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에 ‘사춘기’라는 청소년 성장 드라마가 있었죠. 사춘기 소년의 시각으로서 급격하게 성장하는 자신과 세상과의 마찰, 시련, 성장, 기쁨 등을, 참 현실성 있게 묘사했기 때문에, 당시에 인기가 참 많았습니다. 요즘엔 사춘기라는 것이 그다지 뉴스에나 인터넷상에서 이슈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미 사춘기 시절이 빛바랜 과거가 되었기 때문에, 제 관심영역 밖의 일이 되어서 그럴까요?
대학교 생활을 마치고, 병역의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면 군대도 끝내고, 그 어렵다는 취업 시장을 뚫고, 원하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우리는 ‘불행끝 행복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럴 것이라고 상상을 하죠. 신기하게도 사춘기 시절을 역사의 뒷방으로 모셔 놓은지도 무척 오래됐는데요. 그 원하던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춘기 시절 나를 엄습했던 그 불안함과 절망감이 다시 찾아오죠. 물론 ‘청소년기의 사춘기’와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찾습니다.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이 찾아오면, 우리는 그 무시무시한 월요병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개그콘서트가 끝날 무렵엔 엄청난 심리적 격변에 시달리죠. 점점 다가오는 월요일 출근 압박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세우다, ‘로또’만이 유일한 탈출구가 아닐까,하는 원대하지만 확률제로의 꿈도 꾸게 됩니다. 결국 얼마 전까지 잊고 지낸, 즐겨찾기의 ‘취업사이트’를 클릭하거나 토익시험 일정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치유하려고 이직을 선택하지만, 이직의 치유책도 잠시입니다. 결국 인생에서 행복이란 추구할 수 없는 유토피아의 것이라는 패배감에 빠진 챈 채념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모닝콜 알람을 들으면서 오늘도 반드시 버티어 내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저도 지금까지 설명한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에 한동안 시달렸습니다. 처음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전 많은 꿈을 꿨습니다. 그래서 참 열심히 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보다 회사생활에 대해 고민을 더 많이 하더군요.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회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부터 월요병에 시달린 것 같습니다. 일요일 저녁까지 재미있게 지내다가, 슬슬 어두워지는 창밖을 보면 제 마음도 밤하늘처럼 무거워졌습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월요병을 치유하고자, 정확히 말하자면 다시 인생에 생기를 불어 넣을려고 이직을 결심하고 실행했습니다. 제 기대와 달리 이직을 통해서도 삶이 재미 있어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그 지겨운 월요병이 치유되지도 않더군요. 꿈 많던 회사생활은 어느 순간에, 극기의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결국 원인도 모르고 치유책도 모르는 월요병이나 회사에서 오는 권태감, 그런 일상을 견디어 내야한다는 처절함에서 탈출하고자, 전 2년 전 쯤에 회사를 쉬었습니다. 대학입학으로 시작한 사회생활의 길 위에서,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생활을 시작한 셈이죠.
한참 회사에서 커리어 택트 트리(career tact tree)를 타고 있을 때, 회사를 쉰다는 것은 고속도로 위에서 기름이 떨어져 차를 갓길에 세워두고, 시속 백 킬로미터로 달리는 다른 차들을 바라보는 심정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인생의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데, 나홀로 뒤쳐진다는 그런 느낌 말이죠.
하지만 제 생각은 틀렸습니다. 흐름에서 뛰쳐나왔을 때, 제가 출발한 곳을 바라볼 수 있었고, 제가 가려는 곳을 볼 수 있었죠. 그리고 무엇 때문에, 제가 고속도로에 있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참을 쉬다가, 다행스럽게도 전 다시 달릴 수 있었습니다.
다시 달리기 시작하고 나서 일년 정도 지난 올해 초에, 쉬기 직전까지 제 자신이 무엇 때문에 회사생활을 하면서 힘들어 했는지, 쉬면서 무엇을 느끼고 깨달았기에 다시 달리 수 있었는지, 조금 더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이번에 출판한 책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로 정리했습니다.
이 책에는 IT분야에서 흔히 말하는 모든 질병을 해결할 수 있는 ‘은총알’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쓰면서, 전 직장생활이란 무엇인지 많이 고민을 했고, 그런 고민이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이나 ‘월요병’ 혹은 “내가 지금 있어야 하는 곳은 지금 이곳이 아니야!”하는 느낌을 가지고 계신 분들과, 제 경험담을 공유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습니다. 혼자만이 우주의 무게처럼 느껴지는 무거운 돌을 옮겨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런 생활 속에서도 해법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