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는 다 똑같다. 화질이나 부가 기능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기는 가격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단지 자동차 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는 게 전부다.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정보 역시 한정적이다. “주차 모드로 전환합니다. 충격이 감지되었습니다. 띵동~” 이렇게 블랙박스 장치는 지루한 경험을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킥스타터를 통해 클라우드 펀딩 중인 드라이드(Dride)는 조금 다른 개념의 블랙박스다. 물론 국내 시장에는 생소하지만 미국 GM의 온스타(OnStar)는 이미 1990년대부터 음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텔레매틱스가 존재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당시에는 획기적이었지만 요즘 기술에 비해서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 가까운 온스타 가맹점으로 연락해야 하는 일종의 콜센터 같은 방식이었다. 물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GM은 온스타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앱 서비스를 공개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갔지만 이미 시장흐름은 음성인식과 AI로 기운지 오래다.
드라이드는 온스타처럼 핸즈프리, 내비, 문자 등을 한번에 제공하는 기기다. 물론 이런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최신 기술인 음성인식을 이용하면 되니까. 게다가 비용 측면에서도 온스타 같은 텔레매틱스 장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일부 고급차량에서 옵션으로 적용하던 기능이 아닌 만큼 장착 할 수 있는 차량의 제약이 없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설치도 간단하다. 블랙박스처럼 복잡한 배선 없이 간단하게 윈드실드(전면유리)에 본체를 부착한 다음 시거잭에 USB 케이블을 연결하면 끝난다.
사실 좀더 복잡한 건 하드웨어 설치 보다는 관련 앱 설치 과정이다. 드라이드는 와이파이, 블루투스, GPS를 내장하고 스마트폰과 연동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다. 일단 인공지능 비서 역할은 아마존의 알렉사(Alexa Assistant)를 기반으로 동작한다. 운전하면서 핸즈프리 기능을 지원할 때 사용하는 데 음성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가 뭔지, 그리고 지금 10초간의 일을 클라우드에 공유하라는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음성으로 지시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기능은 드라이드 자체 기능이 아니라 음성인식, 인공지능 솔루션을 통한 부가적인 부분이다. 따라서 다른 인공지능 비서 솔루션인 구글 나우나 MS 코타나 같은 앱을 취향에 따라 바꿔 쓰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기능도 별도 앱을 통해 구현한다. 대표적으로 내비게이션 기능을 쓰면 구글맵을 쓰고 음악 재생에는 스포티파이(Spotify)를 기본 사용한다.
드라이드에 내장된 기능은 안전운전 보조장치에서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ADAS)은 블랙박스를 벗어나는 기능이다. 차간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알려주며 차선 이탈 감지 기능 역시 갖췄다.
블랙박스 본연의 기능도 충실하다. HD화질로 주행 녹화가 가능하고 버튼 클릭 한번으로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에 동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스타트업답게 오픈소스를 지향한다. 일단 하드웨어로 쓴 본체 기판이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다. 꾸준한 기능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드라이드는 다음달부터 디자인/생산에 돌입할 예정으로 현재는 올 9월 제품 출시/배송을 목표로 클라우드 펀딩중이다. 펀딩 가격은 메이커를 위한 기본셋 99달러부터 시작한다. 홍보 영상에서 말하듯 이제는 구석기 시대 운전 방식에서 벗어날 때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