D 프린터 출력, 모델링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에서 영업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도 꾀하고 있다. 17년에는 더 적극적으로 해외에 모그를 알릴 예정이다.
“세계 어린이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안성진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자연을 자연에게’라는 표어 아래 친환경 소재를 많이 개발하고 이를 통해 깨끗한 환경을 어린이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며 “향후에는 인체를 치유할 수 있는 힐링 소재를 개발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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