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를 유혹하는 제주 카페 10선 ②서귀포편

2편 서귀포시편

뷰크레스트

절경! 숨막히는 절경이다. 잘 정리된 잔디밭, 미술관 같은 모던한 건물(실제 이 카페에는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도 함께 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그 위에 솟아 있는 작은 섬.

올레길 중에서도 가장 풍광이 좋다는 7코스의 외돌개와 돌배낭골 중간 절벽 위에 위치한 이 카페는 압도적 풍광을 자랑한다. 사실 일하기에는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모니터보다는 창밖을 내다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귀포의 온도는 12월 중순인데도 영상 7도. 화이트 크리스마스 노래가 흘러나오지만 왠지 좀 어울리지 않는다.

따뜻한 봄날이면 야외 테라스에서 일하는 것도 추천한다. 바다 위에 떠서 일하는 느낌을 만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 이곳은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뭐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면 쇠소깍에서 시작하는 올래길을 따라 한 20분 정도 걸으면 된다. 물론 걷는 내내 행복하고 놀라울 것이라는 점은 보장한다.

그리고 이 카페는 끽연가들에게는 다소 괴로운 곳이다. 이 좋은 풍광의 야외테라스에서 커피를 앞에 두고 담배 한대를 피울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아마도 담배를 사랑했던 헤밍웨이가 이곳을 방문한다면 끔찍한 혹평을 늘어놓았을 것이다.

뷰크레스트 위치

커피 박물관 바움

꼭꼭 숨어있는 비밀스러운 곳이다. 성산일출봉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큰 길에서 걸어들어오려면 10분은 족히 걸릴 거리. 시골길을 따라 걷다보면 노랗게 익은 귤밭 옆으로 약간은 생뚱맞은 간판이 보인다. 제주도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은 커다른 야자수들이 반겨주는 정원을 지나면 조금 투박해보이는 박물관 본관이 나타난다.

1층은 커피 분쇄기와 찻잔 등 커피에 관한 다양한 기계와 용품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있는 말 그대로 커피 박물관. 2층에서 커피를 마시고 일 할 수 있다. 오전 시간이라서 그런지 손님도 거의 없다. 2층 창을 바라보는 긴 의자에 자리를 잡자 주문했던 시그니쳐 커피가 준비되었음을 알리는 진동이 울린다. 초겨울이지만 따뜻한 햇살. 새들의 지저귐이 잔잔한 음악과 섞여든다.

조용히 혼자 일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살짝 고개를 들면 푸르른 숲이 와락 쏟아져 들어온다. 창을 통해 보이는 숲은 대수산봉. 박물관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둘레길이 조성되어있다. 이 길을 따라가다보면 올레길 2코스로 연결된다. 장시간 일하다 졸음이 몰려올때 쯤이면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을 잠시 걸어봐도 좋겠다.

아 바움에는 비밀스러운 벙커도 있다. 은유적 표현이 아닌 진짜 벙커 말이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정 궁굼하면 카페 주인장에게 문의 하시라.

커피박물관바움 위치

서귀포 스타벅스 DT점

디지털노마드들이 일하기 좋은 카페를 소개하는 것이 이 글의 본래 목적. 되도록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제외하려 노력해왔다. 애써 일구어놓은 상권을 자본력으로 밀고들어오는, 게다가 획일화된 맛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디지털 노마드의 삶에 방식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귀포 스타벅스 DT점은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서귀포 시내에 거주하는 디지털 노마드들이 손꼽는 최고의 작업환경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월드컵경기장 옆 신시가지 지역으로 접근성이 매우 좋고, 깔끔하고, 큰 통창으로 보이는 바다와 한라산 등등 여기보다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쉽지않다.

시골과 자연이 주는 푸근함이 너무 익숙해진다면, 그러므로 도회적 풍경과 깔끔함이 약간은 그리워진다면 이곳을 찾아야 한다. 새로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숲도 볼 수 있고, 저 멀리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서귀포 바다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해장국에 질린 몸이 그렇게도 갈구하는 패스트푸드. 그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라 할 맥도날드 햄버거도 바로 옆에 있다. 혹시 시간이 된다면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을 구경해보는 것도 좋다.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구조물을 보는 착각을 준다. 물론 한여름에는 절대 금물이다.

서귀포 스타벅스 위치

모드락 572

가시리 가시리고 바리고 가시리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차도 거의 없는 도로를 천천히 달리다 보니 옛날옛날 가요가 입가에 맴돈다.(아재 인증!) 가시리는 제주도에서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 중 하나다. 넓은 목장으로 유명하고, 따라비오름, 갑마장길 등 걷기 좋은 동네다. 특히 유채꽃길로 널리 알려져 봄에는 도로 정체로 몸살을 앓는다.

모드락 572는 가시리에 자리잡고 있다. 앉자마자 옆테이블 손님과 주인 아주머니의 대화를 귀동냥한다. 모드락은 모이다, 모여들다의 제주어라는 설명. ‘가시리’ ‘모드락’ 어감이 예쁘다. 동네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분위기. 시골 동네에 우연히 있는 작고 깔끔한 카페다. 모던하고 심플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옛날 찻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 작지만 천정이 높아 답답하지 않다. 창 너머로 낡은 돌집도 마음을 편하게한다.

손님들과 주인장의 대회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제주도로 이주한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동네 이야기… 가시리는 특히 이주민이 많은 동네다. 다소 시끄럽기도 하지만 이 또한 백색소음. 너무 조용해도 고독감이 밀려올 수 있다는 것은 디지털 노마드라면 한번씩 경험해 봤을 터. 구석자리에만 전기 콘센트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이 자리를 사수하기에 힘쓸 것.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또다른 매력일 것이다. 구불구불한 돌담을 따라 이어지는 작은 집들, 스머프 마을처럼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동네 풍경.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표정을 훔쳐보다보면 어느새 정화되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모드락 572 위치

카페 사우다드

혹시 이런 디지털 노마드 여행은 어떤가? 새벽에 낚시배를 탄다. 고요한 바다 위에서 손끝에 모든 감각을 예민하게 집중한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물고기와의 한판 대결! 갓잡은 바닷고기로 생선회를 떠주시는 선장님과 선상에서 소주 한잔을 기울인다. 어느덧 점심시간. 다시 뭍으로 돌아오고 이제부터는 업무에 집중한다. 딱 4시간만! 문서 만들고, 메일 보내고 일하다보니 5시다. 자 지금부터가 하이라이트다. 3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않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된다. 그 짧은 시간 하늘과 바다는 붉게 물들어가고 석양을 등진 사람들의 실루엣은 마법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된다. 석양이 지면 일과 끝. 저녁밥 배불리 먹고 잠들면 된다. 아 이렇게 알찬 하루가 있단 말인가!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아니다. 카페 사우다드로 가면 된다. 제주도의 거의 서쪽 끝 차귀도 바로 앞에 있다. 차귀도는 배낚시로 유명한 곳이며, 서쪽 끝 고산리는 온세상이 붉게 물드는 낙조로 유명한 곳에다가 사우다드는 바로 그 바닷가에 있으니까. 게다가 카페 앞에서 시작되어 수월봉까지 이르는 해변 산책로는 지질학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다. 해안 절벽을 따라 제주도 생성 당시의 화산재 지층이 단면이 드러나 있다.

포르투갈어인 사우다드(saudae)는 ‘삶에서 그리운 무언가를 표현하는 감정’이란 뜻이라고 한다. 삶에서 그리운 무언가… 아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뜻을 가진 단어도 존재했었나? 석양을 받으며 홀로 카페에 앉아 있으면 정말 가슴 속에서 울컥 솟아오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몇 평 되지않는 작은 카페지만 그리움을 담아두기에는 충분한 공간일 것이다.

카페 사우다드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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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제주시편 보기

글쓴이: 조희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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